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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과 송년회를 겸한 약간의 음주를 마치고 지하철을 탔다.

1호선 큰고개역에서부터 반월당역에 내려 2호선을 갈아탔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자리를 차지한 나는 조용히 PDA를 꺼내 음악을 듣고 있었다. 지하철이 반월당역을 출발하자마자 입구에 문을 기대고 선 한 젊은 남자가 전화에 대고 고성으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시비가 벌어진 모양인데 입에 담지못할 욕을 계속 했다. 순간 차내의 모든 사람들은 이 사람을 응시했고, 근처 있던 여자들은 자리를 피하기까지 했다.

이때 이를 보다못한 근처에 자리에 앉은 한 아저씨가 소릴 질렀다.
'거 젊은 양반, 사람들이 탄 지하철에서 그렇게 소릴 지르면서 욕을 하는게 어딧소? 좀 조용히 합시다'라고 했다. 그러자 전화를 걸던 이 남자는 다짜고짜 그 어른에게 쌍욕을 하며 덤비려고 했다. 이때만 해도 전동차 안의 모든 사람들은 이를 주시하기만 했다. 그러자 이 어른(나중에 자신이 56살이라고 했다)이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을 했다. '세상 정말 희안하게 돌아가는군, 이게 정상인가? 내가 잘못한건가?' 즉, 거들어주지 않는 주변의 사람들을 향해 야속해 하는 말이었다.

이때, 젊은 남자는 이 아저씨를 향해 주먹을 날리려고 덤벼들었다. 이를 옆에 있던 남자분들(30~40대)이 말렸다. 간신히 주먹질은 허공을 갈랐고, 이내 이 소동은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이 젊은 친구는 연신 아버지같은 어른을 향해 쌍욕을 하기 시작했다. 왜 시비를 거냐는 거였다. 술을 좀 먹었고, 큰소리로 전화를 했다고 왜 시비를 거냐는 거였다.

주변의 사람들은 이 친구의 말을 수긍하지 않는 눈치였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태를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난 이렇게 앉아 있어야만 하는가? 저 아저씨가 당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나 자신이 정말 답답했었고, 주변의 사람들도 원망스러웠다.

이때, 어떤 남자가 아저씨를 도와 그 젊은 사람을 나무랐다. 그러자 이 젊은 친구는 더더욱 거칠어졌고, 아저씨를 향해 덤벼들었다. 점점 전동차내의 분위기는 모두 아저씨편으로 돌아서버렸다. 이곳저곳에서 그 젊은이를 야유하고, 나무랐다. 그러자 이 젊은 친구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시하고 아저씨쪽으로만 계속 다가서려는 행동을 했다. 이때 나도 나서서 말렸다.

그때 순식간에 문제가 발생해 버렸다.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욕을 듣던 그 아저씨가 갑자기 일어서서 그 친구에게 다가가서 뺨을 때린 것이다. 젊은 친구의 안경이 떨어질 정도로 세게 때렸다. 그 젊은 친구는 당황스러웠는지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잠시후 때린 것을 문제 삼으며,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며, 112로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음성은 술이 취해서 말의 앞뒤가 맞지 않게 하고 있었다.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을 그렇게 때리는 것은 살인미수다' 뭐 이런 내용의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더니 다시 아저씨에게 달려들었다.

이때, 어느 정장을 입을 30대후반의 남자가 이를 제지하고 나무랐다. (아! 멋있는 분이다. 이 분의 가슴에 대구은행 휘장과 함께 DBG라고 글이 적혀 있었다. 이 분 상이라도 줬으면 좋겠다. 이 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적극 제지에 나섰다) 이분이 수습을 하려고 나섰다. 그러나 이 젊은 친구는 더더욱 기세만 살아서 이젠 자신의 뺨을 때린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경찰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차안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뺨을 때린 아저씨를 옹호하고 나섰다. 젊은 친구는 계속해서 엉뚱한 말만 늘어놓으며 뺨 맞은 사실을 신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역에 정차를 하자 아저씨 멱살을 잡고 끌어내리려했다. 이를 본 사람들은 나를 비롯해서 서너명이 막았다. 타협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아 용산역에 내리게 되었다. 반월당역에서 7정거장을 지난 상태였다.

나와 40대 초반의 한 아저씨, 그리고 한 아가씨가 증언을 서겠다고 따라 내렸다. 정말이지 이런 사람들이 있는 것에 대해 오히려 내가 고마웠다. 물론 나도 같이 내렸다. 그 아저씨가 잘못한건 손찌검이었다. 욕을 하더라도 참았어야 했다. 이건 법상으로도 폭력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맞은 젊은 친구도 그 뒤에 아저씨의 머리를 잡고 때리려고 했었다. 그걸 주변 사람들이 말렸을 뿐이다.

