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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7시부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5층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커넥션 데이'라는 행사가 열렸고, 거길 다녀왔다.

다른 일정때문에 7시를 훨씬 넘긴 8시 30분 가까이 되어 헐레벌떡 뛰어서 도착한 행사장엔 이미 중요한 발표자의 발표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점은 초청해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측에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번 행사의 초청자는 모두 블로거들이고 대략 20여명 정도의 수준으로 보였다. 아는 블로거들도 보였고 초면인 블로거도 많았다.

9시쯤 질문과 답변 세션이 돌아왔다. 앞 부분의 발표를 제대로 못듣고 갔던 것도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라이브 플랫폼에 대해 잘 모르는 이유가 컸었겠지만(아는 것이라고는 메신저, Writer, 스페이스 정도) 최초 질문자의 질문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난 핵심을 잘 모르게 질문하는 것과 알맹이 없이 답변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편이다. 아니면, 내가 핵심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 있으므로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쨋든 자의든 타의든 못 알아 듣는 이야기에는 큰 관심이 없다.

라이브 플랫폼이 얼마나 심오한 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잘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결국 나같은 사용자라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저 기술의 잔치일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초청받은 블로거들이 IT분야에서 오피니언리더라고 생각했기에 따로 불러서 플랫폼에 대해 일반인들과는 다른 소개의 자리를 마련했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것도 본사 엔지니어를 직접 불러 언론도 관계자도 아닌 블로거들을 초청해서 직접 설명하고 의견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대단한 의지의 표현은 분명하다.

아마 몇 분의 블로거분들이 29일 커넥션 데이에 대한 포스팅을 하신 것으로 안다. 질문과 답변 세션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포스팅을 읽어보면 풀어서 어느 정도 잘 이해하기 쉽도록 해놨지만, 보다 현실적인 문제는 블로거들만 라이브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앞으로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떤 식으로 라이브 서비스 알리기에 주력할지는 모르겠지만 소비자가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인지와 이해가 되려면 단순해야 하고 그 포인트가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난 질문과 답변 세션에서 다른 분들에게는 다소 엉뚱하게 들리는(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 질문을 했다.

라이브 서비스의 핵심은 뭐니해도 메신저로 생각하고 있었다. 일반 네티즌에게 물어보면 더 빨리 알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라이브 서비스를 아십니까? 라고 물어보면 잘 모를거다. 하지만, 라이브 메신저는 아세요? MSN 메신저는 아세요? 마이크로소프트 메신저는 아세요? 라고 물어보면 안다고 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애져, 클라이언트와 웹, 연결과 통합 다 좋다. IT 블로거들을 초청했으니 그에 맞는 수준의 이야기를 전했을 것으로 믿는다. 어쩌면 내가 그 수준에 맞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라이브 플랫폼 개발자이니 자사의 메신저 플랫폼에 대해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블로거들을 만나러 온 자리라면 최소한 한국에서의 경쟁 서비스에 대한 인지 정도는 하고 왔어야 되지 않나 싶다. 물론 메신저 플랫폼 사업부가 따로 있다고 답변을 했지만, 라이브 서비스의 핵심인 메신저의 한국 경쟁자가 누구인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메신저 1위 자리를 네이트온에게 뺏긴 이유에 대해서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시장에서 단순히 영어를 한글로만 바꾼 서비스를 내놓는다고 현지화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질문이 다소 공격적이고 불쾌했을지 모르겠다. 경쟁사를 들먹거리며, 난 당신네 메신저 보다 경쟁사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고 대놓고 떠들었으니 말이다.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이거다. 한국에서 메신저를 쓰는 사용자들이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이나 준비가 있느냐 라는 질문이었다. 그에 대한 대답이 듣고 싶었으나 첫번째 질문인 경쟁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뒤로는 답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멋진 사진 갤러리, 인맥 만들기, 멘토링, 블로거를 위한 Writer, 공간 걱정 없는 메일, 웹하드 스카이드라이브 같은 정말 멋진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우리나라 사용자들은 일단 메신저부터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답변을 듣고나니 아직 한국이라는 시장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고 있지않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시장에서 잘 해보겠다고 자리를 마련한 것인데 너무 가혹한 아니면 생뚱맞은 질문을 한 것일 수도 있다. 내 질문이 헛되지 않으려면 최소한 이런 의견 정도를 던지더라라고 메신저 플랫폼 사업부에 전달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일 없을 것이라 믿고 있다. 너무 비관적인가? ^^

일단 어느 정도 라이브 플랫폼에 대한 인식을 가진 블로거들을 모은 자리라 생각했기에 나같은 의외의(?) 질문에 담당자들이 당황스러웠거나 불쾌했을지는 모르겠다. 불쾌하라고 한 질문은 아니니 오해는 없기를... 그저 한국 현실을 알고 있는지 물었을 뿐...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블로거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바이럴마케팅의 중요한 채널이라고 여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블로거들의 '좋다, 이렇다더라'라는 이야기가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으니 그런 의미에서 블로거를 초청한 행사를 가졌을 것이다.

질문으로 알 수 있었겠지만, 나처럼 플랫폼에 대해 이해를 못한 참석자들이 있었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사용자라면 블로거라할지라도 일반 유저와 같다. 하지만, 기술이라는 것은 추상적이어서는 곤란하다. 그것이 서비스라는 이름과 뭉쳐지면 현실이 되어야 한다. 철학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서비스가 아니다.

어려운 용어와 어려운 개념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자신의 편리에 맞추어 사용하면 그것이 서비스일뿐이다. 좋은 개념, 멋진 철학을 가진 서비스라고 사용자들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 필요성을 느껴야 사용한다.

어쩌면 나는 이번 행사에 잘못 초청된 블로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비스의 철학을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블로거 역시 소비자, 사용자라는 생각으로 접근을 해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가졌다.

앞으로도 계속 블로거 초청 행사를 한다는 반가운 말을 들었다. 분명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행사도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수장이 교체되었고,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마인드를 가진 분이어서 뭔가 바뀔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왔는데, 내게는 이번 행사에 그 뉴스가 겹쳐졌다.

좋은 서비스, 괜찮은 서비스가 나온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비싼 소프트웨어를 돈주고 사야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무료 웹서비스 무료 클라이언트 서비스는 반가울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비싼 소프트웨어를 판매한다고 생각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니까 더더욱 그렇다.

나는 경쟁을 좋아한다. 그것도 발전적인 경쟁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열매를 소비자가 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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