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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를 만들다보면 국내 시장이 얼마나 작은지를 느낀다. 그때마다 비애감이 들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시장이 커졌다. 예전엔 소프트웨어 하는 사람도 기업도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예전보다는 많은 소비자와 제조사들이 있다.

국내에서 성공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5년 이상을 끌기가 힘든 것이 소프트웨어이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여 또 다른 용도의 제품을 만들어내서 지속적인 성공을 이루어야만 제조사가 연명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제품의 수출은 꾀나 매력적이다. 내수시장은 정해져 있는 볼륨(크기)에서 경쟁을 통해 몇몇 경쟁사를 이기면 되지만, 수출은 다른 이야기이다.

국내에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어느 정도 공급하고 자신감이 생기면 바로 수출을 결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이만큼 인기가 있으니 해외에서도 가능하겠지 하는 기대로 수출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전략적으로 내수 시장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수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도 많다.

어느 쪽이 되었든, 결론적으로 수출을 만만하게 보면 절대 안된다. 내수시장처럼 시장 판도도 잘 읽혀지지도 않고, 문화적인 장벽과 전문 인력 확보, 파트너의 역할 등 정치, 경제, 문화 전반의 정보 없이 뛰어들었다가는 패배의 쓴 맛만 보고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근한 예로, 2000년 초에 벤처붐이 가라앉을 때, 많은 기업들이 중국진출에 부푼가슴을 안고 중국대륙으로 진출한 적이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알 수 있는 큰 회사에서 부터 중견기업, 속모 벤처에 이르기까지, 아메리카의 서부 금광을 캐러가듯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였다.

그리고 몇 년 후, 이들 중 생존한 기업이나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많이 남지 않았다. 기업이 없어지지는 않았더라도 규모를 축소하거나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기업이 많았다. 돌아오는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대부분 '결코 만만하지 않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라는 대답이었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주로 진출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이 인기가 있으며, 특히, 미국, 중국, 일본은 많은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이유도 가지가지 이지만, 미국은 연구나 기술정보, 시장개척을 위한 진출이 많고, 중국은 미래 가치와 인구, 시장 성장을 보고, 일본은 우리에 비해서는 기술 경쟁력이 떨어져 있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대감으로 진출을 시도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기업 중에 해외에 진출하여 크게 성공을 했다는 소프트웨어기업이 있는지 자문해 보자. 아마도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업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해외 진출이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들 기업들이 왜 해외 진출에 실패하거나 크게 성공하지 못하는지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알고 있는 몇 가지는 이렇다.

1. 시장 조사 부재 및 오판
앞에서도 이야기 하였지만, 잘못된 시장 조사로 오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이나 일본은 우리보다 못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가졌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앞선 제품이 들어가면 먹힐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출발한 시장 조사를 할 경우 대부분 큰 낭패를 본다. 우리와 다른 정서를 기반으로 하는 제품들이 그 나라에서는 더 인기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기업이기도 하지만 결국 소비자이다. 미국에서 1등하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반드시 한국에서 1등할 수는 없다. 시장은 시장나름대로의 요구와 그에 맞는 제품이 있는 것이다.

또한 현지 시장 조사가 형식적으로 진행하거나, 잘못된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진출전 시장 조사가 필수인 수출시장에서, 비용을 아끼거나 쉽게 생각하여 그 나라의 비 전문가인 국내인들에 의한 시장 조사가 이런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2. 잘못된 파트너 결정
해외 진출에 꼭 필요한 것은 현지 파트너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는 정말이지 어렵다.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상품을 팔기 위해선 현지에서의 시장 조사와 더불어 마케팅 방법, 유통, 각종 정부 규제와 소비자 경향 등의 여러가지 정보를 필요로 하는데, 이런 정보의 수집은 현지 파트너가 있다면 의외로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파트너를 잘못만나거나 엉뚱한 파트너를 만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중국의 경우에서 그런 경우가 많은데, 중국인들의 특성상 제품에 대한 평가를 후하게 해주는 경향이 있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아서 제품을 무조건 팔아주겠다고 접근하여 제품은 팔지않고 투자나 이권에만 관심을 가지는 파트너가 많다. 종종 이들은 브로커처럼 여러 회사를 울리는 경우가 잦다. 수출에서 파트너는 전략적으로 꼭 가져가야 하는 요소이다. 비용이 든다는 것은 인정을 해야하며, 비용을 들여서라도 파트너를 결정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3. 현지화 실패
현지화 실패는 대부분 해외 수출에서 철수하는 기업들의 변명처럼 자주 나오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지화의 실패는 이미 판매할 기회조차 잃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현지화라 함은 언어만이 아니다. 마케팅이나 채널, 파트너 관리에 있어서도 현지화는 필요하다. 그 나라 사람처럼 행동하고 영업도 해야한다. 제품 껍데기만 그 나라 언어로 번역이 된다고 해서 그 나라 제품이 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그 나라 현지에서 요구하는 기능을 넣어 현지화를 하거나, 국내에서는 인기가 있는 기능이라 하더라도 그 나라에서는 필요없는 기능을 삭제해야 한다. 그런 것이 현지화이다.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는 아기자기한 기능들이 많다. 미국 제품을 보면 제품안에 원하는 원래 기능 외엔 없는 경우가 많다. 주된 기능이 만족스러우면 주변 기능은 구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것을 보지 못하고 많은 기능으로 승부하는 것도 현지화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미국 솔루션들이 한국에 진출하여 실패하는 원인 중 하나도 우리나라 소비자 입맛을 못맞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도 국내에 들어와서 현지화에 실패하는 사례가 아주 많다.

