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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AMD는 중동 오일머니의 수혈을 받았다.

2007/11/18 - [기술 & 트렌드] - 중동 오일머니의 수혈을 받은 AMD

UAE(아랍에미레이트연합)의 국부펀드인 Mubadala Development에서 6억 달러를 투자받았는데, 이는 계속되는 손실때문에 자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손실은 경쟁사인 Intel과의 CPU 전쟁때문이었다.

2008/08/12 - [기술 & 트렌드] - 팹리스반도체회사로 전환될지도 모르는 칩메이커 AMD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역시 적자를 내자, CEO 교체라는 카드까지 내밀고 AMD의 재기를 선언했다. 'Asset Smart'라고 하는 비용절감 계획을 발표하면서 팹리스의 가능성까지 언급했는데, 결국 어제, 지금의 AMD를 두 개의 회사로 분리한다는 발표를 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어제 오후 9시, 뉴욕시간으로 7일 오전 8시에 AMD는 UAE Abu Dhabi의 Advanced Technology Investment Company(ATIC)와 공동으로 투자하여 새로운 반도체 파운드리(팹, 생산공장) 기업을 설립하기로 했다며 발표했다.

신설되는 기업명칭은 임시로 'The Foundry Company'로 부르기로 합의했다. 또한 기존의 Mubadala도 투자를 늘여 AMD의 기술개발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ATIC와 Mubadala는 같은 국가의 국부펀드라고 보면 된다.

결국 현재의 AMD를 팹리스 AMD와 파운드리(생산공장)인 The Foundry Company로 쪼개겠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회사를 분리한다는 표현보다는 새로운 팹기업을 설립하기로 했다는 제스쳐를 취한 것이다.

신설되는 회사를 위해 AMD는 기존 독일 Dresden에 있는 공장시설 전부와 생산과 관련된 기술자산(특허 포함) 등을 신설회사에 넘겨주기로 했으며, ATIC는 21억 달러를 신설회사에 투자하여 55.6%의 지분을 가지기로 했다. 나머지 44.4%는 AMD가 가지며, 회사의 결정권(투표권)은 양사가 동등하게 가지기로 합의했다. 또한 ATIC는 향후 5년동안 최소 36억 달러에서 60억 달러까지 추가로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양사가 투자하는 비용으로 독일 Dresden에 이어 NewYork City에도 새로운 팹을 건설하기로 했는데, Saratoga County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는 뉴욕시의 인센티브도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1,400명의 신규일자리도 만들어진다고 한다.

새로 설립될 The Foundry Company의 CEO는 현재 AMD의 부사장인 Doug Grose가 맡기로 하였다. 회장으로 직함을 바꾼 전임 CEO였던 Hector Ruiz 역시 신설 회사의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기업신설과 함께 두 사람 모두 AMD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번 회사의 분리로 인해 받은 투자금은 기존 약 12억 달러로 추정되는 AMD의 빚해소에 사용하고(ATIC로부터 약 7억 달러의 현금 지급), 기존 Mubadala로부터 추가 투자받은 돈(약 3억 달러)을 합쳐 기술개발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Mubadala는 추가 투자금으로 인해 기존 8.1%의 AMD 주식을 19.3%까지 늘이게 되었다. 또한 AMD의 이사선임권도 가지게 되었다.

The Foundry Company가 신설되면서 IBM alliance에 가입하게 되었다. 즉, 신설 회사는 AMD의 칩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IBM의 칩도 만들게 되었다. 물론 타사의 칩도 생산 가능하다. 이는 AMD에 종속되었던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시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뉴욕에 새로 만들어지는 공장은 당장 IBM 칩을 만드는 것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신설회사의 본사는 실리콘밸리에 두기로 했으며, R&D 및 기타 조직은 뉴욕과 드레스덴, 텍사스 오스틴(칩 디자인)에 나누어 두기로 했다. 이들은 모두 AMD 소속직원들이며, AMD는 핵심연구개발 조직만 남겨서 따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분리는 2009년부터 예정되어 있으며, 주식관련 및 각종 회계상 처리와 정부의 승인 등이 남아있는 상태다.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어보이지만, 여러 국가(미국, UAE, 독일)의 정부 승인과 Intel과의 칩개발 특허 등이 엮여 있어서 시간은 다소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AMD의 팹리스 기업으로의 전환은 여러 관점에서 볼 수 있으나, 당장 우리나라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향후 개인용 PC의 CPU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는 것이 가장 크겠다. Intel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대안이었던 AMD가 팹리스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CPU시장의 판매주도권은 Intel이 쥐게 되었다.

AMD의 팹리스 선언은 Intel과의 경쟁에서 일부 손을 들었다는 측면도 있지만, 개발과 생산이라는 AMD의 장점을 분리하여 한쪽에서는 기술개발에만 몰두하고, 한쪽에서는 AMD 외에 타기업의 칩도 위탁생산하면서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다. 즉, 다른 방식으로 Intel과의 승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되겠다. 

또 하나는 중동 오일머니의 투자방향에 대한 것인데, 예전엔 주로 부동산과 레저 등의 사업에 투자를 했었는데, 최근들어 오일머니가 첨단 기술 기업에 투자를 시작했으며 이들이 대부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라는 점이다.

특히 AMD는 미국의거대 군수업체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껄끄로운 관계에 있는 중동국가에 자국의 첨단기업과 기술을 내놔야 하는 것을 보면 미국도 체면을 많이 구겼다.

세계 반도체칩메이커 2위 기업인 AMD의 팹리스 선언은 자의든 타의든 반도체시장을 변화시킬 재료가 될 것이다. 또한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생산공장) 운영에 대한 고민도 시작된 계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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