잠시후 지하철 근무자가 와서 사무실로 일단 자리를 옮겼으며, 여기서 서로 화해를 권했으나, 젊은 친구는 자신이 폭행을 당했다는 것을 강변하며, 경찰을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잠시후에 경찰은 도착했고, 정황을 들어보더니 화해를 권했다. 우선 젊은 친구가 사과를 하라고 했고, 아저씨 역시 뺨을 때린것에 대해 사과를 시켰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감정적으로 이미 골이 생겨서 화해를 원치 않았다. 그 사이 경찰은 이를 가벼운 실랑이 정도로 보고 증인들의 연락처를 받아적고는 두 사람에게 경찰서로 동행을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실랑이를 무마하려고 했지만 이 젊은 친구는 계속 아저씨의 처벌을 요구했고, 아저씨 역시 속이 상할대로 상했다며 그러자고 했다. 경찰차 앞에 도착하자 두사람은 비로소 일이 커졌음을 느끼고 극적으로 화해를 했다.

여기까지가 방금 1시간 전에 벌어졌던 상황이다. 내 퇴근 시간이 1시간 늦어진 이유가 지하철의 소동 때문이었다.

사실 난 전적으로 뺨을 때린 아저씨 편이다. 지하철에 탄 대부분의 사람도 그랬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타고 퇴근하는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쌍욕을 하며 전화를 거는 젊은이를 나무라는 어른의 행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약간 흥분해서 그 남자의 뺨을 때린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분명 그 젊은 친구는 어른에게 모욕적인 욕을 했다. 33살이 56세 아저씨에게 쌍욕을 했고, 내가 그 어른이었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게 젊은 남자의 뺨을 쳤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감정적인 대응이었다. 이렇게 될때 법의 논리로 따지면 가해자가 어른이 되는 상황이다. 아무리 언어로 폭력을 행사했다 하더라도 물리적인 폭력은 더 무거운 죄가 된다.

이 작은 소동을 보면서 사람들의 반응에서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저씨의 행동에 동조를 하지만 자신의 피해를 생각해서 나서지 않고 있었다. 물론 그 사람들 속엔 나도 포함된다. 부끄럽다. 지금 생각해도 빨리 이를 말리고 그 젊은 사람을 같이 나무랐어야 했다. 누군가 나서자 같이 이를 도와 사람들이 나섰다. 뺨을 때린 그 아저씨 같은 사람이 있어야 잘못된 행동을 하는 젊은이들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어른이 그런 모습을 보일때 주위에서 도와야 한다.

두 사람이 화해를 하고 다시 나와 그 아저씨는 지하철을 타기위해 다시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난 두 정거장이 남았고 그 아저씬 네 정거장이 남았다. 다음 전철을 기다리며, 아저씨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괜히 나섰어, 쓸데없는 호기를 부렸군. 앞으론 나서지 않을거야. 나만 그냥 참았으면 자네같은 사람이 끼어들지도 않았을거야, 그리고 마음이 참 무겁네, 내 자식같은 놈한테 저런 대우를 받아야 하다니 말야.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조금만 참았으면 별 일 없이 지나갔을텐데...'

이 말을 듣는 나도 참 마음이 무겁다.

비록 화해는 했지만, 젊은 친구는 내일 일어나서 깊이 반성하기 바란다. 뺨 맞을 짓을 했으니 누구에게 원망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자신이 아저씨와 같은 처지가 되었을 때면 깊은 반성을 할 것이다.

어른은 어떤 일이 있어도 늘 공경받아야 하는 절대적인 존재는 아니다. 다만 연장자로서 우리 인생의 선배로서 공경 받아야 한다. 물론 법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 자신을 위해 쓴소리를 하는 어른은 정말 좋은 분이다. 듣기가 싫은 것은 있지만, 그런 쓴소리는 달게 받아야 한다. 자신밖에 모르는 세상이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은 오늘 하루 저녁밤의 일은 정말이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뭐가 사람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남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남들앞에서 하지 말자. 술을 먹었다고 모든 것을 술에 떠 넘기지 말자. 폭력은 나쁜 것이다.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도 폭력이다. 인간이 인간을 때릴 수 있는 권한을 신께서는 주지 않았다.

깊은 반성과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살면서 배우는 교훈은 가까이서 찾을 수 있다.
지하철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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