4. 조급한 승부욕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여러면에서 장점도 가지고 있지만 단점도 많다. 해외에 진출을 하려면 대부분 장기전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준비 역시 필요하기에 충분한 자금과 인내력을 요한다.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단기전 형식으로 해외진출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 길면 1년안에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강하고, 6개월 정도 반응을 살펴보다가 1년안에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빠른 결과와 결단을 생각하기에 시기를 놓치거나 아까운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 진출하면 모든 것이 지출이다. 수입이 거의 없고 지출만이 존재하는 것이 해외 진출 초기의 모습이다. 기업에서 해외진출을 할 때 기본적으로 독자생존을 목표로 하지만 그 기간은 너무나 짧다. 물론 독자생존을 위해 현지 진출 사무소가 노력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무 빠른 결과를 독촉하거나 성과를 재촉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그 나라에서 가능성이 발견되어 사업을 지속하겠다면 2~3년은 걸릴 각오를 하고, 지속적인 재원조달 계획을 세워야 한다. 1년안에 승부를 내려는 제품을 해외 소비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바라볼까? 진출한다고 큰 소리쳐 놓고 1년도 안되 짐싸서 자기네 나라로 돌아가는 기업과 그런 비슷한 기업들을 보면서 신뢰를 가지기란 정말 어렵다.

5. 치밀한 사전 계획 부재
시장 조사와도 관계있지만, 진출 전 국내에서 준비해야 할 일들이 정말 많다. 시장 조사외에도 현지 파견 근무를 나갈 사람의 결정과 재원 조달 방안, 사업 계획 등 많은 부분이 국내에서 먼저 이루어져서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진출 초기엔 더더욱 꼼꼼하게 계획대비 성과들을 체크하고 수정하면서 본사와 논의를 해야한다. 수집된 정보들을 본사로 빠르게 전달하고 피드백을 기다리며, 제품 개발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현지 마케팅은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초기 진출시 비용 산정과 인력 채용, 현금흐름, 파트너 결정, 마케팅 전략 등은 진출 초기 본사와의 조율이 가장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지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위한 활동은 현지에서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의 협조에 따라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 이런 점을 알고 초기 지사 설립시는 본사에서 많은 부분 지원을 해야하며, 이런 지원을 본사 대표가 관심을 가지고 진두지휘해야 한다.

6. 진출 당사자와 지사장의 정신무장
중국에 진출하는 경우, 지사설립이 마치 여행을 가는 것인양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엇보다 해외 진출 당사자들은 굳은 각오를 해야한다. 여러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므로 정신적인 무장이 없이는 견디기 힘들 것이다. 해외 진출은 해당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인력이 진출하는 것이다. 인력에 대한 지원이나 관심없이 제품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진출하는 당사자들이 심적인 어려움을 최소로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당사자들 역시 회사에 논의된 시나리오와 전략대로 실행에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한다.

해외 진출에 있어서, 진출 당사자와 지사장의 능력에 따라 지사의 안정성이 크게 좌우되므로, 지사장과 담당자의 차출은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이다.

그 외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우선 이 정도로 정리해본다.
해외진출은 어렵기도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도 어느 정도 경쟁력이 확보되었고, 그런 기회들은 많이 생기고 있다. 사전 준비가 대부분의 답이다. 준비가 철저하다면 성공할 조선의 20% 정도는 확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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