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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에 롯데마트 금천점에서 LCD TV를 한 대 구입하게 되었다. 결혼초에 구입한 TV가 한 달 전쯤에 운명을 다하는 바람에 작은 브라운관 TV로 보고 있던 터였다.

언제 구매할 지는 결정하지 않고 있었으나, 매장을 둘러보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롯데마트를 찾았었다. 마침 판매원 한 사람이 다가와서 의례적인 상품 설명을 했다. 당장 구매할 생각이 없다고까지 말했으나, 5대 한정 수량 판매 제품이 있다고 내게 안내를 했다. 계산기 까지 가져와서 조용히 내게 숫자를 쳐서 보인다. '99', 마치 무슨 비밀 흥정하듯이 말이다.

삼성 제품이었고 32인치 제품인데, 2005년도 모델이었다. 가격도 5대에 한정적으로 99만원에 판매한다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진열대에 가격은 125만원, 그러나 판매가는 110만원이라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설명을 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99만원이라는 가격의 메리트(통상 최근 모델의 경우 100만원 이상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때문에 급하게 구매 결정을 했다.

거의 지름신이 강령한 것 같이 뭔가에 홀린듯 구매를 결정해 버렸다. 배달은 다음날(일요일) 오전에 된다고 했다. 뭐 하루 쯤이야... 결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인터넷을 뒤졌다. 해당 모델은 인터넷 최저가가 95만원이었다. 일단 여기서 부터 마음이 좀 상하기 시작했다. 판매원은 인터넷 최저가로 알아봐도 105만원은 줘야 한다고 내게 이야기 했다. 원래 이런 얘기는 믿으면 안되는 것이었는데... 일단 이 부분에서 한번 실망을 했었다.

110만원에 판매가 되고 있는데, 한정수량 5대에 한해서 99만원에 준다고 얘기 했었다. 또 내가 다섯번째 구매자였다. 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딱 좋은 조건이었다. 한정수량이라는 점과 가격이 이 정도면 비싸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월급쟁이 입장에서 100만원을 선뜻 물건 사는데 바치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너무 큰 지출에 집사람은 내내 걱정만 하고 있었다.

다음날 오전 물건은 배달 되었고, 새로 산 TV를 작동시켜보자, 생각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뭐, 인터넷 최저가 보다야 조금 비싸지만 TV가 마음에 들었기에 아쉬운 마음은 희석이 되었다. 사실 이렇게만 문제없이 작동되었더라면 아무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냥 운이 좋아 싼 값에 좋은 TV를 구입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문제는 밤에 터졌다. 11시 쯤에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에 노이즈가 생기더니 엉망이 되는 것이었다. 소리는 멀쩡한데, 화면만 엉망이 되었다. 이는 방송의 문제처럼 보이지 않았다. 다른 방송 모두 그렇게 나왔기 때문이다. PC에 있는 수신카드를 통해 TV를 보니 멀쩡하게 잘 나오는 것이 아닌가? 다시 5분 정도 뒤에 화면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일요일 밤 11시가 넘었고 다음날은 내가 새벽같이 출근을 해야 하므로 일단 밤을 넘겨 보기로 생각했다. 그러나 찜찜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다음날 새벽 출근을 하기 위해(직장이 대구여서 일찍 출발해야 했다) 5시 30분에 일어나서 TV부터 확인해 보았으나 정상이었다. 찜찜하긴 해도 이상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새벽 기차로 대구에 내려왔다.

도착하자마자 집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또 어제밤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이다. '아! 이건 TV 문제가 맞구나'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회사에 도착해서 롯데마트 판매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일단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했더니, 기사가 가서 확인을 해야 하므로 아직까지는 뭐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문제가 있는 것이 확인이 되면 환불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롯데마트 판매 담당자는 새 제품으로 교환해줄 수 있다고만 했다. 나중에 얼버무리긴 했지만 환불에 대한 요구를 처음부터 꺾었다. 제발 한번만 교환해 보고 문제가 없으면 써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단 A/S기사로부토 점검부터 받자고 했다.

