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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현재의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CPU) 시장이 조사를 시작한 1996년 이후로 분기당 출하량 감소율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PC용 CPU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업체인 Intel과 AMD의 실적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것인데, 정황상으로도 라이벌인 두 회사의 굵직굵직한 뉴스들을 접하노라면 CPU 시장의 악화가 전혀 딴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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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CPU)의 출하량은 3분기 대비 17%나 줄었고, 매출로는 18%가 줄었다. 그리고 2007년 4분기 대비 22.2%나 줄어든 수치인 67억 8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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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l의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

PC의 수요가 줄어든 대신 넷북의 수요가 늘긴 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고가인 노트북과 데스크탑의 수요를 줄이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매출로 보면 비슷하거나 다소 떨어졌다는 것은 결국 넷북때문에 중고가(中高價) 노트북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스마트폰의 판매량 증가와 각종 모바일 기기 및 콘솔게임기 판매 역시 PC용 프로세서의 판매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뿐만 아니다.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의 IT 수요가 줄어듬으로써 서버용 프로세서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점이다. PC용 프로세서에 비해 고부가가치인 서버용 프로세서의 수요 감소는 두 회사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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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의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

전반적으로 4분기 CPU 시장의 점유율을 살펴보면 Intel은 소폭 증가, AMD는 감소라는 기조가 뚜렷하다. AMD는 자금난까지 겹치면서 해외 공장 매각과 사업부서 구조조정 등 존립기반을 위협받는 상황이어서 점유율 하락은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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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l의 모바일프로세서 ATOM)

모바일 PC 프로세서 시장에서 Intel은 89.1%(1.7% 증가), AMD는 10.2%(1.2% 감소)를 기록했다. 데스크탑 PC 프로세서 시장에서는 Intel 73.9%(0.4% 증가), AMD는 26%(0.4% 감소)를 기록하여 큰 변화는 없었다. 단, 서버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Intel은 2.5%가 증가해서 88.1%, AMD는 그만큼 감소해서 11.9%를 기록했다.

Intel의 점유율 증가에 Intel이 큰 득을 본 것도 없다. 전반적인 PC용 프로세서의 수요감소분이 모바일 프로세서로 옮겨갔고, 이는 고스란히 매출의 하락으로 이어져서 Intel에게도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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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ARM 프로세서)

모바일프로세서 분야는 ARM 아키텍쳐 기반의 프로세서(심지어 삼성전자도 ARM 프로세서를 생산한다)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비해 낮은 가격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 매출을 유지 또는 증가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08년 한해를 달구었던 스마트폰의 열풍도 ARM 프로세서 기반이 대부분이다. 어쩌면 Intel의 ATOM은 ARM 프로세서들과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수백달러짜리 PC용 프로세서와 수십달러짜리 모바일 프로세서의 싸움이 언뜻 비교가 불가능해 보이지만 완성품으로 비교할 경우 서로의 대체제 역할을 하고 있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의 행동패턴을 보면, 가정용 또는 업무용 PC 수요는 어느 정도 포화되어 업그레이드 수요만 존재하지만 개인적인 모바일 컴퓨팅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선진시장의 가정에 PC가 한대 내지 두대 정도 보급이 정착된 것이라고 보면, 휴대폰 수요와 교체는 PC보다 빠르다는 점과 스마트폰의 수요 증가가 PC의 신규 수요를 누르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

또한 앞으로 인터넷을 접속하는 다양한 기기들이 등장하면 PC의 수요는 점점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TV에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셋탑박스들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는 대부분 모바일용이다. 일부는 ATOM을 사용하는 제품도 있지만 그보다는 더 낮은 급의 모바일 CPU를 쓰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모바일 CPU의 성능 업그레이드 역시 기존 PC용 프로세서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PC용 프로세서의 대규모 잠재시장은 존재하고 있다. 바로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가 및 신흥 성장 시장들인데, 경기침체의 영향을 벗어나면 본격적인 수요가 촉발될 시장이다. 대신 모바일 프로세서와의 한판 승부가 고비로 남아 있다. OLPC 같은 저가형 PC 보급 역시 상대적으로 저가인 모바일 프로세서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다.

PC를 비롯한 컴퓨팅 기기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PC 시장은 강력한 모바일 프로세서의 등장으로 시련을 겪고 있으며, 당분간 이런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Intel이 ATOM을 시장에 내놓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모바일 프로세서의 급성장 때문이다. ARM을 비롯한 모바일 프로세서 아키텍처들의 급성장은 PC 시장까지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Intel이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PC용 프로세서가 다양한 어플리케이션과 연구, 업무,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다방면에서 유리했다면, 모바일 프로세서는 특정 분야, 특히 인터넷 통신과 웹서핑, 멀티미디어 재생, 게임 등에 특화되어 성장해왔으며, 성능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PC 프로세서와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웹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와 업무가 늘어나면서 범용 프로세서보다는 웹처리와 원활한 통신을 지원하며 전력을 적게 사용하는 모바일 프로세서가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분야의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Intel과 AMD가 움직이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면 모바일 프로세서에 대한 대응이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대규모 공장 폐쇄나 매각 등은 PC용 프로세서 라인을 줄이고 모바일 프로세서 또는 아키텍쳐 개발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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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에 들어간 ARM 아키텍쳐 기반 프로세서)

IDC의 분석으로는 PC용 프로세서의 불황은 올 1, 2분기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물론 3분기엔 경기침체가 다소 풀리면 PC용 프로세서의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는데, 난 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PC용 프로세서의 판매가 다소 늘어나긴 하겠지만 예전처럼 새로운 프로세서의 등장때마다 벌어지는 대량 수요보다는 기업용 서버 수요나 고급 데스크탑 수요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어쨋거나 중요한 것은 올상반기 중으로도 PC용 CPU 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대신 그 자리를 모바일 프로세서들이 차지할 것이며 한동안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PC용 CPU시장의 침체가 더 오래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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