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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P에 대한 이야기는 귀가 따갑게 듣는 주제 중 하나이다.

VoIP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10여년 가까이 논의되고 있었다. 지금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이 도메인도 초창기 화상회의 및 음성회의 솔루션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cusee.net)

cusee me (씨유씨미 See You See Me)라는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는 내가 만난 첫 VoIP(Voice over IP, Video over IP)였다. RTP를 이용한 유명한 제품이었다.

이런 제품이 나온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때도 사람들은 앞으로 모든 음성통화는 인터넷 망을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호언장담 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VoIP와 얼마나 가까운가? 계속되는 유선전화의 요금요율 문제, 소비자의 인식부족, 제도적인 문제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에 발표된 Infonetics Research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사분기의 전세계 VoIP 장비 시장 매출이 전년 동기 및 전 분기 대비 각각 55% 18% 증가한 6 1,4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VoIP 가입자 수도 북미가 2004 110만 명에서 매년 600만 명씩 증가하여 2008년에 2,430만 명, 유럽은 2004 220만 명에서 2008 2,7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각각 전망되고 있다.


(2006년 VoIP 동향자료 중에서)


그럼 왜 국내에서는 이렇게 VoIP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일까?

1. 좁은 국토에 어울리지 않는 VoIP

위 동향보고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미(미국, 캐나다)와 유럽은 성장세가 뚜렷하고 실제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 왜 그런가 하면, 이들 나라는 북미의 경우 국토가 넓기에 장거리 전화가 일반적이다. 또한 유럽은 단일 권역으로 통합되면서 국가간의 장벽의 사라지면서 생활권이 통합되면서 부터 장거리 전화의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장거리 전화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요금이다. 이는 설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거리 전화회사의 투자와 유지에 따른 당연한 이유이다. 이런 나라에서는 이미 설치된 광대역망을 이용한 VoIP는 비용절감이라는 것이 실제 와 닿는 직접적인 경비 절감이 되는 것이다.

국내는 어떠한가? 상대적으로 국토가 좁고, 또 촘촘하게 구성된 유선망 덕에 장거리라고 할 수 있는 거리가 고작 500K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시외전화요금이라 해도 그리 비싸지 않은 금액에 통화가 가능한 나라이다. 상대적으로 비용절감 효과가 적다는 뜻이다.

2. 초기 도입 비용의 문제

VoIP하면 크게 일반 전화기나 IP폰을 이용한 하드웨어적인 방법이 있고, 소프트웨어를 통한 소프트폰이 존재한다. IP폰이 아직 보급중이긴 하지만 비용이 일반 전화기에 비해 많이 비싸고, IP폰만 갖추면 되는 것이 아니라 교환기나 전용망, 공유기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비용이 비싸다.
또 소프트폰은 장비가 없어도 되긴 하지만, 컴퓨터를 이용해야 한다는 단점과 발신 전용에 가까운 서비스 때문에 반쪽짜리가 되고 있다.
한 회사의 유선 전화를 VoIP 로 바꾸기 위해서는 제공업체가 '소프트 스위치', '미디어 게이트웨이','IP 센트릭스' 등의 장비가 필수이고, 가입자는 IP PBX, VoIP 게이트웨이 등의 장비와 전용 IP폰이나 일반전화를 VoIP로 바꾸어주는 게이트웨이가 필요하다.
물론 해외와 연락을 자주하거나 지사를 관리하는 본사의 경우는 비용을 들여서라도 시스템 교체를 하면 비용이 단계적으로 절감될 것이다. 그렇지만 일반 기업은 바꾸었을 때 비용절감 효과를 누리기 극히 어렵다.
그래서 VoIP를 도입하는 대부분의 가입자는 대기업 위주의 마케팅 본부가 많이 차지 하고 있거나 본사와 지사에 도입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3. 습관 바꾸기의 실패

전화기는 그레이엄 벨이 발명한 1876년이후 130년이 지나도록 그 방식과 디자인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이것은 소비자들이 전화기에 대한 고정관념과 습관에 빠져 있기 때문인데 이 장벽이 만만치 않기에 시장 확대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화기는 자체적으로 전기공급을 하지 않아도 전화국과 연결이 가능하므로 정전시에도 전화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VoIP폰의 경우 인터넷망 문제나 정전시에는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것도 문제점 중의 하나이다. 이런 부분은 곧 개선이될 것으로 보이나 현재 드러난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4. 자리를 내주지 않는 이동통신

우리나라는 이동통신 강국이다. 이 작은 나라에 촘촘하게 깔려있는 유선과 무선망은 VoIP가 자리를 잡을 수 없게 하는 중요 요인 중 하나이다. 유선전화의 몰락은 이동전화 때문이었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현재 국내 VoIP는 유선의 대체재, 즉, 유선끼리 경쟁하는 구도로 펼쳐지고 있다. 이런 경쟁 구도는 최대 유선 사업자인 KT가 사운을 걸고 VoIP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는 이유이다. KT는 서서히 변화를 원하지만, VoIP는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에 KT의 위기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역공으로 유선사업자는 WiFi-Cellular Dual폰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문제점을 피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이동중에 WiFi가 되는 지역은 유선 인터넷의 연장이 무선 Hotspot을 이용하고 나머지는 기존 이동통신망을 이용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동통신사들의 반발이 심하다.

5. 뚜렷한 컨버전스 메리트가 없는 VoIP 서비스

이제까지 VoIP 마케팅의 방향은 늘 비용절감 뿐이었다. 하지만 비용 절감 이유만으로 VoIP로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 외 Data를 활용하는 서비스가 없기 때문이다. VoIP의 장점이기도 한 데이터 통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부재는 VoIP의 입지를 더욱 좁히는 결과만 초래하고 있다. 기업에서도 VoIP 도입시 단순 음성 통화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어야만 도입에 탄력을 받을 것이다. KT 유선전화의 지능망에 해당하는 고급 부가 서비스가 VoIP에 따라야 한다.

결론...

이 포스트는 VoIP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정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황과 나아갈 방향을 같이 제시하려고 했었다. VoIP는 장점이 많은 서비스이다. 음성전용망은 미래에는 사라질 것이다. 모든 것이 데이터로 취급 받는 날이 올 것이다. 데이터망 위에 음성을 싣는 것이 VoIP이지만,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여러 여건이 성숙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큰 기대는 금물이다.

늘 해외의 VoIP 성장율만 가지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대하다 보니, 정작 국내 상황에서 개선시키거나 발전시켜 한국형 VoIP를 만들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 정책과 대기업 유무선 사업자들의 시장 방해도 상당한 편이다. 즉, 제공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선도업체 모두에게 조금씩의 보이지 않는 엇박자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음성 통화 시장은 데이터로 취급받는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보이며, 개인마다 모두 개별적인 데이터 라인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것은 무선형태가 될 것이고, 완전한 IP망이 되기 전까지는 공중망이 이를 보완하는 WiFi-Cellular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점차 WiFi의 IP망 위의 통화로 완전히 옮겨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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