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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폭격당한 동경 니혼바시의 한 빌딩에서 진공관 라디오 수리점으로 시작한 소니(Sony)는 성공한 일본 기업의 대명사였고, 경영기법은 세계 경영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가전과 포터블 기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회사였다.

소니(Sony)라는 이름으로 정식 출발한 것은 1958년 1월이어서, 올해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본사는 동경 시나가와에 위치하고 있다.

소니의 역사 : http://www.sony.net/SonyInfo/CorporateInfo/History/history.html

버블경제시절 일본의 경기가 하늘을 찌를 때, 소니는 미국으로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했었다. 그들에겐 돈과 자신감이 있었고, 미국의 콜롬비아 영화사를 인수하는 등 의욕적인 사업전개로 주목을 받는 세계 최고의 기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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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시나가와역 앞의 타카나와 사무실)

Trinitron 브라운관 TV, Walkman, VAIO Notebook, PlayStation, WEGA 평면 TV, Bravia HDTV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그들의 브랜드는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일본인들에게 소니는 더이상 예전의 소니가 아니었다.

일본에서 태어나서 일본에서 계속 살아온 한 교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소니는 문제가 많아요. 브랜드 가치만 높아서 가격이 비싸고, 예전같지 않게 기기 고장도 잘 나고, 자신들만의 규격을 사용하길 고집하기 때문에 많은 일본 사람들이 소니 물건을 잘 사려하지 않아요'

상담회장에서 만난 일본 기업가들 역시 소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자신들이 만들면 누구라도 사줄 것이라 생각하는 소니만의 틀안에 갖힌 사고는 소니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브랜드를 내세워 비싼 가격을 요구하는 것 역시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VCR에서 JVC의 VHS와 자사의 Betamax 기술을 가지고 싸워서 진 사례가 소니만의 고집을 잘 말해준다. 물론 Betamax 방식이 표준의 싸움에서 밀렸다고 하지만, Walkman이나 VAIO 등은 성공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또한 PlayStation 역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으며,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선도했다.

그러나, 독창적인 사고와 소니식의 창의적 발상으로 소니만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포부는, 시장에 귀 기울이지 않고 사업 영역 확장만하는 그런 모습과 표준보다는 자사의 규격만을 시장에 강요하는 모습에서 서서히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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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원세그 모바일 TV 단말기)

또한 제품의 고장이 잦아서, 보증기간이 끝나면 바로 고장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냉소적인 반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서 소니는 더더욱 어려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나름대로의 분석이다.

이러한 영향은 사업 전반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가전분야에서 삼성에 뒤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소니가 삼성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 것도 얼마되지 않았다.

소니의 자존심을 건드는 것은 일반 가전 뿐만 아니다. 음악 플레이어 시장은 CD와 MD만을 고집하던 워크맨을 더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되었고, MP3P 시장은 한국과 Apple iPod에게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기업 인수를 통한 영화나 음악 등 콘텐츠 사업의 수익악화와 콜롬비아 영화사 인수금액 부채 등의 문제 또한 소니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보니, 예전의 소니정신이 사라지고 일반 기업들처럼 실적과 매출에만 신경 쓰게된 것이다. 또한 조직은 경직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잘 팔리는 제품이 좋은 제품이라는 것을 소니는 부정하고 있다. 소니가 만드는 제품이 최고라는 자부심은 자만으로 변한지 오래다.

소니제품은 비싸고 고장 잘 나고, 더이상 새롭지 않으며,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일본인들의 생각은 지금 소니가 처한 가장 어려운 상태를 대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소니 제품이 인기 있고 잘 팔리고 있다. 그러나, 자국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소니를 보며, 더이상 남의 나라 기업 이야기가 아님을 깨달았다.

끊임없이 소비자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과감하게 혁신을 이끌어내고, 부단한 연구 개발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60년 전통의 글로벌 기업이라 할지라도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이 시대의 특징이다.

일본 경제는 살아나고 있지만, 소니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참고> 'Sony' 라는 회사명의 유래

Sony는 설립당시 Tokyo Tsushin Kogyo K.K. (Tokyo Telecommunications Engineering Corporation 동경전신전자회사)라는 회사명으로 출발했으며, 줄여서 TTK라는 이름을 사용하려 했었다. 그러나, 당시 철도회사인 Tokyo Kyuko의 TKK와 이름이 비슷해서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리와 음향을 뜻하는 라틴어 'sonus'에서 따오기로 했는데, 당시 자사의 트랜지스터 라디오 브랜드를 'Sunny Boy'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판매하였다. 그러나 영어로 'sunny'라는 이름은 일본말의 'soh-nee(써니, 일이 점점 나빠진다)'라는 뜻으로 인식되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인 sony(소니)라는 단어를 브랜드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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