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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와서 가장 이상하게 느낀 점 중의 하나는 바로 일본사람들의 눈마주치지 않기이다.

어제는 저녁때 신주꾸로 가기위해 지하철을 탔다. TV에서만 보았던 일본 지하철을 직접 체험했는데, 젊은 사람들의 대부분은 핸드폰을 뚫어지라고 쳐다보고 있거나, 귀에 이어폰을 꽂은채 바깥쪽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대부분 작은 책을 꺼내서 읽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모습과는 아주 달랐다. 우리나라는 무가지를 펼쳐보거나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긴 그렇지 않다. 자리에 앉은 나와 우리 일행들은 이런 일본인들을 슬쩍 슬쩍 쳐다보며 어쩔줄을 몰랐다.

이런 모습에 어쩔 수 없이 우리들도 다른 딴짓(?)할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다. 괜히 창문쪽을 응시하거나, 핸드폰을 꺼내서 이리 저리 살펴보거나,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전철안에는 밖에서 들리는 소음외에는 거의 다른 소음이 없다. 대부분 뭔가에 열중인 사람들뿐이다. 핸드폰을 바라보며 심각하게 뭔가를 보고 있는 남자와 연신 웃으면서 핸드폰 버튼을 누르는 숙녀,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는 노신사까지 모두들 자기일에 몰두하고 있다.

길거리를 갈때나 엘리베이터 앞이나 어디든 일본사람들을 만나면 '스미마셍(실례합니다, 죄송합니다)'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리고 연신 고개를 숙인다. 우리에게는 낯선 문화다. 아주 예의바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는 것 같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아주 강해보인다. 또한 그것은 남으로부터 방해받지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할 것이다.

일본인들의 이런 행동은 누가 특별히 가르치지 않아도 습득하는 하나의 습관과도 같아 보인다. 몸에 배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겠다는 기본적인 예의에서 출발했겠지만, 때로는 이런 점때문에 더더욱 개인들을 고립시키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남들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극단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행동에서 잘 드러난다. 서로 눈을 마주치면 황급하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마치 무엇인가를 들킨 사람처럼 말이다.

이런 모습은 전시장에서도 계속되었다. 스페인과 독일 전시회에서는 전시부스에 다가오는 외국인들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네거나 눈을 마주치면 상대방도 웃으며 응하며, 부스나 제품에 관심을 가져 주었다. 어쩌면 이런 것이 배려라고까지 느껴졌다. 그러나, 이번 일본 전시회에서는 참관객들과의 눈맞추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관심을 가지는 듯하여 가까이 다가서거나 눈을 마주 치려 노력하면, 외면하고 바로 자리를 뜨는 것이다. 처음엔 아주 낯설었지만, 오후가 되면서 차츰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물론 관심을 가지고 제품에 대해 알아보려할 때는 잘 경청하였다.

그러나, 일본사람들도 친한 사람들끼리는 아주 호의적인것 같았다. 술집이나 길거리에서는 한눈에 친한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구분이 된다. 서로 농담하며 웃고, 떠드는 모습은 그들이 서로 친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게 했다. 이럴 땐 우리나라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들과의 대면에서는 철저한 외면과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좋다 나쁘다라는 사고는 위험할 것이다. 그러나, 시선을 외면하는 이들에게서 진심을 찾기란 쉽지 않겠다는 생각만 가졌다.

시선의 외면과 함께 또 놀란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일본 비즈니스맨들의 영어 회화 실력은 정말 끔찍할 정도다. 분명 엘리트들일텐데 영어로 건넨 한마디에 쩔쩔매는 모습은 정말 답답했다.

내가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영어로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영어로 질문을 하면 90% 이상의 비즈니스맨들은 당황해하며 제대로 응답을 하지 못했다. 한다하더라도 아주 간단한 영어만 가능했다.

그렇다고 이들의 교육수준이 낮은 것은 결코 아닌데, 영어만큼은 나름대로 콤플렉스가 있거나 두려움이 있어 보이는 것은 확실하다. 이번 행사인 Interop은 단순 일본 국내행사가 아닌 국제행사이다. 그러나 다수의 전시장 일본 방문객들은 영어 구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현상은 행사장을 찾은 젊은 대학생들과 그들의 또래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시장 부스의 대부분의 곳들은 일본어로만 적혀 있었고, 영어로 만든 팜플렛을 찾기도 힘들었다. 조금은 이해가 되지않은 부분이었다. 회사 이름과 제품소개를 영어로 하는 회사는 몇 개 없었다.

일본사람들을 이런 짧은 시간안에 모두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우리의 문화나 관습에 대해 이해와 존중받기를 원하듯, 일본인사람들의 이러한 문화도 이해해야 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시선을 피하는 일본사람들의 문화는 내게 아주 낯설다. 예의 바르고 깔끔하며, 친절한 이들의 이면에 진한 외로움이 보인다. 내 생각과 달리 이런 성향으로 인해 일본이 크게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일본을 이해하기엔 다소 이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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