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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수도권 지하철에서 DMB 수신이 되지 않는다면, DMB 방송을 어디서 본단 말인가?' 이런 질문이 바로 우리나라 DMB 비즈니스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DMB 단말기를 살펴보면, 다수가 휴대폰 컨버전스형이거나 PMP같은 포터블 멀티미디어기기 내장 또는 차량 네비게이션용으로 출시되어 나온다. 그리고 네이게이션용을 제외하고는 보통 출퇴근시간 지하철이나 버스(흔들림이 많아서 시청이 힘들다) 또는 사람을 기다리는 정지된 장소 등에서 시청 하고 있다.

교통수단 중에서는 지하철이 가장 대중적인 DMB 시청 장소이며, 이것도 수도권에서만 가능하며 지방의 지하철에서는 아예 신호도 잡히지 않는 실정이다.(중계기 설치없이 시청 불가능) 신설되는 서울지하철 9호선에도 중계기가 설치가 되지 않아 시청이 불가능하다.

자가용이나 택시 이용시(운전사가 아닌 탑승자만 볼 수 있음) DMB를 볼 수 있지만, 운전자의 주행중 TV시청은 불법이다. 안전의 문제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야외나 잠시 혼자 기다리는 장소에서만 DMB 시청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하철에서의 DMB 중계가 중단될지 모른다는 것은 DMB 사업자의 유지비용 때문이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은 적자사업이다보니 비용절감 효과가 가장 큰 지하철 중계를 포기하면서라도 생존에 몰두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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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말부터 국내 지상파 T-DMB(위성 DMB도 상황은 마찬가지지만)는 위기 신호가 감지되었다. 지상파의 경우 출발부터 비즈니스 모델이 광고 하나에만 매달려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보급에만 신경 썼다. 위성 DMB는 지상파 DMB의 무료 서비스와 공중파 재전송이 막히는 바람에 위기를 맞았다.

정부는 사업을 운영하는 DMB 사업자의 경영환경과 비즈니스 가치사슬의 순환보다는, 국내 DMB 단말기 보급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거리마다 DMB 수신기를 통해 TV를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와 함께 우리 기술의 자랑에만 신경 써 왔었다.

그러는 사이 DMB 사업자들은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었다. 위성 DMB 사업자인 TU도 자본잠식 상태까지 이르러 모회사 SKT의 지원을 받고서 겨우 운영 중인 상황이고, 광고매출이 오르지 않는 지상파 DMB 사업자는 매달 적자운영을 하고 있다.

과연 광고 수주때문에 DMB 사업이 이 지경이 되었을까? 광고매출이 큰 원인이 된것은 맞지만, 초기 시작때부터 무료 위주의 DMB 방송 송출과 단말기 보급율에만 급급한 정부정책이 큰 몫을 차지했다.

기존 공중파 TV 방송사(MBC, KBS, SBS 등) 등은 회사차원에서 별도의 DMB 지원이라도 가능한 재정 상태에서 일반 공중파 방송의 DMB 재전송 형태이지만, 자체 프로그램 제작이나 방송 콘텐츠를 구입하는 독립 DMB 방송사의 경우 광고 이외에 뚜렷한 재원이 없다.

1,600만대나 보급된 이 시점에서 개통비를 받는 것에 대한 논의를 하거나, 일부 유료방송 전환 등의 사후약방문식의 안이한 대처방안만 의견으로 제시될 뿐이다.

이미 보급된 단말기에 대한 별도 과금은 기존 DMB 시청자의 저항이 심할 뿐만 아니라 절차 등의 각종 복병들이 숨어있다. 또한 기존 방송의 일부 유료화는 기술적인 장치, 단말기 변경 등이라는 문제점이 있기에 쉽지 않다.

가장 보편적인 지상파 무료 방송(라디오 포함)의 수익원인 광고의 경우 작년 2008년엔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특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광고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2천억이나 줄어들었다.

