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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의 사이즈가 통상 5인치 이상 7인치 이하의 제품을 패블릿(Phablet)이라고 부른다. 이는 스마트폰 중에서 디스플레이가 5인치 이상의 제품군과 소형 태블릿 디스플레이 사이즈까지의 제품을 이르는 신조어다. 'Phone + Tablet'의 합성어라 할 수 있다.

 

패블릿의 원조는 2010년 6월에 출시된 Dell Streak (Dell mini 5)이라 할 수 있지만, 실제 시장에서 패블릿 바람을 일으킨 제품은 삼성전자의 Galaxy Note라 할 수 있다. 2011년 10월 출시된 이 제품은 S-pen이라는 스타일러스펜과 함께 제공된 5.3 디스플레이 Android 스마트폰이다.

 

Galaxy Note는 작년 8월말까지 전세계적으로 약 1천만대 가량 판매된 삼성전자의 베스트셀러 모델이 되었다. Galaxy Note는 국내에서도 스마트폰의 대형화 바람을 불러 일으킨 제품으로, 경쟁사 LG전자의 Optimus Vu라는 대응 제품도 나오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Galaxy Note 2와 S Pen

Galaxy Note의 후속 버전인 Galaxy Note 2의 경우 2012년 10월 시장 출시 후 2개월만에 5백만대를 판매하는 기염을 토하며 패블릿 시장의 가능성을 그대로 증명한 제품이 되기도 했다. 현재도 Galaxy S3와 함께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의 반열에 올라와 있다.

 

2012년은 Android 스마트폰은 대부분 4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 장착이 대세를 이뤘다. iPhone의 경우 4S 버전까지 3.5인치를 고수했었고, iPhone 5의 경우 폭은 그대로 두고 길이만 늘어난 4인치 제품을 출시하여 대형화 바람에 가세했다. 제조사들의 주력 스마트폰 제품들은 4인치 이상 제품이라고 정의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3인치대 디스플레이 신형 스마트폰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패블릿 시장 올해를 기점으로 지속 성장세

 

5인치 이상 패블릿 시장전망 (출처 : IHS iSuppli)

 

IHS iSuppli Research는 Mobile Handset Display 마켓 동향 보고서를 통해 2013년 패블릿 시장이 전년보다 136% 성장하여 전년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1년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이래 2012년에 2,560만대의 판매고를 올렸고, 다시 올해 2013년엔 6,040만대를 판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4년에 9천만대 수준에서 2년 후인 2015년엔 1억 2천만대 수준의 시장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예측했는데, 디스플레이 대형화가 꾸준히 늘어나는 수요가 있는 하나의 트렌드인 것처럼 판단했다. 2016년엔 무려 1억 4,600만대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IHS iSuppli Research는 이렇듯 패블릿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를 디스플레이 제조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의 제품 차별화 전략에서 비롯되었다는 진단을 내렸다. 현재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은 더 풍부해진 콘텐트를 스마트폰에서 즐기길 원하고, 이를 무리없이 구현할 수 있는 기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IHS iSuppli는 대량생산으로 인한 단가 인하와 맞물린 저온 폴리 실리콘 LCD (LTPS LCD)의 공급으로 5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가 시장 주력 상품이 되었다는 점도 패블릿 인기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진단했다.  

 

패블릿의 인기는 삼성전자의 Galaxy Note 시리즈가 주도했으며, LG전자가 곧바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주요 제조사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팬텍의 경우도 조만간 5.9인치의 새로운 Vega 시리즈 패블릿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LG전자도 Optimus G 시리즈 제품에 5.5인치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Huawei Ascend mate

 

얼마전 끝난 CES에서는 중국 제조사들이 패블릿 바람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Huawei는 현재까지 시장에 나온 가장 큰 스마트폰인 Ascend Mate를 공개했다. 무려 6.1인치 디스플레이에 720p의 HD급 화질을 제공하며, 361 ppi의 해상도를 자랑한다. 같이 공개한 Ascend D2라는 모델에는 5인치 디스플레이에 1920x1080의 Full HD 443 ppi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ZTE 역시 Grand S라는 모델을 통해 5인치 디스플레이에 6.9mm라는 초박형 스마트폰을 공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화면은 커졌지만 두께는 훨씬 얇아지고 고성능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으로 관심을 모았다.

 

뿐만 아니다. PC 시장에서 HP를 위협하고 있는 Lenovo의 경우도 K5라는 모델을 통해 5인치 디스플레이의 패블릿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또한 5.5인치의 K900이라는 플래그십 모델은 Intel의 ATOM 아키텍트 기반의 AP를 채용하여 관심을 집중시켰다.

 

2013/01/09 - 인텔 인사이드 스마트폰 Lenovo K900 발표

 

Huawei, ZTE 외에도 중국 기업들은 모두 약 10종 이상의 패블릿 제품을 올해 상반기 중에 내놓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제조사 뿐만 아니다. Sony는 Xperia Z라는 모델을 통해 5인치의 Full HD 해상도의 스마트폰도 공개했다.

 

패블릿 전성시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처럼 2012년에 이어 올해는 스마트폰의 주류가 iPhone을 제외하고는 패블릿으로 수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인치 이하의 제품군은 보급형으로 전락하는 듯한 인상이고 제조사들의 주력은 5인치 이상의 패블릿으로 정해지는 듯한 양상이다.

