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상파 TV 방송사의 주수입원은 광고수입이다.
다음은 방송위원회에서 나온 2005년도 지상파방송 서비스 매출액 구성내역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상파 방송국의 광고수익에 대한 노력은 방송국의 존폐위협을 할만큼 중요한 사업이다. 전체 매출의 70% 정도를 광고에서 올리고 있다.
더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스타를 만들고, 좋은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끌어 들이는 모든 노력은 결국 광고 유치를 위한 노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작년과 올해 이어 지상파 방송국들의 매출과 순이익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케이블 TV의 약진과 인터넷, DMB 등의 다매체의 출현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매출하락과 순이익의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TV 방송의 선정성과 자극적 영상 송출 등은 이들 방송사의 처절함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단면이다. TV지상파방송은 더이상 예전의 독점적인 지위에 있지 못하다. 어떻게 방송하더라도 시청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버렸다. 특히 인터넷의 영향으로 시청자들의 의견이 실시간으로 방송참여를 하게 되고, 방송에 대한 피드백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방송운영이 예전같지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사회적인 이슈 등으로 안티(Anti)세력이 생기면, 우선 시청자들이 기업주들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해당 방송사에 광고를 내보내지 못하게 하는 등의 직접적인 실력행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방송사들의 경영활동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얼마전 황우석 박사 보도 관련된 MBC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금은 단순히 방송과 사회 이슈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 방송사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를 시청자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과정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커다란 시련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방송DVR(Digital Video Recording)시스템이다.
IT분야에서 DVR은 방범, 보안 분야의 CCTV 저장 기록을 보관하고 열람하는 장비 및 서비스로 이해가 되고 있지만, 방송과 접목이 될 때는 완전히 다른 가치를 선사하게 된다.
보지 못한 방송 콘텐츠를 예약 녹화하고 이를 재생해 보는 시스템이 바로 방송DVR 이다. 일반적인 DVR은 셋톱박스 형태로 TV에 연결되어 시청자가 예약해둔 방송을 셋톱박스안의 하드디스크에 저장을 했다가 나중에 사용자가 재생시켜 보는 것을 지원한다.
더나아가 네트워크형 DVR은 셋톱박스안에 하드디스크를 장착하지 않고 녹화내용을 원격지 서버에 저장하여 재생도 원격지 서버에서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셋톱박스의 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실제 프로그램 녹화는 시청자의 집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고 재생은 서비스사로부터 스트리밍해서 보는 것이다. 만일 이런 것이 가능하다면 굳이 집에 있는 TV로만 내가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출장중이거나 다른 지역에 있을때,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개인 맞춤형 방송을 볼 수 있게 된다.
사실 시청자에게는 많은 가치를 제공하게될 서비스이지만, 콘텐츠를 만들고 광고를 팔아야 하는 방송사들로서는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앞서서 이야기 했지만 사용자들은 녹화를 통해 방송을 볼 때 광고를 안볼 것이기 때문이다. 광고까지 강제로 녹화를 해서 보는 것은 몰라도 의도적으로 광고를 넘겨보기(FF:Fast Forward)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TV는 지금 나오는 TV보다 멍청(?)했다. 그냥 TV는 선형적으로(Linear)하게 방송사에서 송출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TV가 똑똑해지면 똑똑해질수록 방송사의 광고는 힘이 약해진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요즘 월드컵 특수와 함께 박지성이 나오는 엑스캔버스 TV 광고를 보자. 일시 방송 내용을 TV 메모리에 저장하였다가 다시 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축구 경기를 예를들면,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 사이에 광고가 나가는 시간에 아까 예약해 두었던 전반전 주요 장면을 재생해 보는 것이다. 엑스캔버스의 광고 내용은 이런 기능을 설명하는 것이다. 아이러니 하지 않는가? 광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광고가 TV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기능을 방송사를 위해 없앨 수는 없는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이지 않는가?
분명 이런 기능은 사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고스란히 콘텐츠를 제공하고 댓가를 회수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종일 방송을 허용해서 광고 횟수를 늘이거나, 중간광고를 허용해서 역시 광고 횟수를 늘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광고단가 상승까지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자구책으로 인력 감축과 경비축소 등의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방송국 자체적으로도 단순 광고수입에만 의존하는 형태가 아닌 자체 수익 사업 발굴과 새로운 미디어와 관련된 수익의 확대(인터넷을 통한 다시보기 유료화 등), 방송 콘텐츠를 이용한 스타 마케팅, PPL(Porducts in PLacement:방송내 간접 광고) 등이나 방송 콘텐츠 재가공 사업, 수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 지상파 방송국은 다매체 다채널 시대의 시련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 그동안 안이하게 광고에만 의존하던 사업구조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구노력과 새로운 시장 개척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시기에 와 있다.
IT기술은 모든 것을 변하게 하고 심지어 항상 그럴 것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콘텐츠와 뉴스 전달의 선봉장이었던 지상파 방송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새로운 매체로 자리잡지 못한다면 입지는 더욱더 좁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