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에 이어 DRAM 생산 세계 3위인 일본 Elpida Memory가 도쿄지방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만기도래 차입금을 조달할 방안을 찾지 못하자 결국 파산보호신청에 이른 것이다.


Elpida Memory는 1999년 NEC와 Hitichi의 메모리 제조 조인트벤처로 출발했다. 2003년 Mitsubishi의 DRAM 사업부문까지 인수하면서 일본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떠오르며 2004년 도쿄증시에 상장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잘 나가던 Elpida는 세계 DRAM 시장의 가격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2010년 4월 자금 마련을 위해 Kingston Technology에 일부 지분을 매각했고, 2011년 7월 또 다시 주식과 채권을 매각한다고 발표했지만 원하는 자금을 모으는데 실패했다.

2000년대 후반들어 DRAM 분야는 날이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었고, 자본을 바탕으로 한 치킨게임이 계속되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벌인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45.1%로 1위를 차지했고, 다소 어려움을 겪었지만 2위 하이닉스 역시 21.6%의 점유율을 차지재 3위와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벌였다.

반면 3위 Elpida Memory와 4위 Micron 등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각각 12.2%와 12.1%의 점유율로 적자행진을 이어나갔다. 1위 삼성전자만이 이익을 남기는 구조는 점유율의 격차도 계속해서 커지게 만들었다. 2009년을 분기점으로 삼성전자는 상승세, 하이닉스는 보합세, Elpida는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Elpida Memory는 한때 신화를 자랑하던 일본의 하나 남은 메모리 반도체 대표기업으로, 일본정부 역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일본정부는 Elpida에 약 5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인데, 사업의 포기보다는 회생의 방향으로 촛점을 맞추고 있다.

Elpida의 위기는 PC산업의 위기와 닿아있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면서 스마트폰과 타블렛 등의 모바일 기기의 급격한 성장으로 PC시장이 위기를 맞으면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PC 수요의 감소는 결국 DRAM 업체들을 치열한 가격 경쟁 구도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16%)와 하이닉스(23%)는 PC용 메모리 비중이 Elpida(55%)에 비해 낮은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느긋한 편이다.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기기에서는 DRAM보다는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하며, 과잉공급된 DRAM은 가격경쟁만이 생존의 방법이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Elpida에 비해 여유가 있었고, 가격경쟁에서 주도권을 쥐었다. 여기에는 일본의 엔고현상도 큰 몫을 차지했다.

급기야 2011년에 벌어진 태국홍수 사태는 Elpida에게는 큰 위기가 되었다. 주력품 중의 하나인 하드디스크 버퍼 메모리 납품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세계경기 침체와 PC산업의 불황, 엔고현상과 태국홍수 사태로 인한 하드디스크 생산감소 등은 Elpida에게 피할 수 없는 치명타를 날렸다.

Elpida의 부채총액은 4,480억 엔으로 약 56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일본 제조기업의 파산규모로는 최고로 크다고 한다. 27일 월요일 증시가 마감된 후 밝힌 파산보호 및 법정관리 신청으로 본격적인 회생작업이 시작될 예정인데, 다음 달 28일 도쿄증시에서 상장 폐지된다.

세계 3위 DRAM 업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경쟁사들은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혜주로 꼽히고 있는데, Elpida의 공급물량을 어느 정도는 흡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치열했던 가격경쟁 역시 다소 느슨해질 전망이며, DRAM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Elpida의 회생 방안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지만, 정리보다는 투자 확대 혹은 매각의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마지막 DRAM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한국, 미국, 대만 등과의 반도체 경쟁에서 일본이 빠지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일본정부의 투자만을 기대하기는 힘든 면도 있다. 현재로서는 투자를 늘인다고 해도 회생의 가능성이 크게 높지는 않기 때문이다. 채무동결 후 시설 매각과 운영 비용 절감, 투자 등을 통해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해도 현재의 경쟁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기업으로의 매각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4위 Micron과 NAND 플래시 메모리에 집중하고 있는 Toshiba도 후보로 꼽힌다. Micron은 Elpida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하이닉스를 제치고 2위 자리로 부상하게 되며, Toshiba는 DRAM 메모리 기술을 확보하게 되어 삼성전자와 정면 대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DRAM 시장은 현재 PC용 중심에서 PC용이 아닌 특수목적의 DRAM 시장과 NAND 플래시 메모리와의 기술융합을 이룬 MCP(Multi-Chip Package)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모바일 기기 수요의 급증에 따른 것이다.

반면 전통적인 DRAM 시장은 날이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1Gb DDR3 메모리의 경우 1년 사이 가격이 77%나 하락했다. Elpida나 대만 Nanya 등이 고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위 Elpida의 파산보호신청은 그래서 세계 PC용 메모리 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Elpida Memory의 파산보호신청은 몇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PC시장의 퇴조에 따른 PC용 DRAM의 수익성 악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이 미국,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로 완전히 넘어왔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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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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