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제조업을 상당히 후진적인 산업으로 보는 경향이 팽배해졌다. 서비스산업의 시대에 정보산업의 시대가 도래하자 농업과 같은 1차 산업에 이어 2차 산업의 중심인 제조업 역시 사양산업으로 보는 눈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제조업은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 제조산업은 대량소비를 필요로 하는 도시생활에서는 빠져서는 안되는 필수산업이다. 그만큼 중요한 산업인데 비해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제조산업은 오늘날의 도시사회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도시는 다양한 기업으로부터의 대량생산, 급속한 대량소비를 만들어 내면서 제조산업은 빠르게 성장했고 또한 무한경쟁의 시대로 몰아넣었다.

 

다양한 기업의 출현과 무한경쟁은 제품 품질의 향상을 가져왔지만 반대로 자본력과 시장지배력을 통해 몇 개의 기업만이 시장을 독차지하는 독과점을 형성하였다. 독과점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오랫동안 제조산업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었다.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대중에게 판매할 정도의 제품을 만드는 데는 여러가지 장벽이 존재했는데, 자본과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 다양한 요소가 누구나 제조산업으로 뛰어들지 못하게 했다.

 

뿐만 아니다. 현대사회로 진입하면서 지적재산권의 개념이 강해졌고, 먼저 제품을 만들어낸 기업들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보호받는 자사의 무형재산으로 만들어 버렸고, 독점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또 하나의 장벽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상품의 아이디어, 특히 제조업에서의 상품은 제조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로부터도 나왔다. 그러나 특별히 소비자의 아이디어가 실물상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적재산권이었으며, 제조자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그런 무형의 자산을 실제 상품개발을 위해 사용하거나 지켜내기란 힘든 일이었다.

 

소셜 제품 개발, Quirky.com

 

Quirky.com(퀄키닷컴)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실제 상품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누구나 아이디어만으로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Quirky 설립자 Ben Kaufman

 

23세의 Ben Kaufman이라는 청년은 2009년 Quirky.com을 설립했다. 고교 재학 중이던 2005년 18세 때 부모에게 부탁하여 집을 담보로 자본금을 마련한 후 iPod 액세서리를 만드는 Mophie를 설립했다. 

 

Mophie는 iPod용 케이스, 이어폰 감개, 암밴드, 클립 등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었는데, 2006년 MacWorld 2006에서 전시제품 중 우수작에게 수여하는 'Best In Show'를 수상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또한 VC로부터 2백만 달러를 투자받는 등 주목받는 기업이 되었다.

 

매출이 급상승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빌렸던 돈도 갚고, 2007년엔 mStation 이라는 기업에 Mophie를 매각했다. Mophie의 성공비결은 5만 회원을 가진 커뮤니티 성격의 사이트 덕분이었다. 회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상품을 만들어냈고, 결국 인기있는 제품으로 명성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2009년 7월 Ben Kaufman은 Mophie와 Kluster를 거쳐 '소셜 제품 개발'을 핵심 가치로 하는 Quirky.com을 설립했다. Mophie의 성공 요소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예 그러한 소셜 상품 개발 자체를 플랫폼화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Quirky의 사업 진행 흐름

 

Quirky의 프로세스는 위 그림과 같다. 누구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데, 아이디어를 접수 받으면 커뮤니티의 여러 사람들이 이를 평가하게 된다.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지, 어떠한 아이디어를 더하면 성공하는 상품이 될 것인지 등을 조언받는 것이다.

 

회원은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낼 수 있지만, 10달러라는 아이디어 등록비를 내야한다. 무분별한 아이디어의 등록으로 이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피로도를 줄이고, 아이디어 발명자의 책임있는 사업화 아이디어를 촉구하기 위함이다.

 

일단 아이디어가 승인이 되면 Quirky와 커뮤니티의 영향력 있는 회원(Influencer)들로부터 디자인과 브랜딩, 엔지니어링 조언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역할에 따라 나중에 실제 상품이 판매되면 매출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Quirky에서는 영향력(Influence) 지수가 상당히 중요한 지표인데, 발명이나 아이디어의 접수 승인, 상품화 과정의 각종 활동, 이를테면 투표, 멘트, 평가 등의 조언 활동 정도, 실제 상품 개발에 있어서 연구와 디자인, 브랜딩 등의 활동에 따라, 또한 상품이 완성되었을 때 선주문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Quirky의 회원들은 아이디어를 내지 않아도 제출된 아이디어에 대한 투표나 상품화 과정에 개입하여 각자의 역할을 제공하게 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영향력 지수를 부여받게 된다.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상품 개발에 뛰어들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상품화에 성공하게 되면 Quirky는 플랫폼 제공 대가를 가져가게 되는데 Quirky.com shop을 통해 직접 판매되면 매출의 30%를, Quirky.com이 아닌 외부 채널을 통해 도매 혹은 소매 방식으로 판매될 경우 10%를 가져간다. 나머지 매출은 각 역할에 따라 지분을 나눠주게 된다.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은 최대 42%, 상품의 개선에 도움을 준 사람은 최고 6%, 이미 접수된 타 아이디어와의 비교를 통해 선택된 아이디어일 경우 3%, 사용자 투표로 상품 개발이 선택되면 최대 9%로 선택된 상품 투표자 수로 나눠 받게 된다.

