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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네트워크 통신 장비업체인 Cisco Systems가 서버 사업을 선언했을때 모두들 의아해 했었다. 레드오션으로 인식되는 서버시장에 돈 많은 Cisco가 뛰어든다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별로 없었다.
지난 1월 19일 처음으로 Cisco의 서버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경기침체와 서버시장이 불황에 들어선 상황에 네트워크 전문기업이 서버를 만들겠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니 우려섞인 관심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세계 서버시장은 HP와 IBM, Sun Microsystems, Dell 등 이미 쟁쟁한 플레이어들이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는 시장이다. 또한 이들은 Cisco와 우호적인 관계에서 네트워크 장비분야의 협력 파트너들이기도 하다.
Cisco는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성장한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라우터(router)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서 네트워크와 함께 성장을 거듭하여 거물이 된 회사다. 라우터와 네트워크 장비 1인자로서 오랫동안 세계시장을 지배했었다. 그러면서 많은 돈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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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공을 기반으로 Cisco는 근래 10여년동안 기업 인수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고, 그 결과 IP Telephony 분야에서도 강자로 군림하게 되었다. IP Telephony 자체가 네트워크 기반이기 때문에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충분한 사업모델이었다.
그러나 인수기업들이 점점 소프트웨어 분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다시 Cisco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졌다. 인수기업들의 특징을 공통분모로 모으면 Unified Communications라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IP Telephony와 적절한 융합을 통해 기업의 통합 메시징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왔었다.
그러면서 다시 눈을 돌린 것이 바로 서버시장이었다. 작년부터 업계에서는 Cisco가 조만간 서버를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내부적으로 뭔가를 준비한다는 단서는 여럿 잡혔지만, 절대 강자가 군림하고 있으며, 레드오션으로 전락하고 있는 서버시장에 Cisco가 뛰어들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올 1월에 서버시장 진출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수많은 억측들이 난무했다. 대체 무엇을 노리고 어떤 방향에서 서버시장으로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들이 많았다.
현지시간으로 16일 월요일 마침내 그 궁금증이 많이 풀렸다. 결과적으로 신규 서버사업이 진행중이던 다른 사업과 관계가 있다는 유추를 할 수 있었다. Cisco는 기존 시장의 서버 비즈니스와 조금 다른 방향에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Cisco는 우선 계획중인 서버시장을 명확히 했다. 그것은 바로 '데이터센터'라는 기업시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데이터센터는 기존의 서버 사업자들의 큰 고객군에 들어가는 영역이기도 하다.
Cisco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향후 기업이 요구하는 컴퓨팅 시장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될 것이며, 여기에는 가상화솔루션을 반드시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클라우드 컴퓨팅은 단순하고 쉽게 공급되어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플레이어들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의 솔루션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서버 따로, 스토리지 따로, 네트워크 따로, 가상화 솔루션 마저 따로 공급되는 현재의 서버시장은 더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것에서 Cisco의 서버사업이 출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Cisco가 이번에 내놓은 서버시스템인 'UCS(Unified Comupting System)'는 이런 모든 기능을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아키텍처라는 주장을 한다. 그러니 타사와의 서버시장 경쟁으로 보지 말아달라고도 덧붙였다.
시스템과 프로세서 공급은 Intel의 차세대 프로세서인 Nehalem(네할렘)이 맡고, 전반적으로 서버는 블레이드(Blade) 형태로 만들어진다. 블레이드 서버는 데이터센터 전용 서버 아키텍처이다. 여러 대의 서버(Blade)를 하나의 시스템 형태(샤시)로 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Microsoft와 RedHat은 OS를 담당한다. 우선 6월에 첫선을 보일 서버에서는 Microsoft의 Windows Server를 OS로 채택한다. 여기에 EMC의 스토리지를 접목시키고, EMC가 최대주주인 가상화 솔루션의 선두기업인 VMware의 솔루션을 이용하여 가상화를 구축하고, BMC Software의 관리 솔루션을 탑재한다. 기술 컨설팅은 Accenture가 맡는다.
결국 Cisco의 서버라고 하지만, 여러 업체가 하나의 서버제품에 필수구성요소인 컴포넌트 형태로 참여하는 통합솔루션이 이번에 발표한 UCS라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Cisco의 역할은 기존의 장기인 네트워크와 전체 시스템의 통합에 있다. 향후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심은 분산된 시스템들을 어떻게 효과적인 네트워크로 묶고 이를 활용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 Cisco의 주장이다.
비교적 약한 파워를 가진 프로세서라 하더라도 고속 네트워크 기반으로 여러 컴퓨터가 연결되면 효과적인 컴퓨팅 파워를 낼 수 있는데, 그 기반을 Cisco가 제공하는 것이다.
도로와 기반 SOC(Social Overhead Capital:사회간접자본) 인프라를 Cisco가 구축하고 Microsoft가 교통제어를 하며, VMware가 생산 공장들을 지으며, 행정기관을 BMC가 맡고, 물류창고를 EMC가 맡고, 컨설팅을 Accenture가 맡아서 진행하는 것이다. Cisco는 이렇게 준비된 생산도시(데이터센터 아키텍쳐) 세트를 고객들에게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해보면 Cisco는 서버시장, 아니 '데이터센터 아키텍처 시장'이라는 전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놓고 뛰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어차피 시장에서 보기에는 데이터센터라는 기존 서버시장의 한 영역으로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Cisco는 6월부터 USC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며 별도의 서버영업이 아닌 데이터센터 영업 위주로 시장을 넓혀간다는 계획도 밝혔다. 우선은 미주와 유럽 위주의 선진국 시장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내년이 되어야 시장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발표를 차근히 풀어보면 Cisco의 전략이 한눈에 들어온다. 결국 고속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가상화 기술을 집약시킨 기업의 클라우드 컴퓨팅시장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진부한 서버비즈니스가 아니라 전혀 다른 패러다임의 서버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경쟁자들은 그렇게 믿지않지만 적어도 Cisco는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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