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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이야기

Nokia, Symbian을 버리다

킬크 2011. 2. 14. 11:58

Nokia는 2월 11일 금요일 발표를 통해 주력 스마트폰 플랫폼을 Microsoft의 Windows Phone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런던에서 신임 Nokia CEO이자 전직 Microsoft 임원이었던 Stephen Elop과 Steve Ballmer Microsoft CEO는 양사의 전략적 파트너쉽 관계를 선언했다.

(좌측) Stephen Elop (우측) Steve Ballmer


양사는 각자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면서 고객과 개발자들을 위해 양사의 강점을 결합시켜 함께 시장에 대응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즉, Nokia의 모바일 디바이스(하드웨어) 부문과 Microsoft의 모바일 OS 및 서비스(소프트웨어)를 상호 협력하는데 합의했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조치로, Nokia는 Microsoft의 Windows Phone OS를 기업의 최우선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정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내놓기로 했고, Microsoft는 자사의 검색엔진과 광고 플랫폼을 Nokia에 제공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 Nokia가 마켓 리더인 시장(스마트폰 시장)에 Windows Phone 플랫폼을 최우선적으로 적용한다.

- Nokia는 Windows Phone 제작과 관련된 하드웨어 디자인, 언어관련, 마케팅, 가격 포인트의 다양화 등을 지원한다.

- 양사는 모바일 기기와 관련된 개발 로드맵을 공유하고,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  Microsoft는 Bing을 Nokia 기기의 검색엔진으로 제공하며, 광고 플랫폼인 adCenter과 함께 검색엔진 비즈니스를 지원한다.

- Nokia의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마켓(Ovi)을 Microsoft Marketplace로 통합시킨다.

살기 위해 Symbian을 버리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바로 Nokia가 자사의 주력 스마트폰 플랫폼인 Symbian OS를 대신하여 Windows Phone 플랫폼을 받아들이기로 한 결정이다. 비록 점유율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Symbian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세계에서 제일 많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다.

2010/09/11 - 선장을 바꾸는 Nokia, 큰 폭의 전략 변화가 예상된다

2010년 9월, Nokia 이사회가 창사 최초로 핀란드인이 아닌 외국인 CEO를 선임한다고 했을 때 이미 Nokia는 큰 변화를 선택한 것이었다. 그것도 소프트웨어와 전략 전문가인 Microsoft 출신 Stephen Elop을 선택했을 때는 Nokia가 원하는 것이 어떤 방향이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Nokia의 실적 부진은 주로 하이엔드 스마트폰 판매 부진 때문이었다. Symbian OS를 탑재한 Nokia의 스마트폰은 Google Android폰과 Apple iPhone에 밀렸다. 그 이전에 이미 RIM의 BlackBerry 역시 무서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Apple의 iPhone이 시장에 등장했을 때 Nokia는 준비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시장에 뒤늦게 Google이 뛰어들어 2강 체제를 만들었을 때도 Nokia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사실 Nokia엔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그나마 2010년 2월 MWC를 통해 Tablet용으로 개발하던 Maemo를 Intel의 Moblin과 합친 MeeGo 발표와 Symbian을 다시 Nokia가 직접 관리하기로 한 결정이 전부였다.

Android가 제조사들의 인기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부상하는 동안 Symbian을 떠나는 제조사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Android폰에 주력하기로 한 Motorola를 비롯하여 삼성전자와 Sony Ericsson까지 떠났다. Nokia만이 Symbian폰을 만드는 기업으로 남았고, 시장 반응은 여전히 차가워져 갔다.

2010/10/01 - 노키아 N8은 심비안 스마트폰의 중대한 분수령

Symbian^3를 탑재한 N8의 (사실상) 실패는 Nokia에게 많은 좌절감을 안겨줬다. 1,200만 화소 카메라, 뛰어난 멀티미디어 기능은 Nokia가 Symbian을 이용해서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이었지만, 결국 시장은 N8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Stephen Elop의 '불타는 플랫폼(Buring Platform)'은 Nokia 내부적으로 얼마나 위급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를 표현한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불타는 플랫폼이 Symbian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더이상 Symbian에 기댈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Nokia는 금요일 발표에서 Symbian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당장 버린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Windows Phone을 주력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결정했다는 것은 현재 Symbian폰은 일정 기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피처폰 혹은 로우엔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Symbian폰의 운명을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포기를 의미한다.

