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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 관련한 미국 법원 판결이 나와서 주목을 끌고 있다. 2008년 소송을 제기한 Comcast와 제소 대상이었던 FCC(미국 연방통신위원회) 사이의 송사에 대한 판결이 나왔다.

미국 콜럼비아 연방항소법원은 망중립성 원칙을 위반한 ISP(Comcast)에 대한 FCC의 제재는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고 판결했다. 판사 3인의 재판부 전원합의로 나온 이번 판결로 망중립성(Net Neutrality) 정책에 대한 논쟁이 다시 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6/06/07 -인터넷 종량제 논의의 미국판, '망 중립성' 논쟁

미국에서 망중립성(Net Neutrality)에 대한 논란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3월로 미국 민주당 Ron Wyden 의원의 법안 발의로 시작되었다. 당시 여당인 공화당의 Joe Barton 의원은 망중립성으로 인해 네트워크 망투자 및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며 이를 반대하는 법안을 발의해서 맞섰다.

망중립성은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 등 인터넷 접속과 관련된 중요한 원칙으로, 소비자와 ISP, 콘텐츠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비교적 복잡하게 얽혀 있는 논쟁거리다. 우리나라의 인터넷종량제 의견 역시 망중립성의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어 서로 관계가 깊다.

2008/06/03 - BitTorrent를 차단하는 미국 케이블 TV ISP들

오늘날 인터넷 사용과 관련된 세가지 중요한 주체는 바로 ISP, 콘텐츠 및 서비스사업자, 소비자다. 물리적인 망을 관리하고 사용권을 통해 소비자로부터 수익을 얻는 ISP와 역시 ISP의 네트워크 위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로 구분이 된다.

문제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르며, 콘텐츠 사업자와 소비자는 같은 입장을 가지며 ISP와는 대립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망을 제공하는 ISP는 사용량에 대한 과금을 요구하는 입장이며, 콘텐츠 사업자는 정액 기반으로 차별받지 않는 것을 원한다. 물론 소비자는 콘텐츠, 서비스 제공사의 편에 있다.

Owners of the InterWebs
Owners of the InterWebs by Mike Licht, NotionsCapital.com 저작자 표시

미국 최대의 케이블 TV업체인 Comcast는 P2P서비스인 BitTorrent를 막았다가 2007년 소비자로부터 집단제소를 당하는 일이 있었다. Comcast만이 아니라 ISP들에게 P2P 서비스는 네트워크 관리에 있어서 부담스러운 서비스로 부상하고 있었다.

2009/12/28 - P2P 제한 Comcast, 망중립성 위반으로 합의금 물듯

결국 FCC는 Comcast 같은 대형 ISP들의 행위를 비판하며 망중립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게 되었다. FCC는 소비자의 권리를 지지기반으로 하여 망중립성 지지를 이끌어 내려는 전략을 펼쳤다. Comcast에 대한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은 FCC에 좋은 구실을 제공해 주었다.

소비자에게 합의금을 지불하라는 법원 판결을 계기로 FCC는 Comcast에 대한 시정명령 등 제재에 들어간다. 트래픽 제한 중단 및 네트워크 관리 정책 공개 등의 시정명령이었다. 그러나 Comcast 역시 FCC의 제재는 부당하다고 2008년 9월 항소법원에 제소를 하고 결국 이번주에 판결이 난 것이다.

이번 법원 판결은 망중립성 법제화에 대한 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와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들은 법원의 판결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으며, FCC 역시 반발하고 있다. Comcast의 입장을 지지한 판결은 결국 망중립성 정책 법제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판결을 계기로 여당이자 다수당인 민주당의 망중립성 법제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수 여론은 기업의 이익추구와 투자에 대한 제한이라는 공화당의 입장보다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네트워크에 대한 중립적인 입장 견지가 더 우선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벌써부터 민주당 일부에서는 FCC에 망중립성에 대한 정책 추진을 위해 더 많은 권한을 주어야 한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Comcast는 이번 판결에 대해 뚜렷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망중립성에 대한 반대의사라는 입장보다는 FCC의 과도한 권한 남용이라는 부분을 부각시키는 방향에서만 대응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판결은 망중립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보다는 FCC의 권한강화나 망중립성 법제화 처리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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