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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 자리잡고 있는 통신전문회사 텔레지오그래피의 알란 몰딘 리서치 책임자는 "이번 사태로 핵공격 같은 재난도 견딜 수 있는 인터넷 망이라는 신화가 무참하게 무너졌다"라고 꼬집었다.

몰딘은 또 "인터넷은 일종의 가상 현실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그것들이 물리적인 자산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진이 발생하거나 어부들이 조업도중 실수로 케이블을 잘못 건드릴 경우엔 인터넷 자체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핵공격을 견딜 수 있는 통신망이란 원래 없다. 인터넷을 이야기할 때 핵공격에도 끄떡없이 운영이 가능한 네트워크라고 표현하기 때문에 그 원래의 취지를 알지 못하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것이다.

흔히 인터넷을 '네트워크의 네트워크(Network od network)'라고 한다. 그것은 무수히 많은 경로(Route)를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이며 실제 네트워크들이 서로 연결되어 마치 거미줄(Web)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통신의 기본 전송 단위인 패킷(Packet) 역시 통신할 수 있는 단위를 잘게 쪼게어 전송하면 효율적이고 하나의 네트워크에 장애가 생기면 장애가 없는 네트워크를 타고 패킷이 다시 조합되어 원래의 데이터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인터넷이 미국 국방망(ARPANET)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인터넷을 배우면 다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군사용 목적이 학술 목적으로 다시 상업적인 목적으로 계속 진화해 왔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인터넷은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라는 점이다.

네트워크가 연결된 특정 지점의 연결이 파괴되더라도 다른 경로(Route)를 통해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그것이 인터넷의 장점이자, '핵공격에도 견딜 수 있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번 대만지진으로 인한 네트워크 단절은 해당 지역의 인터넷을 교란 시켰다. 큰 문제가 된 것은 그 지역이 중요한 업무(금융, 경제)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야 하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홍콩과 싱가폴 같은 나라는 북미나 유럽 기업의 아시아 본부(Asia Pacific Headquarter)가 많이 들어서 있는 지역이다. 그들에게 아시아는 곧 홍콩과 싱가폴을 이야기할 때가 많다. 본사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연결이 되지 않으니 큰 대란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이론상으로 인터넷은 하나의 채널 또는 노드(Node)가 죽으면 다른 살아있는 노드로 데이터를 우회 시킨다. 그것이 라우터(Router)의 역할인데, 이번 대만지진 때는 빠르게 라우팅 경로 변경이 불가능 했으며, 한꺼번에 수용 용량 이상의 트래픽이 단절된 네트워크로 몰리면서 대체 경로 쪽의 소통이 문제가 생겨서 인터넷 및 전화 장애가 생긴 것이다. 또한 전용선은 대체 방법이 없다. 이 부분은 엄밀히 말하면 인터넷이 아니라 두 지점에서 양쪽으로의 사설 네트워크 연결이다.

중국의 일부를 제외한 전역 한국, 일본은 특별하게 자국내의 인터넷이나 전화망에 문제가 없었다. 만일 태평양 횡단 케이블이 끊어졌더라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를 통해 유럽으로 연결된 통신망으로 미국으로 우회 연결된다. 이런 네트워크 구성을 두고 '단절되지 않는 네트워크'라는 표현을 쓴다. 망을 이중화, 삼중화의 다중화 한다는 의미가 바로 '인터넷'의 기본이다.

그래서 인터넷 망에 대한 환상이 아니라 원래 인터넷망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사건이 바로 대만지진으로 인한 아시아 통신대란 사고이다. 대란이라고 부르는 것은 금융 분야 및 외국계 기업의 정보라인이 일부 차단되었기 때문에 부르는 것이지 크게 우리 생활에서 영향을 준 것은 없다. 오히려 그 정도 지진에 이 정도의 파장만 있었다는 것이 다행일 정도이다.

이번 사고가 난 후에 싱가폴에 출장을 나간 우리 회사의 사장님도 연결은 좀 어려웠지만 한국으로 전화가 가능했었다.

분명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아시아 해저케이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 질 것이다. 이런 논의가 우리에게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다. 동남 아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진이나 풍수해가 적은 우리나라에 아시아 태평양지역 본부를 유치하는 사업이나, 아시아 전산센터를 우리나라로 유치하는 등의 노력이 뒤따르면 좋을 것이다.

이로 인해 국제 금융도시인 홍콩은 대외통신의 99%를 광케이블 전송에 의뢰하고 있다. 중국과의 육상 광케이블망 외엔 모두 해저 광케이블로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세계 각지와 연결되고 있다.


사실 inews24에 인용된 북미지역에서의 반응은 북미나 유럽 입장에서는 홍콩이 네트워크로 단절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해저케이블 뿐만 아니라 육상을 통한 네트워크 구성이나 위성 네트워크에 대한 도입연구도 활발할 전망이다.

오히려 지진으로 인해 네트워크 단절이 일어날 일이 거의 없는 북미의 입장에서는 심리적인 불안감이 더 했을 것이다. 지진이 사람과 물적인 피해를 줄 수 있어도 경제적인 파장을 이토록 크게 미칠줄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자본이 네트워크의 도움 위에 피처럼 흐르고 있는 시대라서 북미쪽 투자자들에겐 이번 지진이 불안하게만 보였을 것이다.

인터넷은 강하다. 그리고 튼튼하다. 다만 용량을 지속적으로 늘여야 한다. 이번 지진으로 배운 교훈이 있다면 바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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