 

이러한 현상이 모바일 기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크게 세가지 관측이 관심을 끌고 있으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Apple의 대응이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디스플레이 크기의 변화는 Apple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3.5인치에서 4인치로 바뀐 첫 제품이 iPhone 5인데, 소비자들은 점점 대형 디스플레이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Apple의 고민거리다.

 

Apple iPhone 5

Android 스마트폰은 4인치에서 5, 6인치대까지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의 기호도에 따라 대응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Apple의 전략은 디스플레이에 관한한 선택의 폭이 좁다. 4인치대의 iPhone 다음 크기는 바로 iPad mini이며 7.9인치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5인치와 6인치 7인치 초반의 디스플레이 대응 공백이 생기는데, 가장 큰 문제는 Android 스마트폰들이 이러한 공백을 적절히 공략하고 있으며, 소비자 역시 이러한 제조사들의 움직임에 적절히 호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iPad mini의 경우 음성통화 기능이 없는 데이터 전용의 태블릿이라는 점과 스마트폰인 4인치의 iPhone 5로는 패블릿 카테고리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은 새로운 iPhone 모델에 대한 기대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만일 Apple이 패블릿 시장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다.

 

두번째, 패블릿은 엉뚱하게도 소형 디스플레이 태블릿 시장을 잠식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5~6인치의 디스플레이는 태블릿에는 충분히 미치지 못하지만 HD급 혹은 Full HD급 해상도를 제공함으로써 태블릿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결국 음성통화 기능이 배제된 태블릿 카테고리에 스마트폰이 진입하게 됨으로써 소형 저가형 태블릿의 존립을 위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Nexus 7이나 Kindle Fire, iPad mini 등 7인치대의 주력 태블릿들은 폰과 태블릿의 장점을 모두 가진 패블릿에 밀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물론 가격적인 측면이나 음성이 아닌 데이터 위주의 모바일 서비스 소비 패턴을 보자면 여전히 소형 태블릿 시장의 잠재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 두 제품을 모두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분명 태블릿 시장에는 위협적인 요소다.

 

이는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8인치 이상의 일반적인 태블릿 시장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야 하는 것인지도 예측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저렴하고 강력하며, 생산적인 기능으로 제품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PC, 특히 랩톱 시장은 더더욱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번째, 패블릿 시장의 형성은 리치 콘텐트(Rich Content) 시장을 좀 더 빠르게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게임, 영화, 음악, 전자책 등 기존의 멀티미디어 콘텐트들은 패블릿의 성장에 따라 더 좋은 기회를 맞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5인치 이상의 패블릿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러한 리치 콘텐트에 대한 소비 욕구 덕분이다. DMB같은 디지털 모바일 TV가 LTE, Wi-Fi 등의 고속 무선통신 기술과 N스크린 서비스, 태블릿 보급, 스마트폰의 고사양화에 따라 성장세가 멈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모두 영상이나 전자책, 그래픽이 화려한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한 콘텐트 소비가 늘어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이러한 리치 콘텐트의 소비는 덩달아 패블릿의 수요를 가속화시켰으며, 모바일 디지털 콘텐트 생산을 촉진시킨 측면이 있다. 태블릿 보급으로 인한 리치 콘텐트의 생산 증가도 패블릿 시장을 더욱 키우는 측면이 있다.

 

패블릿 시장의 미래는?

 

지금 당장은 패블릿의 미래를 한마디로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패블릿이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는 것은 지속적인 Android폰의 시장 점유율 확대로도 짐작할 수 있다. 

 

3.5인치나 4인치 초반의 상대적으로 (일반 해상도) 작은 디스플레이 제품은 저가형 모델로 정착되었고, 4인치 후반 혹은 5인치 이상의 대형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이 제조사 및 통신사의 주력 모델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의 수요가 대형화로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커진 디스플레이에 리치 콘텐트의 보급 증가는 작은 디스플레이 기기로의 회기를 막는 중요한 결합이 되고 있다. 결국 콘텐트의 대형화가 소비자의 모바일 서비스 패턴을 대형 디스플레이 중심의 기기 수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에서의 통화가 점점 줄어들고, 통화가 음성 위주가 아닌 영상 혹은 주변 기기와의 연결이 늘어나면 한동안 디스플레이 크기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영상통화는 스마트폰을 귀에 대지 않고도 통화가 가능하며, 주변 기기인 이어마이크, 블루투스 기기 등의 오디오 연결 악세서리는 역시 폰 고유의 역할을 줄여준다. 즉, 디스플레이 대형화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대형화와 맞물려 이어마이크의 기능 개선이나 획기적인 아이디어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경과 연결되는 형태나 또는 이어마이크 초소형화 등의 기술이 선보이면서 발전할 것이다.

 

무한정 디스플레이가 커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성능의 향상과 저전력 부품과 배터리 수명의 개선 등 여러가지 기술적인 향상이 뒤따른다면 7인치까지의 패블릿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앞서 설명했던 리치 콘텐트의 보급과 함께 성장할 것이다.

 

패블릿의 시장 점유율을 점점 높아지겠지만, 당장 비율 자체가 절대적으로 높아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여전히 스마트폰이 고가의 기기이며, 개발도상국이나 제3세계의 경우 가격은 스마트폰 보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Apple의 저가형 iPhone 소문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 역시 디스플레이 대형화로 인한 수요 증가보다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층을 늘이는게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는 근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디스플레이 사이즈나 3.5인치 제품이 나온다 하더라도 시장 확대는 여전히 기존의 일반적인 사이즈의 스마트폰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스마트폰 점유율이 기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앱 생태계도 함께 하기에 이러한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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