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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혼수품으로 사서 사용하던 VCR(Video Cassette Recorder)은 요즘 쓸 일이 없다. 거의 3~4년전부터 1년에 몇 시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사용빈도가 줄었다.

일단 VCR용 비디오 영화를 빌려볼 일이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다. VCR의 자리는 어느새 DVD 플레이어가 대신하게 되었고, 가정용 비디오 카메라 역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이 되어 VCR로 변환하기 보다는 PC용 포맷으로 바꾸는 것이 더 일반화 되었다.

오늘 갑자기 둘째가 비디오 테이프를 틀어(재생)달라는 요구에 오랫만에 작동을 시켜 보았더니, 화면이 뭉게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럴 경우 대부분 헤더에 이물질이나 먼지가 끼었을 경우이기 때문에, 헤더 클리너 테이프로 청소를 해보았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별로 나아지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새로운 클리너를 사기위해 근처 대형할인점에 들렀다.

테이프를 판매하는 판매대에는 대부분 6mm 디지털 캠코더용 테이프만 눈에 띄었다. 다행히 한켠에 잘 팔리지 않은듯 몇 개 가져다 놓은 VCR용 테이프를 발견했다. 그 아래 공테이프(녹화용)보다 더 많이 쌓여 있는 클리너 테이프를 보았다.

이제 공테이프를 사가는 고객보다는 예전 비디오를 어떻게든 보려고 클리너를 더 많이 사가는 모양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헤드청소를 하고 아이가 원하는 어린이용 테이프를 틀어줬다. DVD 타이틀이나 TV보다 훨씬 낮은 질의 영상이 재생되었다. 아이들 인상이 찡그려졌다.

'비디오가 고장난거 아니에요?'라고 아이가 물었지만, 지금 곰곰히 생각해 보니, 비디오가 나빠진 것이 아니라, 점점 더 나아진 매체로 눈이 익숙해져서 상대적으로 영상의 질이 낮은 비디오가 나빠 보이는 것이었다.

우리 세대라면 결혼식 비디오를 아마도 VCR 테이프로 받았을 것이다. 요즘이야 DVD로 만들어 준다고 하지만, VCR은 결혼식 비디오나 가끔은 아이들 만화나 교재를 작동시킬 때만 VCR을 이용하게 된다.

필요없어서 치우자니 가끔은 필요하고, 그렇지만 이젠 너무 활용도가 낮아진 VCR. 얼마전까지는 콤보라고 해서 DVD와 VCR 테이프를 모두 재생시키는 기기가 선을 보이기도 했지만, 요즘엔 대부분 DVD 플레이어로만 나오는 거 같다.

10년전에 만들어진 우리집 VCR은 지금은 그냥 거실 한켠에 조용히 자신의 존재만 나타내고 있다. 장식품이 된지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다. 비디오와 DVD를 모아둔 서랍을 열어보니, 그래도 아직 아이들 비디오 테이프가 꽤나 들어 있다.

그나마, 얼마전부터 구입한 것들은 죄다 DVD 타이틀이다.

참 오랫만에 VCR을 작동시켜 보았다.

'외부입력 1'에 맞추어 놓은지 오래된 거 같은데, '외부입력 1'로 바꾸는 것보다는 'Component'로 바꾸는 것이 더 익숙해졌고, 오히려 잘 사용하지 않는 '외부입력 1'메뉴가 상위에 위치해 있어서 귀찮아졌다.

조금 있으면 'Component'보다는 'HDMI'연결로 바뀌면서 'Component' 연결의 종말을 가져오지 않을까?

음악이나 교재로 듣기위한 카세트테이프가 아직 살아있는 이유가, 아날로그적인 콘텐츠를 디지털로 바꾸지 못하도록 하기위해 생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이제 아날로그의 자화기록 매체가 '디지털화의 저항'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웃음을 지은 적이 있었다.

테이프의 중요한 부분이 씹혔을때, 그 부분을 잘라 셀로판테이프로 붙이던 기억이 난다. VCR이나 카세트 플레이어가 가끔 테이프를 망가뜨려 어느 부분이 손상되었을 때, 마치 수술하듯이 그 부분을 잘라내고 테이프로 붙여서 계속 사용했었다. 나중에 다시 재생하면, 손상된 부분과 지문 때문에 일부 고르지 못한 영상을 보긴 하지만, 그런대로 사용이 가능했었다.

집에 카세트 테이프 레코더가 사라진 것이 MP3P의 등장 때문이라면, VCR은 DVD 플레이어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 또한 예전보다 훨등히 나아진 디지털 액정 TV(LCD, PDP)의 등장 역시 낮은 질의 영상을 재생하는 VCR의 종말을 고하고 있다.

결혼식 VCR 테이프가 있다면 DVD나 CD로 영상을 옮기는 작업을 거치고 보관하는 것이 좋겠다. 나중엔 플레이어가 없어서 재생할 수 없는 일이 생길 것이니까...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과 3.5인치 플로피 디스켓이 있어도 쓸모가 없는 이유는 드라이브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VCR 테이프 역시 그런 운명에 처하지 않을까?

플로피 디스크, 카세트 테이프에 이어 VCR 테이프 역시 자화(滋化) 기록 시대의 종말을 고하고 있다.

테이프는 남겠지만 VCR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Posted by 까칠한 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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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issue.tistory.com BlogIcon isss 2007.05.06 19: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아직은 DVDP 보급율이 우리나라는 얼마 안된다고 하더군요.
    VCR이야 거의 있지만...
    그렇게 기술이 발전하고 10년쯤 지나면 DVD가 VCR의 신세가 되겠죠..

  2. Favicon of http://iamblogger.net/log BlogIcon UnknownArtist 2007.05.06 19: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집도 막상 DVD/VCR 콤보를 사놓으니, VCR을 볼일은 거의 없더군요.-_-;;

  3. Favicon of http://www.louice.net/ BlogIcon Louice P. 2007.05.06 1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집은 거의 5년 전부터 영상은 PC의 DVD-RW로만 해결하고 있고 VCR은 5년 전에 고장나서 갖다 버린 이후로 새로 들여놓지도 않고 있군요; DVD플레이어를 사는 것도 고려해 보았지만, PC 성능이 갈 수록 좋아지면서 아버지도 이젠 자연스럽게 DVD 타이틀을 재생하기 위해 PC를 켜십니다.

    VCR은 이제 주변에서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거 같아요. 심지어는 학교 강의실에서도 VCR이 철거되고 DVD로 바뀌는 추세더군요...:)

  4. etc 2007.05.07 09: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화기록매체중 대표적인 것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입니다.
    종말은 아직도 멀었죠.

  5. Favicon of http://blog.ebuzz.co.kr BlogIcon Buzz 2007.05.07 1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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