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HP의 PC 사업부 분사 또는 매각 소식과 함께 webOS 기기 제조 중단 소식은 세계적인 빅뉴스였다. 세계 PC 시장 1위 기업이 PC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소식은 충격적일 수 밖에 없는 뉴스다. 또한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는 타블렛 시장에서의 철수도 놀라운 결정으로 보인다.

전임 CEO Mark Hurd의 결정하에 인수하긴 했지만 webOS를 중심으로 하는 Palm 인수는 HP 주주들에겐 긍정적이었다. 자사의 PC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스마트폰과 타블렛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2010/06/21 - [기술 & 트렌드] - webOS기반 스마트폰은 계속 나온다

Palm 인수 후 당시 CEO였던 Mark Hurd는 webOS를 이용한 스마트 기기 시장 뿐만 아니라, Palm의 지적재산권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었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HP에서의 시너지를 극대화시키겠다는 입장이었다.

2010년 8월 성추문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Palm 인수에 나섰던 Mark Hurd는 HP를 떠났다. 새로운 CEO Leo Apotheker는 webOS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2월 Palm 시절부터 준비하던 webOS 타블렛인 TouchPad를 공개했다.

2011/02/10 - 첫 webOS기반 타블렛은 TouchPad

시장반응은 미지근했다. iPad의 독주속에 Android 진영의 타블렛들이 시장에 소개되고 있던 시기였다. Palm이 아닌 PC 시장의 리더가 내놓은 타블렛이라는 점만이 TouchPad에 대한 유일한 관심사였다.

iPad나 Android 타블렛, 심지어 RIM의 PlayBook에 비해서도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시장의 모바일 OS 점유율처럼 webOS 기반의 TouchPad 역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 사이 HP 내부에서는 분주한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3월 HP는 큰 결정을 내리게된 것이다. 일부 언론을 통해 루머처럼 공개되었지만, HP가 수익성이 떨어지는 PC 사업을 접을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보도가 발표되자 HP는 이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해도 TouchPad의 운명은 결정되지 않은 것 같다. 이미 HP는 TouchPad를 시장에 공급하기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관심은  iPad와 Android 타블렛으로 굳어진 상황이어서 RIM의 PlayBook과 함께 HP TouchPad 역시 찬밥신세였다.

스마트폰과 타블렛은 이미 플랫폼과 생태계 싸움으로 바뀌었다. 가격과 성능, 디자인은 그 다음 요소가 되었고, 얼마나 더 많은 개발자와 애플리케이션, 고객을 확보하느냐가 싸움의 중요한 경쟁력이 되었고 TouchPad는 시장에서 이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

7월 1일부터 미국시장에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기대를 걸었지만, 경쟁사들과 비슷한 가격에 빈약한 애플리케이션 지원은 걸림돌이었다. 16GB 499 달러, 32GB 599 달러의 Wi-Fi 제품만 내놓았고, 3G 지원 모델의 공급일정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최근까지 Best Buy를 통해 판매된 제품은 2만 5천 대 수준으로 기대이하였다. 초기 납품 물량이 27만 대였기 때문에 90% 이상이 재고로 쌓인셈이다. 저조한 판매량에 8월 10일부터는 가격도 각각 100 달러씩 낮췄지만 여전히 반응은 싸늘했다. 급기야 Best Buy는 HP에 반품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이런 뉴스가 나온 뒤 바로 HP의 PC 사업 철수와 webOS 기기 생산 중단 뉴스가 터졌다. HP는 바로 TouchPad 떨이판매에 나섰다. Best Buy의 경우 초기 가격에서 400 달러를 낮춰 온라인으로 99 달러와 149 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Staples 같은 경우 50 달러를 더 낮춰 16GB 모델을 49 달러에 판매했다. 대폭적인 가격인하 소식에 온라인에서는 바로 매진되었다. 매장을 찾아가도 떨이제품 찾기가 힘들 정도로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처럼 파격적인 할인가격으로 TouchPad를 재고소진하는 것은 webOS에 대한 HP의 입장도 함께 유추해볼 수 있는 단초다. 개인고객을 상대하는 소매용 단말기를 빠르게 처리하는 것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사업매각이나 중단으로 이어질 것 같다.

PC 부문은 아직 큰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남은 재고 제품의 경우 PC 사업부에 할당하여 끼워팔기 형태로 가져가더라도 지금보다 손실폭을 줄일 수 있는데, 이처럼 급하게 재고처리하는 것은 webOS 전반에 대한 재매각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대폭적인 할인으로 OS 업데이트나 A/S 전반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털어, webOS 사업부문을 가져갈 제조사를 떠 빠르게 찾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아니면 이미 물밑으로 인수 희망 기업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HP가 Palm을 인수할 때 webOS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모바일 관련 특허자산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었다. PDA 제조시절부터 스마트폰과 타블렛을 제조할 때까지 Palm이 보유하고 있던 특허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HP가 PC 사업 철수와 webOS 기기 제조 중단 발표 시점도 최근 시장 상황에 맞춰보면 절묘하다. 메이저 제조사들 사이에 특허 소송이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Google이 Motorola Mobility를 인수하는 등 모바일 시장에 지형도가 바뀌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HP의 이번 발표는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7월 출시 제품의 8월 판매 중단은 뭔가 급하게 결정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인수한 업체의 기술을 1년 넘게 다른 사업 부문의 시너지를 강조하며 지원하던 모습에서 사업 중단이라는 형태로 돌변했기 때문에 그 저의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8월에 판매 중단할 제품을 7월에 내놓고, 한차례 가격을 인하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어쩌면 HP의 미래 전략상 잘못 인수한 기업의 몸값을 제대로 받기위한 또 다른 전략적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면 멀쩡한 신제품의 가격을 원가에 가까운 초기가격의 20% 수준으로 깎아 판매할 이유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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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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