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월요일은 늘 멍~~하다. 아니, 멍했다. 이제 달라질 것 같다.

 

1년 6개월 넘게 월요일은 아침이 아니라 새벽에 일어나야했다.

 

매주 월요일 새벽 (아침이라고 표현하지도 않는) 5시가 안된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 전 날 일요일밤 눈을 감아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내일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불안감. 마치 그 시간에 일어나지 못하면 인생의 뭔가에 큰 좌절을 느낄 것 같은 무서움 때문이었다.

 

자다가 혹시나 싶어 눈이 떠지면 휴대폰 홈버튼을 눌러 시간부터 읽는다. 어두 컴컴한 방에 밝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어 큰 숫자가 나타나는데, 새벽 1시 40분. 또 잠시 눈을 감다가 깜짝 놀라 시간을 보면 3시 20분. 일어나야 할 시간이 가까울수록 또 잠은 청해지지 않는다.

 

5시. 월요일은 알람과 함께 벌떡 일어나 이불을 개고, 세면대에서 머리부터 감는다. 후다닥 일사천리로 처리하면 5시 15분. 어제밤 챙겨둔 가방과 옷을 입고서는 일주일이 시작된다.

 

집을 나서면 벌써 도로 신호등은 정상 작동한다. 그 시간이면 밤새 황색등으로 주의만 주던 신호가 정신 차리고 교통 정리를 한다. 아무도 없고, 차도 없는 신호등을 건너 뚜벅 뚜벅 지하철로 향한다.

 

2호선 영남대 방향 이곡역 첫 차 5시 30분. 그 첫차 출발역이 집에서 가까운 이곡역이다. 그렇게 가서 시내 반월당역에서 1호선 갈아타고 동대구로 가면 6시 18분 기차를 탈 수 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2시간의 기차 상경시간에 잠도 자지 못하고 멍하게 밖을 바라보거나 멀뚱멀뚱 기차안을 구경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눈을 감으면 잠이 왔고, 눈을 뜨면 어느새 서울역에 도착해 있었다.

 

서울역 도착 시간이 8시 15분경. 한창 바쁠 시간이다. 서울역 도착하면 잠이 확 깬다. 잠 자던 도시는 오간데 없고, 나 같은 많은 사람들이 전쟁터 물자 보급하는 병사들마냥 짐꾸러미들을 손에 쥐거나 등에 매고 지하로 지하로 흐른다.

 

4호선 타고 충무로까지, 그리고 다시 3호선 타고 교대역까지 간다. 출근 시간 9시를 맞추려는 사람들로 객실안은 만원이다. 온도 맞추려고 쌀쌀한 날에도 에어컨은 돌아가지만 여전히 3호선 지하철 안은 땀이 날 정도로 덥다. 어떤 날은 등에 울러 맨 백팩에서 땀이 느껴진다.

 

교대역 직전 역인 고속터미널역에 서면 7호선 9호선에서 내려 환승하는 승객들이 물밀듯 밀려 들어온다. 다음 정거장이 바로 목적지 교대역.

 

내리면 모두들 스마트폰으로 시간 확인 한번 하고 9시 직전 각자의 정문에 터치다운을 위해 달려간다. 나도 별 수 없다. 9시 이전 안전선 도착(세이프)이 목적이다 보니 결승점의 운명을 쥐고 달리는 3루 주자와 같아진다.

 

젠장, 58분을 넘겨 결승점에 태그로 출근 사인 하면 끝인 줄 알지만, 그 시간에 몰려든 우리 동료들은 승강기 앞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인생 월세 아니면 전세라고 하지 않는가. 이번에 못타면 다음 차... 입사 초기엔 촌놈같이 양보도 많이 했다. 바보 같이... 서울살이 안 해본 촌놈처럼... 경쟁은 엘리베이터부터 시작된다는 걸 늦게 알아 버렸다.

 

'엘리베이터 때문에 늦었어요' 맘 속으로 외치며 내 자리에 앉는다. 그게 내가 들어서는 사무실 월요일 풍경이다. 다들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며 키보드 두드리거나 문서 읽고 있다. 미안하고 어색하다.

 

이 지긋지긋한 반복도 이제 끝난 것 같다. 이번 주엔 마지막 이 짓을 하려던 것을 포기하고 일요일 차를 끌고 올라와 버렸다. 일요일밤 달콤한 잠을 위해서 말이다. 월요일 새벽 5시 알람의 고통에서 해방되니 고통 지수는 조금 낮아졌다.

 

젠장! 내가 왜 월요일이면 멍한지 알겠나?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