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장학사(奬學士)의 장(奬)은 '장려할 장'자로 한자뜻 그대로만 해석하면 '학습을 장려하는 관리'라는 뜻이다. 현대식으로 풀이하자면 '현장 교육을 지도하는 컨설턴트 교육 공무원'쯤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장학사는 교육전문직으로서 교육위원회, 교육연구원, 시나 군, 도 교육청에 소속되어 있으며, 교육부 장관이 임용한다.

장학사는 일종의 현장 교육 지도를 전문으로 하는 교육공무원인데, 학교마다 교육 지도를 다니고, 수업 등을 참관 및 학교 현장 실태 조사, 학습 관련 연구 등의 일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장학사라는 교육 공무원을 처음으로 알았다.

몇 일날 학교에 교육청 장학관이 방문하므로 학교와 교실 대청소를 하는 일부터 지시를 받는다. 이때부터 학생들에게는 장학사는 주의하고 잘 보여야 되는 대상쯤으로 각인이 된다.

장학사를 하시는 공무원들은 현장에서 최서 5년 이상을 근무하신 선생님들이기 때문에 학교의 수업과 선생님들 그리고 학교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분들이다.

장학사는 장학지도라는 명분으로 관할 교육청내 학교들을 다니며 학습지도와 평가를 맡게 되는데, 보통 수업참관이나 선생님들의 면담이 주를 이루게 된다.

학교를 다니는 학생신분 일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장학관이라는 존재는 시간이 흐르고 한 아이의 학부모가 되면서 옛 기억을 더듬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장학사의 방문은 사전 통보를 받는다. 그러면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 이하 선생님들이 장학지도 스케줄을 작성하고 이미 사전에 방문 코스를 만들게 된다. 장학지도의 이유에 부합하는 학급과 수업을 지정하면 해당 학급과 선생님은 미리 준비를 한다.

보통 장학사가 오는 전날부터 학교 이곳 저곳을 청소하고, 유리창을 닦고, 다음날 단정한 차림으로 등교할 것 등의 주의사항을 전달받는다.

장학사의 수업참관이 있는 학급은 당일 선생님의 복장부터 신경쓴 흔적이 보인다. 참관 시간에 맞추어 칠판에는 평소에 적지 않던 '학습목표'와 '학습과정' 등을 정성스레 적어놓고, 참관 이전에 선생님의 질문 내용과 대표 학생의 답변 내용을 지정하여 연습을 한다.

보통은 반에서 또박또박 말도 잘하는 학생을 지정해 놓고 미리 알려준 질문과 답으로 사전 리허설을 하기도 한다. 선생님도 평소와는 다른 말투로 너무나 사랑스러운 제자들을 교육시키는 것처럼 학생들에게 꼬박꼬박 존대말을 하면서 장학사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장학지도는 보통 교장 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의 안내로 코스가 진행되는데, 뒷문을 열고 교장 선생님과 장학사가 같이 들어서서 선생님의 수업을 참관하게 된다. 길어질 경우 미리 마련된 의자에 앉아 참관하게 되는데, 어떤 장학사는 꼼꼼히 수첩에 기록을 하기도 하고, 어떤 장학사는 팔짱을 끼고 수업 모습과 학생들의 태도를 관찰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정이 끝나면 바로 장학사와 안내 교사는 나간다. 그러면 교실은 일순간 안도의 분위기로 바뀌고, 선생님도 평상시 모드로 돌아가게 된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모습이 마치 군대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 대대장이나 연대장, 사단장이 일선 부대의 내무반을 방문하는 경우가 있다. 일정을 다 알려주고 찾아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평상시 자유스럽던 분위기와는 달리 일순간 부대 전체가 표준적인 행동을 하는 FM(Field Manual)상태로 변하게 된다. 병사들은 평소보다 더 건강하고 활기차며, 군기가 들어보여야 하고, 내무반은 먼지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해야 하며, 누구보다 친절한 큰 형님 같은 중대장의 모습으로 변하는 시간이다.

장학사의 학습참관이나 부대장의 내무반 순시나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두 모습 모두 공통점이 있다면 '보여주기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장학사의 학습지도는 현장에서 실제 일어나는 선생님들의 교육방법에는 문제가 없는지, 아니면 좀 더 나은 교수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교사들과 논의하고 지적하고 평가해 주는 그런 방문이다. 그런데, 보여주어야 할 평상시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포장해서 아무 문제가 없고, 아주 이상적인 모습만 보여준다는 것이 과연 장학 지도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

장학사는 기업으로 치면 컨설턴트이다. 지도를 나가는 학교의 교육과 관계된 운영은 정상적인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학생들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 교육관청에 이를 보고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요즘은 어떤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주변에 아는 후배들이 교사를 하고 있어서 의견을 들어보면 예전과 크게 다를바 없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것은 시간과 학생 뿐이고, 장학지도의 방법과 선생님 그리고 장학사는 여전히 내가 다니던 시절과 다름없는 것 같다.

컨설팅을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현재 상태의 진단이다. 의사가 병을 고치게 하려면 제일 먼저 환자의 아픈 곳을 파악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컨설팅을 하기 위해서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그런 현상황은 연출되거나 거짓이 있거나 또는 컨설턴트가 잘못 파악한다면 오진을 낼 확률이 높다.

자주 뉴스에 접하는 학내 문제에 대한 외부 공개 기피 현상은 외부로 알려졌을때 학교의 위신이나 교장선생님 그리고 해당 교사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또는 상부 교육행정 기관이 알 수 없게 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장학지도는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하며, 학교와 선생님들을 지원하려는 의도에서 실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대가 많이 변했는데, 변하지 않는 조직 중의 하나가 교육 공무원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물론 선생님의 위상과 대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으나 그 이유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방법에서 변화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장학사의 장학지도는 20년전이나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씁쓸한 소릴 듣고는 한 아이의 학부모로서 우려가 앞선다.

학교 일선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런 우리 교육의 현실을 잘 파악하는 장학사와 교육행정 기관이 되었으면 한다. 기업 컨설턴트 역시 고객사의 현상황을 잘 파악해야지만 좋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장학지도 역시 예전과 같은지 궁금하다. 설마, 예전과는 다르겠지.

장학지도가 보여주기, 전시행정이라는 이야기를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조차 만연한다면 우리 공교육의 미래가 답답해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Posted by 까칠한 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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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golbin.net BlogIcon 골빈해커 2006.10.21 18: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만배 공감되는 글이네요..에휴..

  2. Favicon of http://www.justinchronicles.net BlogIcon Justin 2006.10.21 2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컨설팅 기법중에 하나가 observation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어떻게 돌아가나~ 하고 확인하는 건데요, 이 방법의 장점은 보고서에 들어있지 않은 점, 보고서에서 놓친 점들,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돌발상황들에 대응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만, 말씀하신 것과 같은 치명적이라면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요. 실제 현장에서 하는 행동이 아닌 말그대로 '보여주기'의 행위 때문에 관찰자는 그점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bservation 기법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 컨설턴트가 바보가 아닌 이상 걸러서 보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