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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인터넷 공유 서비스인 fon 가입자가 전세계적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는 보도자료가 며칠새 계속 보이는데, 가입자인 내겐 별 감흥이 없다.

나도 작년에 거금 32,500원을 들여 포네로(fonero, fon서비스 가입자를 부르는 말)가 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fon의 효과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2007/06/28 - [기술 & 트렌드] - Fonero(포네로, Fon 서비스 제공 유저)가 되다

아직도 집엔 fon 공유기가 전기만 야금야금 먹고 있을 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껌뻑껌뻑이는 LED를 보고 있노라면 아직도 fon AP를 살려두어야 하는지 가끔 고민에 빠질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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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에 대한 기대는 사실 오래전에 접었다.

fon에 가입하고 공유기를 설치한 이유는 다름아닌 밖에서 무선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공유가 아름답다느니 돈을 벌 수 있다느니 하는 허황된 기대가 아니라 그냥 밖에 나가서 당당하게 다른 이의 인터넷 트래픽을 잠시 사용하고 싶은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세계적으로 1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는지 모르겠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몇 만명(3만명 수준) 정도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적다면 적은 숫자이지만 그래도 그정도 숫자라면 나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요즘 도심 어딜가나 무선 AP들이 많이 잡힌다. 기기의 기본값을 바꾸지 않고, 보안설정(WEP 등)도 되어 있지 않는 무수한 AP들을 보면서 왜 그 중에서 fon AP는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했었다.

이제 1년을 넘게 fon을 켜두었고, 밖에 나가서 무선 인터넷을 즐기다보니 나름대로 fon에 대한 평가 아닌 평가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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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체 우리나라에서는 fon 서비스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나름대로 그 이유를 몇 개 적어 보았다.

첫째, 무선보안에 대한 인지가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fon보다 그냥 널린 개방형 AP를 쓰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

사실 허락받지 않고 남의 무선네트워크를 사용하는 것은 범죄행위에 가깝다. 하지만, 무선 네트워크를 공유한 주인이 fon처럼 남들이 자신의 네트워크를 나누어 쓰는 것을 허용한다면 굳이 fon에 가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도심 어딜 가더라도 개방된 AP는 아주 많이 잡힌다. 당장 Wi-Fi가 가능한 장치를 가지고 도심에서 AP를 잡아보라. 얼마나 많은 공유기(AP)들이 잡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작은 사무실 등에서 사용하는 무선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데, 보안에 대한 관념이 없거나 부족하여 네트워크를 공개해 놓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AP 설정이 까다롭고 사무실내 무선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개방시켜 두었을 것이다.

이처럼 웬만한 도심 어디에서도 개방된 무선 AP 신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fon에 가입하거나 fon 라우터를 동작시키지 않아도 된다. fon 사용자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면 계속 fon 라우터를 켜 두어야 한다.

한편, 해외에서는 대부분 무선 AP를 사용하더라도 개방된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철저하게 자신의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남들에게 개방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특히나 사무실이라면 보안에 대한 개념이 우리보다 훨씬 강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럽 등에서 fon같은 존재는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존재이다. 밖에 나가서 내 돈 들이지 않고 무선네트워크를 이용한다는 것은 유럽인들에게는 환상적인 일이다. 그래서 fon이 스페인에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둘째, 필요한 곳에 fon의 AP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용 Wi-Fi 무선네트워크는 KT의 네스팟이나 하나로텔레콤의 하나로포스윙 등이 있다. 이들은 주요 지점에 핫스팟을 구축하여 사용빈도가 높은 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공항, 호텔, 패스트푸드점, 커피숍 등 다중이용시설에는 하나같이 이들 상용 무선네트워크가 잡힌다. 그래도 사용율이 저조하다고 사업자들은 고민에 빠져 있는 상태다. 또 KT나 SKT 등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와이브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반면, fon 사용자들은 대부분 가정용으로 사용하다보니 대부분의 가입자가 주거단지에 밀집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어쩌다가 사무실에 fon을 설치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들이 회사의 허락을 받고 사무용으로 fon을 설치하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었을거라는 생각뿐이다.

따라서, fon AP를 만날 수 있는 곳은 가끔이지만 주택가에서 볼 수 있다. 상가나 인구 밀집지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것이 바로 fon AP 신호이다.

역시 유럽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럽은 도심과 주거단지가 어울려 있고, 상점 등에서도 fon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fon의 커버리지는 상당히 넓은 편이다.

fon코리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대체 어떤 노력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전에도 이야기 한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 fon 사용자를 늘이고, 저변을 확대하려면 개인이 아닌 텔코나 자영업자 중심으로 영업을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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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P 폰을 사용하는 자영업자들도 많기 때문에 특히 이런곳을 중점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면 fon의 커버리지는 비약적으로 늘일 수 있다. 분명 통신사와의 마찰이 예상되지만 몇몇 통신사는 전략적으로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그 이유는 막대한 인프라구축 비용때문이다. 그런 가려운 곳을 긁으면 충분히 커버리지 확대가 가능하다.

