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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대도시의 어느 휴일

킬크 2007. 8. 15. 16:11
서울이라는 도시가 정말 짜증날 때는 오늘같은 휴일날이다.

가족을 데리고 어디론가 가고자 한다면 한가지 각오를 해야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도 지치지 말고 짜증내지 말 것'

오늘 오후엔 모처럼 멀리서 온 여동생과 조카들과 함께 근처 가까운 유원지에 가려고 나섰다. 그러나 유원지에 가까이 갈수록 차들이 점점 들었다. 급기야 유원지 입구엔 차량들이 꽉 막혀있다. 더군다나 경찰까지 나와서 교통 정리를 하고 있다.

우린 꽉 막힌 입구 도로와 경찰의 통제를 보고는 바로 다시 집으로 차를 돌렸다. 이미 유원지로 나설 시간은 넘은 것이다.

근처 할인매장에서 간단하게 점심도 먹을겸, 장도 봐야하기에 할인점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역시나 사람들이 몰려있다. 지하 주차장엔 주차면이 모자라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푼 채 주차선 앞으로 차를 대고 있다. 그나마 그런 자리라도 있으면 금방 누군가 주차를 한다.

지하 주차장을 두어바퀴 돌다가 우연하게 발견한 자리에 주차를 하고 매장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매장안은 복잡하고 인산인해다.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 나온 가족 단위의 손님이 아주 많았다. 물론 우리도 저들 중의 한 가족으로 이곳에 왔다.

아이들은 이곳 저곳을 즐거운냥 뛰어 다니고, 지나다니는 쇼핑카트는 손님들과 부딪히기 일수다.

이런 모습은 주말이나 휴일에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서울의 일상이다.

서울과 근교의 놀이시설이나 휴양 시설 등 가족들이나 연인들과 함께 할만한 곳들은 오늘 같은 휴일엔 발디딜 틈이 없다. 심지어 할인매장도 마찬가지고, 극장, 식당도 마찬가지다.

오늘같은 날은 덥고 습도도 높아서 불쾌지수도 상당히 높은 날씨다. 그러나 1천 2백만이나 되는 서울 시민들과 인근 경기도민들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곤 한정되어 있다.

그나마 이런 할인점에서 한끼 점심을 떼우고, 아이들을 놀이시설에 맡겨두고 잠시 쉬는 것이 유일한 휴식이다. 아니, 집에 그냥 가만히 앉아서 TV나 보고 수박이나 나누어 먹는 것이 훨씬 편하다.

수도권에 사는 직장인들이 주말이면 어딘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이런 수만은 인파와의 싸움이 아닌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한여름에 절대 동해에 피서가지 않는다. 피서는 여름 더위를 피한다는 뜻인데, 거긴 더위만 피할 수 있을 뿐, 인파와 짜증과 과다한 지출은 피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간을 내서 멀리 피서지로 향해봤자, 가는 길 오는 길 교통 정체에, 비싼 피서지 물가와 편안한 휴식대신 사람들과의 갖가지 경쟁(주차, 피서지 자리 등)에 시달려야 하고, 돈은 돈대로 쓰고 몸만 피곤하다.

어른들도 지치는데, 아이들은 또 어떤가. 지겨운 것은 참지 못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인데,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놀이시설이나 유원지에선 어른들의 짜증을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처지다.

평소엔 모르던 엄마 아빠의 얌체짓도 봐야하고, 어른들의 경쟁세계를 평소와는 달리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대도시의 휴일 아니던가.

대도시의 휴일은 늘 변함없이 재미없고 짜증나고 힘든 날들만 계속 되고 있다.

대체 어떤 날이 휴일(休日)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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