작년 한해만 방송광고는 2조 1,856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DMB 방송으로는 고작 89억원의 매출이 있었을 뿐이다. (참고로 국내엔 6개의 DMB 사업자가 있다.) 중간광고를 허용했는데도 이 모양이다. DMB의 경우 2006년과 2007년에 비해서는 대폭 늘어난 광고매출이긴 하지만, 이 정도의 광고매출에만 의존한다는 발상이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DMB는 아날로그가 아닌 Digital TV로 출발했다. 방송 자체가 디지털이다. Mobile DTV다. 그리고 단말기에 Return Path(단말기가 방송사쪽으로도 통신을 할 수 있음)가 있는 휴대폰형일 경우 기술적으로 양방향이 가능해서 미래형 방송시스템이라고 칭찬받으면서 출발했는데, 정작 4년째로 접어든 지금도 단순 방송송출 이상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공영방송이 아닌 상업방송인데도 수익구조가 아주 취약하다는 뜻이다. TPEG(실시간 교통정보) 등은 처음 판매될때부터 일정 댓가를 지불하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DMB는 처음부터 광고외엔 수익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

BIFS나 BWS 같은 양방향 데이터 방송의 송출과 서비스는 작년말에야 겨우 논의를 통해 서비스 의사를 밝혔다. 서비스 형태도 이동통신사인 SKT와 KTF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각각 BWS와 BIFS 지원형태로 가고 있는데, 올 가을부터 본격 지원될 예정이어서 그나마 약간의 숨통을 트여줄 것 같다.

분위기상 BIFS(방송 위에 별도의 정보를 입혀 보내는 방식)보다는 BWS(웹 방송 방식의 별도 브라우저를 통한 정보 전달)가 좀 더 우세한 상황이다. 이통3사 중 의견을 표명하지 않은 LGT가 BWS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물론 우선은 휴대폰 단말기 DMB 제품만 제공될 것이다. Return Path(방송사와의 통신기능)와 함께 유료과금을 위한 CAS(수신제한시스템)의 설치도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단말기들은 이런 서비스가 불가할 예정이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무료인 일본의 ISDT-T를 제외한 미국와 유럽의 모바일 TV는 유료를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사업비 등의 문제로 지하철 구간으로는 중계를 하지 않는다.

미국은 Qualcomm의 주도하에 MediaFLO를 제공하고 있고 모두 이통사를 통해 제공함으로써 수익원을 분명히 해두고 시작했으며, 유럽의 DVB-H도 마찬가지로 월정액의 수신료 체제로 방송을 시작했다.

대신 이들 국가에서는 가입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중적인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우리와는 다르게 모바일 TV 생태계를 조심스럽게 조성하는 순서를 먼저 밟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해외의 모바일 TV 사업은 방송사와 시청자, 이통사 등이 유기적으로 서로의 가치사슬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사용자 숫자보다는 일단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도록 하는데 관점이 모아져 있다. 더딜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해외에서 T-DMB를 적극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우리의 모바일 TV 비즈니스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무료를 전제로 한다면 사업자가 잘 나서지 않고 있으며, 유료를 전제한다면 이통사 중심이기 때문에 T-DMB 방식보다는 DVB-H나 MediaFLO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도 우리에 이어 세계 2번째로 T-DMB 상용화를 했다가 작년 송출을 중단하고 주파수를 반납했다. 노르웨이 등이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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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T-DMB를 도입하려거나 관심을 두고 있는 국가들은 우리의 T-DMB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T-DMB가 뛰어난 기술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도입하지 않는다. 방송도 엄연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수익이 일어나고 운영이 가능해야만 도입한다. 현재 우리 T-DMB가 처한 상황을 답습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만 하다.

지금 당장 정부가 나서서 특단의 대책을 세울 수는 없다. 상용화로 일어섰기 때문에 절대 국가가 재정적인 지원을 하면 안된다. 대신, 방송 규제의 완화나 기술표준의 재정립 등으로 사업의 생태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업계의 다양한 비즈니스 아이디어에 대해 귀기울여야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해당 방송사와 관련 기기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DMB와 관련된 위기를 극복한다면 결국 우리 기술의 해외 수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대신, 위기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세계화는 커녕 기술 도태라는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 피해는 해당 업계뿐만 아니라 DMB 시청자 모두에게 돌아간다.

관련업계와 정부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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