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에서 정식 강의 과정으로 SUN Microsystems의 Solaris가 채택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전자신문 :
동국대, 한국썬 ‘솔라리스’ 강의 개설

이제까지 한국 썬은 대학을 자신들의 고객으로 생각했지 자신들의 미래 고객을 양산하는 곳으로는 보지 않았다.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다루는 품격높은 운영체제로 생각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학생들과 솔라리스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Microsoft는 국내의 많은 대학들과 협의해서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제품을 무상 또는 싼 값에 공급했다.

어찌보면 한국 썬에게는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고객인 학생과 대학이라는 조직에 기업이 정성과 돈을 투자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투자한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는 것이 바로 대학과의 협력이다.

한국 썬은 리눅스가 이토록 광범위하게 퍼지게 된 이유를 곰곰히 살펴보아야 한다. 불과 15년전엔 서버 OS는 오로지 유닉스 뿐이었다. 그때는 Windows NT를 서버 OS라고 인정하지도 않았던 유닉스 진영이었다.

그러나 당시, 유닉스처럼 생긴 리눅스의 등장은 아무렇지않게 생각했었다. 자신들처럼 조직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도 워런티를 제공하지도 않으며, 그냥 그저 저급한 사양의 PC에서 돌아가는 짝퉁 유닉스 정도로 취급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15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리눅스는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범용 서버 OS로 자리를 잡았다. 반면 상용 유닉스들은 그들의 폐쇄성과 가격대비 성능의 열세에서 리눅스를 따라잡을 수 없는 상태까지 와 버렸다.

또, 그들의 운영체제를 다룰 줄 아는 엔지니어가 시장에서 찾기 힘들어 졌다는 점이다. 유닉스 시스템을 다룰 줄 아는 엔지니어를 구하기 위해 채용공고를 내면 얼만큼의 지원서가 들어오는지 보면 시장에 유닉스 시스템 엔지니어가 정말 희귀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윈도우 서버나 리눅스 서버 구축 및 운영 유경험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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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Flickr)

왜 그렇게 되었을까?

나는 그 이유를 대학에서 찾았다.

리눅스가 초기 세계적으로 퍼지던 시절에 리눅스의 전도사들은 대부분 대학생이었으며, 관련 학과 학생들이었다. 그것도 학부 학생들이었다. 관련학과인 컴퓨터공학과이나 컴퓨터과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학생들은 그들의 연구실에 어엿한 유닉스 머신들을 가지고 있었다.

학부학생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고가의 유닉스 머신들과 상용 유닉스를 사용했다. 그것은 상용 유닉스를 접해본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으로, 그것은 관련 기업에 입사할 때 큰 가산점이 되었다. 그때는 상용 유닉스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찾아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리눅스가 보급되면서 개인 PC에 설치가 되고, 인터넷이 점점 보급되면서 상용 유닉스와 아주 비슷한 리눅스는 프로그래머와 시스템 엔지니어 예비 후보자들을 양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저 무료로 배포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되어 왔던 리눅스가 벤처기업의 웹서버가 되었고, 학부 학생들의 커뮤니티는 리눅스 서버로 운영되었다. 그리고 리눅스는 서서히 기업시장으로 다가가게 되었다.

반면, SUN의 Solaris나 IBM의 AIX, HP의 HP-UX 등은 자사의 유닉스 머신에서만 작동되고 그나마도 전산 담당자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운영체제였다. 당시엔 이런 운영체제가 기업이나 단체의 서버 OS라는 점이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이라는 일종의 표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어떤가? Solaris, AIX, HP-UX가 있던 자리엔 어김없이 Windows NT나 Linux가 대신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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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어느 대학의 OpenSolaris 강의 모습, 출처 : Flickr)

운영체제를 다루는 엔지니어의 숫자가 줄어들면 당연히 기업의 시스템 운영에 대한 리스크가 증가한다. 운영체제를 다루는 인력공급이 제대로 되지않는다면 그것은 운영체제의 인기가 없다는 것과도 통한다. 그렇다면 운영체제도 당시 환경에 맞도록 추세라는 것을 따르게 된다.

그런면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대학 시장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전문대학들을 설득하여 자사의 제품을 기반으로 하는 학과들을 하나둘씩 개설하고, 커리큘럼을 만들어 전산학과이지만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 개발자 양성학교를 만들어갔다.

연합뉴스 : 계명대-한국MS 독점 산ㆍ학협약

이렇게 학습된 학생들이 사회에 나오면 어떻게 될지는 상상만 해도 금방 알 수 있다. 이들은 직장에 들어가서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의 전도사가 될 것은 뻔하다. 왜냐면, 그들이 배우고 익힌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사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순한 방법으로 별로 돈들이지 않고 학생들과 대학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예전에 한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이런 요청이 많이 들어갔었다. 행사장에서 설문을 받으면 이런 취지의 요청을 여러번 했었다.

IT학원에 솔라리스 과정을 개설한다고 얼마나 수강생이 모일까? 학원과정은 단기간에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의 기술자가 되기 위해 돈을 내고 수업을 받는 기관이다.

그러나, 그들이 대학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과정을 수료했고, 그들에게 더 친숙한 개발환경이 Windows라면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Solaris를 찾을 것인가는 안봐도 짐작이 간다.

늦었지만, 이번 썬의 결정을 환영한다. 아울러, 이미 국내 널리 보급되어 사용 중인 리눅스도 대학 강의 커리큘럼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부가 Open Source 정책에 큰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대학 등을 통해 인재 양성하는 분야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인재양성에도 부디 신경을 써 주길 부탁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Windows 서버도 훌륭한 운영체제이다. 그러나, 그들보다 더 오래전부터 기업의 기간계 시스템 운영체제를 만들어 온 기업들이 있고, 안정적인 유닉스 운영체제가 아직 살아있다.

그러나, 다룰 줄 아는 엔지니어가 없으면 아무리 훌륭해도 사용자는 줄어들게 되어 있다. 시스템 엔지니어들은 시장 수요를 따라가게 되어 있으며, 역으로 수요를 만드는 것은 제품판매를 늘이는 방법도 있지만, 교육받은 사람을 다양하게 많이 배출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다.

Posted by 까칠한 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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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ni2life.egloos.com BlogIcon A2 2007.10.18 2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