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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이야기

3GSM 개막식날의 여정

킬크 2007. 2. 13. 08:29
바르셀로나 생활 3일째.
이제 뭔가 알 수 있을만한 시간이 아니겠는가?

식사는 어제 저녁 SUBWAY에서 사온 치킨데리야끼로 대신했다. 진한 이탈리아 커피한잔과 함께 했다.

오늘이 월요일 아침이라는 것을 잊어 버린채, 늘 한가할 것이란 생각으로 지하철을 타고 나섰다. 그러나 승강장에 들어서자, 여기가 대도시라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도 러시아워가 존재하고 있었다.

짐을 가진 나와 동료들은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어제보다는 훨씬 많은 승객들과 함께 환승 장소인 까탈루냐광장역으로 향했다. '까딸란'이라고 스스로를 그렇게 불리우길 바라는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그래도 동양인들이 신기한지 우리 일행을 향해 계속 눈빛을 보냈다.

바쁜 일상의 모습은 한국의 대도시와 비슷했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서울과 마찬가지로 한쪽은 그냥 서 있는 사람들과 한쪽은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로 구분이 되었다. 일요일인 어제는 모두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서있기만 했다.

예상 시간보다 늦은 약 9시 10분 경 전시장에 도착하여 빠르게 전시품들을 전시했다. 그러나 벌써 관람객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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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ICA(Korea IT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는 옛 ICA가 올 해 1월 5일자로 승격되어 확장된 기관이다. 정식명칭은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이다. 이 기관은 ICA(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와 소프트웨어진흥원(KIPA)의 iPark를 흡수하여 센터에서 원으로 승격된 기관이다. 지금부터는 해외에 8개가 존재하는 iPark는 없어지고 모두 'KIICA XX' 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이번 행사를 KIICA('키이카' 라고 읽는다)의 후원아래 진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국내 전시행사는 5번 정도는 진행해 봤었다. 늘 힘들었던 기억밖에 없어서 이번 행사도 걱정이 앞서는 상태였다. 더군다나 여기는 국제행사다. 제일 힘든 것은 부스를 찾는 손님들인데, 이들 대부분은 영어를 사용한다. 그것도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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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는 입장료가 비싼 행사(최소 530.17 유로, 한화 65만원)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참석하여 구경하는 그런 행사와 달리 모든 접근방법은 비즈니스적이다. 관심이 없으면 더이상 물어보지 않는다. 대신 관심이 있으면 꼭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하거나, 다음 미팅을 약속하기 마련이다.

우리 회사 부스에도 대략 10여개 이상의 업체 관계자가 관심표명을 했다. 이 정도면 그리 나쁘진 않지만, 준비해온 팜플렛이 줄지 않은 것에 대해선 섭섭하긴 했다.(일반 전시회에선 팜플렛이 정말 많이 나간다. 물론 그것에 대한 Feedback이 거의 없긴하다)

전시회를 직접 참가해 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지만, 전시회란 정말 힘들다. 거의 9시에서 6시 또는 7시까지 9시간 내지 10시간을 서서 보내야 한다. 그사이 식사시간과 잠시의 휴식을 제한다 하더라도 최소 7시간 이상을 서서 손님을 맞아야 하는데, 그건 보통 일이 아니다.

오후 3~4시를 넘기면 피가 다리로 몰려 통증을 느낀다. 다리가 묵직해 지고 피가 몰린 다리 대신 머리가 휭하니 비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때 전시자는 의자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더군다나 그 시간에 고객이 찾아오지 않는다면 정말이지 지친 몸을 아무 곳이나 의지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런 피곤한 상황 속에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움직이는 인간 커피 메이커가 있었으니... 워낙 비싼 입장료를 받기 때문에 커피 제공이 공짜이다. 이런 모습의 커피 서비스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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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아가씨들은 정말 예쁘다 -,.-)

어느덧 시간은 흘러 7시까지 전시 시간이나, 오늘은 우리의 주최측인 KIICA의 저녁 만찬 초대가 있어서 조금 일찍 마치게 되었다.

전시를 마치고 나오는 광장에는 아름다운 분수와 함께 음악이 흐르고 쇼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행사장을 찾은 수많은 손님들과 전시자들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음악과 함께 장대한 쇼는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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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쇼를 보면서 만찬 행사장으로 데려다 줄 버스를 향해 출발하게 되었다. 이미 첫 날의 행사를 마친 많은 손님들은 숙소를 향해 이동 중에 있었다.

다른 업체 관계자들과 주최자들과 함께 버스를 올라 타고, 지중해가 보이는 몬주익 언덕으로 올라갔다. 가다가 여러 건물들과 상징에 대한 소개를 받았는데,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 1위를 한 황영조 선수의 기념 비석도 소개를 받았다. 한국인의 기념비가 이국만리 타향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스페인의 3대 미술가인 피카소, 미로, 달리의 소개와 함께 미로의 박물관이 이 몬주익 언덕에 있다는 사실도 얘기를 들었다.

평생 처음 내 눈으로 직접 지중해를 바라볼 수 있었다. 관광이 아닌 비즈니스로 온 바르셀로나이기에 지중해를 볼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 이건 바로 덤으로 생긴 행운이나 다름 없었다.

가지고 간 카메라가 밤 바다를 제대로 잘 촬영할 수 없었기에 아쉽지만 멋진 사진은 없다. 대신 여기가 바다라는 사실은 아래 촬영한 배를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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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지중해를 접한 곳에서 만찬은 시작되었고, 스페인의 전통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몇몇 음식은 우리 입맛에 맞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래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밥'요리가 나왔다. 이름은 '빠에야'라는 음식인데, 우리 음식으로 치면 해산물을 곁들인 볶음밥 쯤 되겠다. 다만 기름이 과도하여 일명 '기름밥'으로 불릴 정도다.

높으신 어르신이 바로 옆에 있어서 감히 카메라를 들이대는 만행은 저지르지 못했다. -,-

2시간 여의 만찬으로 배부르게 포식하고 우린 다시 숙소로 향했다. 2월 중순의 밤이지만 춥지 않은 것이 참 독특하다. 꼭 초봄 날씨같다.

지하철이 있는 곳까지 약 10분을 걸어, 다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도착했다. 10시 10분 숙소 근처 마켓에서 맥주를 몇 캔 샀다. 스페인 맥주인 '산 미구엘' 500ml를 샀는데, 한화로 약 1천원 정도였다. 정말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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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는 파키스탄인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며, 아주 친절했다. 유머도 넘치는 사람이었다. 보통 서민들이 생필품을 구입하는 슈퍼마켓인데, 10시 30분이면 문을 닫는다. 특이하게도 우유를 냉장보관하지 않고 있었다. 계산을 위해 신용카드를 이용했는데, 잘 연결되지 않아서 직접 전화를 걸어 승인 요청(?)을 하는 일까지 겪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결제 환경은 정말 뛰어난 것이다.

숙소로 돌아온 나와 동료들은 바로 샤워를 하고 사 온 맥주를 한 잔 하고서야 잠을 청했다.

벌써 몸은 바르셀로나에 적응이 되고 있었다. 숙소가 벌써 익숙해 진다. 또 어제에 비해 덜 피곤하다. 비록 전시회 피로는 있을지라도 시차와 낯설음에 대한 것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4일후면 다시 돌아가야 한다... 몸이 적응을 완료하기 전에 다시 떠나야 한다.

다시, 내일 좋은 일을 기대하며 잠을 청해 본다.

아디오스 바르셀로나... 그라시아스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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