오후 1시에 삼성에서 기사가 와서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했고,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바로 그 자리에서 내렸다고 집사람이 전해왔다. 문제가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해서 롯데마트측으로 넘기고 그러면 모레쯤이면 새로운 TV를 받아볼 수 있다고 했다. 난 또 여기서 서서히 열을 받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판매한 제품에 문제로 인해 기분이 상한 고객에게 또 다시 서류 처리를 핑게로 며칠 기다리라고 하는 것 아닌가?

이 소식을 접하자 바로 롯데마트로 전화를 했다. 환불요구를 했다. 환불보다 교환이 어떻겠느냐고 하던 점원은 계속되는 환불요구에 그렇게 해 주겠노라고 이야기 했다. 카드로 결제했으니 전표를 가져가면 되겠느냐 물으니, 본인이 오지 않으면 안된다고 얘기한다. 여기서 결정적으로 화가 절정을 이루게 되는 순간이었다. 본인이 오지 않으면 취소가 안된다는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레파토리 아닌가? 그런데 롯데마트에서도 이런다는 말인가?

묵묵하게 롯데마트 회원이 되어 이용한지 벌써 6년이 넘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비록 전자제품이어서 비싸긴 하지만, 구매 물품에 하자가 있어서 환불을 요구했는데 카드 소지자 본인이 와서 직접 전표를 취소처리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냥 새 제품으로 받아보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느껴졌다.

바로 소비자센터로 연락을 취했다. 해당 점원의 말과 틀렸다. 전표를 가지고 오면 바로 취소가 된단다. 바로 이제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몇몇 곳에서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랬더니 잠시후 판매한 당사자가 내게 전화를 했다. 딴 소리 하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취소처리가 안되느냐고 묻지 않았느냐고... 말 문이 막혔다. 변명도 그렇게 쉽게 하다니. 사과의 전화인듯 한데 변명 뿐이었다. 그냥 솔직하게 사과하면 끝나는거 아닌가? 내가 전화 말미에 거꾸로 물었다. '제가 뭐 잘못한거 있습니까?'

하나 더, 내 물건 아니니 빨리 TV를 가져가라고 했더니 오늘은 배송 담당자들이 바빠서 내일 가져 간단다. 집이 롯데마트에서 반경 5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도 충분할 정도이다. 살 때와 환불할 때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은 불괘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까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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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홈페이지에 걸린 문제의 삼성 LCD TV)

웃기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롯데마트 홈페이지에는 내가 구매한 제품의 가격이 100만원으로 걸려있다. 즉, 내게 110만원이라고 소개한 점원이 내게 속인 셈이 된 것이다. 그 부분을 따져 묻자,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항변만 했다.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오히려 실토한 것이었다.

간단한 에피소드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할인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싸고 질이 좋다는 평을 받기 때문이고, 편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믿을 수 있다(신뢰)는 점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할인점 아니던가? 언젠가 대기업 전자제품 유통을 하던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할인점 물건이 대리점 물건과 틀리단다. 그리고 할인점 전자제품이 그렇게 싼 편이 아니다라는 것인데, 난 너무 쉽게 브랜드를 믿고 구입해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

결국 환불해 줄 것 아닌가?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미 고객은 판매자로의 신뢰를 버릴대로 버린 상태가 되었다. 할인점 측이 이번 일로 내게 준 것은 무엇인가? 바로 자신들의 브랜드를 깎아내리는 행동 뿐이었다.

물건을 파는 것이 비단 그 물건 자체만이 아닌 서비스와 함께 파는 것이다. 특히 할인점은 편리하다는 점과 신뢰가 생명인 유통업이다.

한번 더 오늘 다짐해 본다. 앞으로 롯데마트 금천점에서는 가전제품을 사지 않겠다. 아니, 되도록 어느 롯데마트에서나 가전제품은 사지 않을 생각이다.

서비스 만족도를 올리는 일은 쉽지 않지만 떨어뜨리는 일은 너무나도 쉽다. 고객을 열받게 만들면 된다. 그럼 그 고객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까지 안티를 만든다. 마치 좀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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