 

상품에 대한 조사와 연구에 협조하게 되면 역시 상품 판매가 5%의 범위 내에서 자신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며, 제품의 디자인, 최종 상품화에 대한 개선, 그 외에 색상이나 재질, 마감과 작명, 상품의 특징 소개, 가격결정 등의 역할에 따라 지분이 나눠진다.

 

이렇게 하여 판매매출의 70% 혹은 90% 전체가 상품 개발에 참여한 회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Quirky는 신제품 개발 완료 및 생산, 마케팅, 직접판매 등의 역할로 10% 혹은 30%의 매출을 가져가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 상품 개발 기여도에 따라 회원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Quirky는 이렇게 만들어진 상품들을 자사의 사이트에서 직접 판매한다. 거의 대부분 생활속에 사용되는 것들로 이른바 아이디어 상품들이다. 다른 아이디어 상품들과 다른 점은 많은 소비자들의 아이디어와 개선의견을 반영하여 최종 통과된 제품이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Quirky를 통해 가장 인기를 모은 제품은 Jake Zien과 708명의 기여자(Influencer)를 통해 만들어진 Pivot Power라는 제품이다. Jake는 이 제품으로 수십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품은 계속해서 판매될수록 Quirky와 제품 발명자, 기여자들에게 매출의 일정 부분이 돌아간다.

 

 

다양한 각도로 꺾이는 이 제품은 29.99달러에 판매 중인데 Quirky 최대의 히트제품이다. Quirky는 단순히 제품을 완성시키는 프로세스와 제작만을 담당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모든 특허와 권리를 가지게 되므로 타사가 함부로 따라 만들 수 없게 해놨다. 이런 절차로 아이디어 제안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수익모델도 지키는 것이다.

 

소셜 시대의 제조 혁신 모델

 

Quirky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이디어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을 활용한 제품 개발이다. 대중의 아이디어로부터 상품을 구상하여 결국 그런 아이디어를 제공한 대중 자체를 소비자 기반으로 삼아 소비자 중심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Quirky는 제조의 진입장벽이라 할 수 있는 자금과 엔지니어링, 시장조사, 판매 등을 직접 제공하고, 아이디어 제안자와 이를 완성된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각종 역할을 제품 개발자인 소비자에게 직접 매출 지분을 부여하여 강력한 동기를 제공했다.

 

Quirky를 소셜 제품 개발 플랫폼이라 부르는 이유는 바로 소비자의 집단지성과 커뮤니티 회원의 평판(기여도)을 기반으로 Quirky의 제조 능력(제조 협업 능력)과 자본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소셜을 힘을 상품 제조에 적극 활용한 것이다.

 

훌륭한 아이디어라면 누구나 회원들과 공유하여 실제 상품으로 가다듬고 결국 상품화가 이뤄지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받는 시스템이어서 결국 소비자인 제안자도 만족하고, 이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Quirky도 수익을 내는 구조다. 물론 Quirky는 제품 개발 시 위험부담도 함께 가져가지만, 소비자로부터 검증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상품을 개발 판매하는 것으로 위험을 상당부분 상쇄시켰다.  

 

그러나 Quirky의 한계도 명확하다. 아이디어 중심이어서 6개월 내에 시중에 판매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상품 개발에만 적용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R&D를 제공하여 제품을 더욱 발전시키는 형태의 전형적인 제조기업 운영방식을 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TV를 비롯한 복잡한 기능의 가전 제품 제조, 기술적 노하우나 제조의 노하우가 반드시 필요한 장치산업, 중공업 등은 이러한 모델을 적용하기 어렵다. 대신 단순 기능의 악세서리, 잡화 등은 비교적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Quirky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소비자인 대중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것이며, 이를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의 개발 과정으로 채택했다는 점이다. 여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 제안자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제품화 과정에서의 기여도에 따른 보상이 확실하고 투명하다는 점이다.

 

모든 기업이 Quirky처럼 따라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Quirky처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를 소비자로부터 얻고, 이를 적절히 보상하여, 아이디어 제안을 활성화시켜 결국 자사 제품 개선이나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그것이 바로 Quirky로부터 배울 수 있는 진정한 교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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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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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7.17 1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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