Google은 웃지만 Intel은 심란하다

Symbian의 포기와 Windows Phone 끌어안기는 단기적인 시너지가 거의 없다. 오히려 Nokia가 Symbian을 버리게 됨으로써 경쟁자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특히 다양한 제조사들의 Google Android폰은 점유율 확대의 기회가 왔다.

Microsoft도 Nokia와의 제휴가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시장 1위를 전략적 파트너로 잡았지만, 나머지 제조사들과의 관계는 소원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 주요 제조사들은 전략적인 제휴를 맺은 Nokia와 Windows Phone을 두고 경쟁에 내몰리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Windows Phone 플랫폼을 공급받을 제조사들이 Nokia와의 경쟁에 불리한 입장에 서게되면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플랫폼 전략에 변화가 올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은 이제 Android 밖에 없다.

MeeGo를 공동 개발하고 있는 Intel도 입장은 난처하게 됐다. 1위 제조사와의 모바일 OS 공동 개발을 통해 자사 하드웨어 플랫폼을 확대하고 모바일 CPU 판매량의 증가와 수익을 기대했던 Intel은 뜻하지 않게 플랫폼 경쟁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2011/01/06 - 차기 Windows는 ARM 아키텍처 기반 프로세서를 지원한다

한때 Wintel 동맹은 이제 예전같지 않다. 더군다나 차기 Windows는 ARM Core도 지원한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에 이어 PC 까지도 ARM은 Intel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Windows Phone 플랫폼은 ARM Core가 지원하고 있으며, Intel의 모바일 CPU는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Nokia로부터 기대했던 모바일 CPU 시장 확대를 다시 위협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Nokia가 MeeGo를 완전히 버릴지는 의문이다. 비즈니스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법이다. Windows Phone 플랫폼이 Nokia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MeeGo는 버리지 않을 것이며,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Nokia는 올해 MeeGo를 탑재한 기기를 한 종류만 출시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오픈소스화 하여 개발자들에게 공개할 것이라고 한다.

왜 Android는 선택하지 않았을까?

Nokia가 Symbian을 버릴 정도의 각오였더라면, Windows Phone 플랫폼 외에 Android에 대해서는 고민을 했을까? 당연히 고민했다. 단순히 신임 CEO가 Microsoft 출신이었기 때문에 Android를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지는 않았다. 보도에 의하면 Stephen Elop이 Google Eric Schmidt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었다고 한다.

만일 Nokia가 Android도 받아들였다면 Microsoft와의 전략적인 제휴는 없었을 것이다. Nokia가 협력을 원했다면 Android와 Windows Phone을 저울질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며, 결론적으로 Nokia가 Google에 비해 다급한 Microsoft를 선택함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어냈을 것이다.

뒤늦게 Nokia가 Android폰을 만들게 되면 삼성전자, LG전자, HTC, Motorola, Sony Ericsson 등과 경쟁해야 하며, Nokia만의 색깔을 입히는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후발 주자로서 차별화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물론 Windows Phone 역시 시간[각주:1]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세로 자리잡은 Android OS에 비해 많은 독점에 가까운 권리 보장을 요구하기 쉬웠을 것이다.

Apple, Google과의 싸움에서 쳐진 Microsoft의 입장도 절박한 것은 확실하다. 비록 힘을 잃어가는 1위이지만, Nokia는 여전히 매력적인 휴대폰 제조사이며, 다름아닌 모바일 OS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었기 때문이다. Microsoft는 플랫폼 점유율 확대가 간절히 필요했다.

이러한 상황은 Nokia가 Android가 아닌 Windows Phone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

어쩔 수 없는 선택

Nokia와 Microsoft의 제휴에 대해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이해는 하지만 당장 Nokia 앞에는 시련만 남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휴로 인한 효과를 보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당장 경쟁사들의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Nokia가 당장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제한적이라는 것은 시장의 공통적인 견해다.

만일 Nokia가 Microsoft와의 제휴를 선택하지 않고, 다른 길을 모색했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Android 선택? MeeGo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 누가봐도 그 해결방법은 쉽지않아 보인다.

Nokia와 Microsoft의 제휴로 당분간 Symbian은 점점 더 점유율이 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단기적으로 Android와 iOS 및 BlackBerry OS 등의 모바일 OS 점유율이 높아질 것 같다.

Nokia의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양사는 Nokia Windows Phone 출시를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다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의 협력으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러한 움직임을 Apple, Google, Microsoft의 IT 삼국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1. 본격적인 Nokia Windows Phone은 앞으로 약 2년 정도 후에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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