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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MP3 플레이어를 이야기할때 우리나라가 '종주국'이라는 표현을 자주 한다. 종주국은 '문화를 비롯한 어떤 것이 최초로 시작된 나라'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MP3 파일을 가지고 다니면서 들을 수 있는 포터블 플레이어로 만든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이다.

그럼 누가 MP3 플레이어(정확하게는 MP3 Portable Player)의 원조일까?

'새한정보시스템'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디지털캐스트'라는 회사이며, 이를 제작을 진두지휘한 사람은 '황정하'라는 그 회사의 대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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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정보시스템과 결별 후 MPStation이라는 브랜드로 새출발)

황정하라는 사람은 다우기술 출신으로 96년 11월에 '디지털캐스트'라는 회사를 세웠고, IP 기반 팩스 시스템과 디지털 캐스팅 서버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리고 오늘의 MP3 플레이어의 원조가 된 '엠피맨'을 만들었다.

자금사정으로 인해 대량생산을 위해 새한정보시스템과 협력하여 1998년 2월 세계최초의 MP3 플레이어인 엠피맨(MPMAN)을 발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당시 모델은 16MB, 32MB, 64MB 플래쉬 메모리 기반의 MP3 Portable Player였으며, 가격은 20만원대부터 50만원대로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비싼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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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MP3 Player MPMAN F - Series)

언론에는 당연하게 새한정보시스템이 부각되었지만, 진정한 개발사는 디지털캐스트였으며, 최초의 개발자는 '황정하'사장으로 보면 된다.

1998년 2월 발표면 올해가 9주년이 되는데, 왜 10주년이라고 했냐면, 이미 2월 발표전에 시제품을 비롯한 제품이 97년에 개발 완료되었기 때문이다.

신제품을 출시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디지털캐스트는 새한정보시스템과 결별을 한다. 나중에 새한정보시스템은 회사명을 '엠피맨닷컴'으로 바꾸고 MP3 플레이어 업체로 사업을 유지했으나, 경영상의 문제로 2004년 지금의 '레인콤'에 인수합병되었다.

디지털캐스트는 새한과 결별 후 독자적으로 'MPStation'이라는 브랜드로 MP3 플레이어 사업을 계속 진행했지만, 자금과 여러 가지 면에서 뒤쳐지는 가운데 1998년 말 미국의 한국계 사업가가 운영하는 세계적인 PC용 그래픽카드 제조사인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로 인수합병된다.

그 뒤에 MPStation에서 'Rio'로 이름을 바꾸어 미국 시장에 정식 출시 되었고, 큰 히트를 치게 되었다. 미국 시장에서 10만대를 팔아 점유율 90%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으며, 세계시장에 한국기술의 MP3 Portable Player라는 것을 각인시키게 되었다.

그 후 디지털캐스트는 리오포트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바꾸고 콘텐츠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그때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는 대만의 S3에 매각되고, 다시 사명을 소닉블루로 변경하게 된다. 다시 일본 업체에 매각되었다가 시그마텔이란 업체로 매각이 되었다.

그 사이에 디지털캐스트를 떠난 황정하 사장은 다이아몬드멀티미디어의 부사장이었던 허형회씨와 함께 베이원 VAONE이라는 VOD 솔루션 업체를 별도로 설립했다.

2005년 1월엔 엠피맨닷컴을 소유하고 있던 레인콤이 MP3에 대한 특허를 시그마텔로 양도해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국내 업체들에 대해서는 한국포토블오디오기기협회(KPAC) 회원사는 특허기술을 행사하지 않기로 계약하기는 했지만, 그 외 삼성이나 LG는 회원사가 아니어서 특허소송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긴 하다. 실제 시그마텔은 작년에 국내 업체인 텔레칩스에 자사의 MP3 특허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국내 MP3플레이어 시장은 2000년을 기점으로 급성장했다. 매년 그 성장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그러나 2004년 이후로 국내 시장 정체와 애플의 iPod에 고전을 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국내 최대의 MP3 플레이어 업체인 레인콤의 부진한 실적발표만큼 국내 MP3플레이어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에 메모리 가격 인하로 인한 가격의 폭락과 중국업체들의 저가판매 및 PMP, DMB 수신기, PDA, 네비게이션 등의 다양한 디바이스들과 경쟁해야 하며, 세계 시장에서는 애플의 iPod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미 자금력이 약한 업체들은 도산을 했고, 중국업체들에게 넘어가는가 하면, MP3플레이어가 아닌 타 업종으로의 전환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MP3플레이어 전문업체는 레인콤을 비롯한 중소업체가 이끄는 시장이 아니라 삼성, LG, 애플 같은 거대자본의 대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그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시장 장악력으로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초기 시장은 중소기업들이 해 놓고, 다져진 마켓을 대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중소업체들은 국내시장에 관심을 별로 두지 않는다. 내수시장이 별 재미없기도 하지만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가 나는 사업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업체들은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음악을 좋아하는 서구인들을 타겟으로하는 시장을 개척중인데, 유럽 중남미 등이 그 시장이며, 중동 시장도 활발하게 개척 중이다.

이들 나라에는 단순히 MP3플레이어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VoIP 솔루션, 사전, 이동식 저장장치 등의 특화된 기능으로 승부를 하고 있다.

10년이 흘렀다.

기술은 10년 동안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또한 생생한 변화를 지켜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먼저 만들었다는 것에만 안주하면 안된다. 시장을 개척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우리나라 MP3플레이어 산업을 보면 알 수 있다. 부침이 심할수록 시장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때다.

국내 MP3플레이어 제조사들의 분발과 행운, 그리고 성장이 있길 바란다.

PS. 이 포스팅을 하는데 많은 자료를 제공해 주신 서기선님께 감사드립니다. 부디 좋은 책으로 국내 MP3 플레이어 산업에 기여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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