세째, fon 코리아의 비즈니스 마인드의 부족을 들 수 있다.

fon은 '주고받기'라는 아주 원초적인 비즈니스 철학을 가지고 있다. 즉, 내 것을 내놓으면 남의 것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 서비스다. 내 것을 내놔도 내가 사용하는데 큰 지장이 없고, 상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조금씩 자기 것을 내놓으면 내가 편리해질 수 있다는 마인드이다.

이런 훌륭한 아이디어라면 별 손해볼 것이 없는데 왜 국내에서는 fon에 대해 냉담한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fon의 가치와 필요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무선 AP(공유기)의 개방은 상당히 위험하다. 특히, 가정용 사용자라면 몰라도 자영업자 등 기업 사용자들의 AP는 보안에 노출되면 어떻게 악용될지 모른다.

일전에 워드라이빙에 대한 이야기 했었지만, 무선 네트워크에 대한 보안은 일반 유선에 비해 느슨하고, 범인을 찾아내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fon은 무선보안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거나 적어도 그런 운동에 참여해야 한다. 즉, 포네로는 사용자 인증을 거쳤고, 공유를 제공하는 제공자의 네트워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해외에서 활발하게 벌어지는 도시 무선 네트워크 사업도 고려해봐야 한다. 예를들면, 한 도시의 주요 지점의 인터넷 사용자들(주로 기업 사용자)을 대상으로 fon가입을 유도하고 이들로 이루어진 fon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사용하는 접속자는 무료로 이용하지만, 접속때 광고나 공지사항 등을 알림으로서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원래 유료 모델이었던 빌게이츠 모델을 적용할 수 있다. 아주 작은 돈을 받거나 아니면 광고나 공익 사업 홍보 등으로 무선네트워크 지원 및 구축 사업을 할 수 있다.

시범적으로 몇몇 지자체에 제안을 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시범적으로 운영해본다면 분명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가능하다면 한 도시 전체를 fon 네트워크로 만들어 본다면 적은 비용으로 획기적인 사업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인프라는 구축이 어렵지 활용의 범위는 아주 폭 넓다.

네째, fon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ISP의 비협조도 한몫하고 있다.

fon은 원래 자가망이 아닌 상용망 위에서 제공되는 하나의 아이디어이다. 상용망을 사용하는 가입자의 자발적인 fon AP 설치와 공유의지, 유지관리 등의 노력이 필요한 서비스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들 가입자에게 회선을 공급하는 ISP들이 이에 대해 비협조적이거나 반대를 한다면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히 기업용 사용자의 네트워크 공유를 단속하고 있는 요즘의 실정을 생각한다면 fon이 ISP들과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이런 것이 바로 비즈니스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들인데, fon코리아의 노력은 찾아볼 수 없어서 안타깝다.

ISP측의 입장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아니다. 기존 유료 무선 서비스 가입자들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도 무료 서비스는 불가하겠지만, 또 다른 상생 모델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모든 ISP들이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적으로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지 않는 ISP와의 제휴를 통해 fon AP 커버리지를 늘이는 방법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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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 나름대로 fon이 국내에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지만, 반대로 그만큼 우리나라 통신서비스 시장이 고도화되어 있고, 또한 나름대로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fon이 고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fon은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이다. 대부분의 인터넷 사용자가 자신에게 할당받은 회선을 100%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모자란 부분을 밖에 나가서 필요한 장소 필요한 때에 쓸 수 있다면 더 효과적으로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으며, 무선 네트워크 접속으로 인하여 생기는 경제활동의 효과는 클 것이다.

역시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자의 의지다. fon 또는 fon 코리아가 얼마나 자신들의 사업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어떤 목표가 있을 것이고 그 목표를 이루는 것이 자신들의 존재이유일 것이다.

전세계 가입자 100만명이라는 숫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보도자료를 읽고 있는 우리나라 사용자들과 가입자들에게 fon 서비스의 필요성이나 피부에 와닿는 서비스가 더 중요한 것이다.
 
1년에 몇천원밖에 들지 않는 fon AP 운영비이지만, 그마저도 아깝게 느껴진다면 그 서비스는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지난 1년이 넘는 기간동안 fon AP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는 기회는 딱 한번 뿐이었다. 그것도 신호가 약해서 잠시 사용하고 끊었던 기억밖에 없다. 그 댓가를 위해 무선 fon AP를 1년간 운영했다는 것이 억울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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