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세계 최대의 칩메이커 Intel과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사인 Nokia가 협력관계를 선언했다. 화요일 양사는 미래 모바일 컴퓨팅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제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휴대폰 단말기 1위 제조사와 PC용 CPU 1위 제조사의 전략적 제휴라면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Nokia가 Intel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반대로 Intel은 이번 제휴로 어떤 것을 얻게될 것인가?

잠시 이 두 회사의 제품과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을 살펴보자.


Nokia는 최근들어 세계 경기 침체와 더불어 이익이 줄어들고 단말기 판매량도 줄어들었다. 또한 이제까지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군림해 왔지만, iPhone과 BlackBerry, Pre, G1 등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스마트폰의 헤게모니를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피처폰 물량공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성장세는 위협적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트렌드에 밀리고 있으며, 피처폰은 물량면에서 삼성전자가 치고 올라오고 있다. 뭔가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Inte은 어떤 상황일까? Nokia와 마찬가지로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주력인 PC용 CPU 시장이 정체되고 있다. 경기 침체 뿐만 아니더라도 예전처럼 폭발적인 PC용 CPU 수요는 앞으로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우울한 상황이다.

대신 이익은 떨어지지만 ATOM이라는 저전력 모바일 CPU의 성공은 Intel이 또 다른 가능성을 느끼기에 충분한 역할을 했다. Wind River 인수와 Moblin이라는 OS의 개발은 모바일에 대한 상당한 관심이 있다는 증거다. 또한 WiMAX의 최대 후원자로 Wireless 분야로도 꾸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렇게 살펴보면 두 회사의 협력은 우연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원래 전략적 제휴라는 것은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상대방을 통해 보강하는 것이며, 그로 인해 상호 경쟁을 배제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있는 것이다. 

Nokia는 ARM 홀딩스의 기술자산을 바탕으로 개발되고 있는 Qualcomm과 TI가 각각 만든 Application Processor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물론 두 회사의 칩은 삼성전자도 LG전자도 사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BlackBerry도 Palm의 주력제품도 이 칩들을 사용한다. Apple의 iPhone 역시 ARM 아키텍처 기반의 삼성 CPU를 사용한다.

Nokia는 이들 경쟁자들과 다른 차원에서 스마트폰을 만들어야할 압박감을 느끼고 있으며, 그들만의 독특한 스마트폰을 창조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꿈을 이루어줄 협력자는 바로 세계 최대의 칩 메이커 Intel인 것이다.

Intel은 데스크탑 PC용 CPU 시장을 장악한 이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압박감이 존재한다. 비록 기존 노트북 CPU 시장을 갉아먹는 ATOM을 개발하여 찜찜한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다음 사업의 가능성을 모바일에 두고 있는 것은 확인된 것이다.

현재 모바일 분야에서는 휴대폰 단말기와 넷북, MID 등 다양한 제품군 카테고리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서로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 이 부분에서 ARM(ARM Core기반)과 대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재로서는 ARM Core가 기선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Qualcomm은 Snapdragon(ARM Core기반)이라는 플랫폼으로 넷북을 위협할 스마트북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선언했다. 넷북의 컴퓨팅 기능에 이동통신까지 덧붙인 새로운 형태의 컴퓨팅 디바이스를 내놓았다.  또 다른 요주의 경쟁자 nVidia는 Tegra라는 또 다른 ARM Core CPU를 통해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들이 노리는 시장은 현재 Intel이 장악하고 있는 넷북시장이다.

이런 가운데 Intel은 모바일 시장의 노하우가 절실히 필요했으며, 자사의 모바일 CPU를 소비해줄 고객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고객이 휴대폰 단말기 1위 제조사인 Nokia라면 더할나위없이 좋을 뿐이다. 점유율로 1위와 나머지를 가린다는 점은 Intel이 제일 잘 알고 있는 시장의 생리다.

Intel과 Nokia 양사가 본격적으로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의 광범위한 협력을 추진한다면 단순히 칩과 단말기의 수요를 벗어나 기술적인 표준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분명히 시간은 걸린다는 전제를 깔아야 한다.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당장 양사가 해결해야할 문제점도 많다.

우선 4G 이동통신 방식의 경쟁이다. Nokia가 주도하는 LTE와 Intel의 WiMAX가 그것인데, 이 부분은 반대로 경쟁이 아니라 호환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두 기술의 호환성을 높이거나 듀얼 모드를 지원한다면 더 없이 좋은 기회가 양사를 찾아오게 된다. 실제 두 기술의 상당 부분은 호환이 가능하다.

둘째, OS의 문제이다. iPhone OS, Anroid, Symbian, Windows Mobile, BlackBerry OS, webOS 등 모바일 OS의 춘추전국시대다. 양사는 Symbian, Maemo와 Moblin이라는 OS를 개발 및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양사가 개발하는 플랫폼의 최종 단말기엔 Moblin과 Maemo가 채택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ARM Core 기반의 제품들과의 차별성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스마트폰 시장의 룰을 깨고 싶어하는 Nokia와 모바일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Intel의 의지가 교집합을 이룬 것이 이번 전략적 제휴의 핵심이다.

이번 합의로 Intel과 Nokia는 Mobilin과 Maemo를 비롯한 몇개의 오픈소스 모바일 리눅스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하고, Nokia의 HSPA 및 3G 기술자산(IP) 라이센스를 Intel 제품에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양사의 협력으로 더욱 새로워진 ATOM 기반의 스마트폰이 나올 것이며, 그 시기는 빠르면 내년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비록 양사의 협력관계 선언으로 빠른 시간내에 특정 제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두 회사의 협력은 분명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기폭제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