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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펜팔의 추억

킬크 2006. 7. 28. 18:26

문득 MSN 메신저 하단의 광고를 보고 무심결에 눌렀다.
(저 배너 누르면 club 5678로 간다 ;P 클럽5678은 (주)인포렉스가 제공하는 채팅전문 사이트이다. 그 뒤는 상상에 맡긴다.)

클럽5678을 이야기 하자는 것은 아니고, 옛 생각이 떠 올랐다.

펜팔(Penpal)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펜팔이 유행했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편지질! 그것이 펜팔이었다. 때로는 해외 펜팔도 있었고, 대부분은 국내 또래 끼리, 아니면 '주로' 연하녀, 연상남을 상대로 하는 펜팔이었다. 물론 '누나' '남동생'을 구하는 펜팔도 있었으니, 대상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같기도 하다.

주로 펜팔상대는 잡지책의 한 공간이나, 조그만 노래책(기타를 치기 위한 악보와 가사가 있었던 500원에서 1000원쯤 했던 책)뒷 부분 등에 실려 있었다. 이름은 대부분 촌스런 이름 대신 '민', '빈' 같은 류의 도시적인(?) 가명들이 많았었다. 펜팔을 원하는 대상중에는 군인도 많았었다. 군 생활의 지루함을 펜팔로 채우던 시절이었으니...

사실 나도 군생활중에 여고생과 순수한 펜팔을 하기도 했었다. :) 어느날 본부중대로 날아온 '군인아저씨께'를 잽싸게 가로채어 내가 답장을 보내고, 그 여학생은 내게 계속 편지를 보냈던 일이 있었다. 마침 고향 옆동네라서 친근감이 더 있었으나, 제대후 연락이 두절되었다. 아마도 지금쯤 아이낳아 기르고 있는 평범한 주부가 되었으리라...

펜팔의 묘미는 바로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매력이 있다는 점이다. 모르는 사람,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자신을 감출 수 있으니, 자기가 아닌 자기를 만들기 쉽고, 꿈꾸어오던 자신을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으니까...

그 시절엔 펜팔로 사귀다가 결혼했다는 스토리도 가끔씩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펜팔의 진정한 묘미는 상상이다. 그러니 만나면 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 만나면 편지내용과 너무나 다른 상대를 보기 때문이 아닐가 싶다. 만나는 상대 역시 기대가 높아서 실망이 크기 때문일거다.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 낯선 이와의 대화가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으나, 이제 저 위의 배너와 같은 문구를 보면 왠지 이상한 생각부터 하게 된다.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해서 어쩌라고?'

펜팔이 있던 그 시절이 그립다. 하루 하루 집앞에 편지함을 살펴보는 낙이라도 있었으니...

드라마의 장면처럼 이런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

- '민'? 이 누구여? 울 집엔 그런 사람 없는데, 잘못 보냈나 보네?
- 아, 엄마, 그거 내 편지야, 이리 줘!
- 뭐여? 니가 왜 '민'이여?
- 아... 아냐, 내꺼 맞으니까 얼릉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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