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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후원이나 모금에 상당히 인색한 편이다.

남을 돕는다는 선의의 의미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모금을 하거나 후원을 받는 쪽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즉, 모금이나 후원의 당사자들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모금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의 명찰을 가지고 다니면서 모금을 받는 사람을 난 철저히 외면한다. 내가 모금에 응하거나 후원에 응했을 때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도움을 주면 도움받아서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내가 준 도움이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돌아갔는지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면서 후원하는 사람의 책임이기도 하다.

1,000원이든 10,000원이든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도움으로 실제 어려운 사람이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지켜보아야 하고, 또 그런 관심이 실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일전에 적십자회비 납부에 관한 의견을 올린 적이 있었다. 그때 역시 똑같은 이유로 적십자회비에 대한 반감을 이야기 했었다. 물론 회비는 납부했다.

오늘 아내가 한 통의 우편물을 받았다.

'사단법인 신체장애인복지회' 명의로 보내온 우편물인데, 19,000원 지로용지와 함께 행주 2개가 왔다고 한다.(전화로 상황을 들어서 직접 보지 못했다)

사단법인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중앙회) :
http://www.sinche.or.kr

얼마전 같은 단체라면서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내 이름을 대며, 'XXX 사모님이냐'라고 하면서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우선, 전화번호와 주소를 알게된 경위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 낯선 사람이나 단체에서 이름과 주소를 알고 연락을 하면 아무런 생각이 없을 사람이 있을까? 어떻게 알게되었는지를 물어보면, 예전에 후원을 해 준적이 있어서 연락했다고 얼버무린다. 그러나, 그런 단체에 후원을 해본적이 없었다.

어떻게 사단법인이라는 단체가 개인 정보를 이용하여 후원 강요를 한단말인가? 또한 그 정보를 어디서 획득했는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가?

둘째, 전화 통화를 통해 후원을 부탁하고, 원치않는 물건을 동봉해서 보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담을 가지고 후원을 하라는 뜻인가?

후원에 감사한다고 소정의 선물을 보내준다고?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후원과 행주를 맞바꾸어야 하는 것인가? 그냥 행주 2개를 19,000원 산 것 아닌가? 무슨 후원이 그런가?

그리고, 왜 세대주에게 보내지 않고, 안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귀찮게 구는가? 전산자료에 안사람의 이름이 없으니, 'XXX씨 사모님' 이라고 보내는 것부터 넌센스다.

우편물을 받았다는 연락에 바로 인터넷을 뒤져서 사단법인(중앙회)에 연락을 취했다. 먼저 우편주소를 확인해 달라고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사단법인 산하 기관인 '복지사업부'에서 하는 사업이니 자신들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사업자등록번호도 다르다며, 애써 자신들과 무관함을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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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엔 원래 보낸 곳으로 연락을 했다. 홈페이지도 어엿하게 가지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복지사업본부 : http://www.sinchehelp.or.kr

복지사업본부의 홈페이지의 소개란에는 '한국신체장애복지회'라고 명시되어 있다. 아까 들었던 다른 부서라는 얘기는 아예 없다. 홈페이지 어딜봐도 중앙회로 연결하거나 사단법인으로 가는 링크도 없다. 두 기관은 다른 기관인가? 그러면 '복지사업본부'는 대체 해당 사단법인과 무슨 관계인가?

처음에 중앙회로 연락을 하니 복지사업본부로 전화 하라고 한다. 자기들은 모르겠다는 거다. 이러면 이미 신뢰가 크게 훼손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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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의문이 어찌 생기지 않을까?

모금이나 후원금에 대한 사용내역은 홈페이지 어디에도 없다. 그러면서 후원을 하라고 하면 과연 믿고 후원을 할 수 있을까?

복지사업부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엔 이런 지적도 올라와 있다.

보십시오.
아무리 좋은 일들을 하신다 하더래도 이런 방식으로 봉사(?)활동을 하신다면, 그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고 여겨집니다.

마치 강매나 강권 같지 않습니까...?

게다가 저희 전화번호나 주소는 대체 어떤 방식으로 입수하셨는지 당황스러울 정도네요.

자유게시판의 글을 읽다 보니 앞에 어떤 분도 지적하셨던 걸로 기억되는데, 봉사활동이라는 것은 마음으로부터 자연스럽게 그리고 기껍게 우러나와야 그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요?

물론 경제가 어렵다보니 그러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신 줄 이해는 갑니다. 좋은 일 하시는데도 말이죠.
허나, 솔직히 이런 식의 모금 방식은 사람들의 호감보다는 반감을 더욱 많이 살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작년 11월에 올라온 게시물이다. 그에 대한 답변이다.

후원자님 언잔은 마음에도 저희 복지회와 복지사업본부를 위해 후원해 주신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적하신 말씀 옳습니다. 저희 복지회도 늘 이러한 부분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인 방법으로 장애인복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단체가 되었으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여 이렇게라도 후원금을 모금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죄송스럽습니다.

하지만 후원자님 보내주신 정성은 분명 장애인복지를 위해 소중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더욱 최선을 다하는 복지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후원자님이 지적하신점 염두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댁네 어려움이 있으시다고 하신점 저희도 마음에 걸립니다..

아무쪼록 어려움 잘 극복하시길 마음적으로나마 빌겠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방법이 잘못되더라도 취지는 이해해 줬으면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소중히 쓰겠다는데 어떻게 썼다는 것은 왜 올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지적에 대해 염두만 하지 반영은 하지 않았다. 다만 양말과 행주에서 행주2개로만 바뀌었을 뿐이다.

때되면, 도와달라는 단체들의 연락을 많이 받는다. 길거리에서도, TV에서도 여러 가지 후원의 손길이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후원자를 욕되지 않게, 그리고 잘 도왔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가? 당연한 책임 아닌가? 홈페이지까지 운영하면서 자신들이 후원받은 내용과 사용 내역을 보내준다면 무슨 문제가 있나? 투명하다면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구세군 자선남비는 이런 점에서 자선단체나 후원금 모금단체가 배워야할 모범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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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점때문에 구세군 자선남비는 많이 거둬지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PS. 우편으로 받은 행주는 당장 원래 보낸 곳으로 반송시켰다. 내 돈 들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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