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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IT 주요 뉴스들은 알집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가 무료백신 서비스인 '알약'을 정식으로 출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무료백신 서비스에 대한 시도는 이스트소프트가 처음이 아니다. 보안업계는 이스트소프트의 무료백신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예전 네이버가 무료백신 서비스인 PC그린을 제공하려 했을 때, 비슷한 우려를 표명했었다. 결국 PC그린 서비스는 무산된 바가 있다.

보안업계가 고사하고 말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안철수연구소와 하우리같은 국내 대표적인 백신소프트웨어 제조사에서부터 다양한 보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들의 반발이 심하다.

보안업계가 문제삼고 있는 것은 B2C 시장의 붕괴로 인하여 지속적인 백신개발이 힘들고 이는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몇몇 업체들이 악성코드 제거를 명분으로 사용자로부터 돈을 받아내고 있으며, 일부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악성코드를 심어서 유료 사용을 하게 만드는 불법 행위들도 있었다.

보안업계 입장에서는 자사의 상품을 무료화시켜 수익원을 줄이는 무료백신의 등장을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반대 명분은 약한 편이다.

소비자에게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은 결국 개인소비자 시장에서의 무료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보안업체들은 일반 유저로부터 얻어들이는 수익보다는 기업 단위의 고객들에게서 벌어들이는 돈이 훨씬 많다.

결국 그러한 구조라면 경쟁업체 또는 포털 등에서 무료로 백신을 공급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다. 또한 백신은 공공을 위한 서비스로서 전반적으로 인터넷 기반의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사회 전반의 인프라 안정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보안 사업의 붕괴를 들먹이는 것은 결국 소비자들이 생각하기엔 업계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스트소프트는 루마니아의 백신엔진인 비트디펜더로부터 엔진을 공급받아서 이번 무료백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스트소프트는 개인 소비자들에게는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엔진비용과 관련 인건비 등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개인에게는 무료, 기업에게는 유료로 제공하는 모델은 이스트소프트가 즐겨 사용하는 비즈니스이다. 이미 유명한 알툴즈 시리즈는 기업용으로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유료 소프트웨어이다. 개인들에게는 무료지만 기업에게 판매를 하여 이윤을 남기는 어엿한 유료 소프트웨어이다.

이번엔 압축, 뷰어 같은 것이 아닌 백신사업으로 똑같은 비즈니스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일반화된 비즈니스 방법이다.

사실, 공짜로 제공하는 형태를 취하지만 공짜가 아닌 유료 소프트웨어이다.

개인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하여 제품의 사용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마케팅하여 기업유저들에게 비용을 받는 형태는 여럿 있다. 또한 이런 방법은 업계 후발주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마케팅 방법이다.

포털이 제공하는 백신 역시 자사 서비스에 사용자를 고착시키기 위한 정식 마케팅 방법으로 무료 서비스 제공을 하는 것이다. 알약뿐만 아니라 야후 코리아 역시 24일부터 툴바 형태로 실시간 감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전자신문 : 야후 실시간 무료 백신 서비스

백신소프트웨어는 돈을 주고 구입해서 자신의 PC를 치료하고 악성코드나 바이러스 예방을 한다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던 보안 시장의 룰을 개인은 무료 사용, 기업은 유료 사용이라는 것으로 바꾸려는 시도들이 나타났다.

야후코리아의 실시간 감시는 기업시장과 개인시장의 구분이 없으므로 실질적으로 개인, 기업 모두에게 무료인 셈이다. 그러나, 백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툴바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사 서비스 사용자를 확보한다는 것은 막대한 마케팅 자금을 투여하는 것만큼의 효과가 있으므로 이를 사용하는 개인도 제공하는 기업에게도 모두 이익이다.

무료백신 서비스 제공은 마케팅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며, 이는 기존 백신시장의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이다.

보안업계가 이야기하듯이 지속적으로 실시간 대응이 미숙할 것이라거나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좀 더 지켜보면 알겠지만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그저 비용만 쓰는 공짜가 아니라 그 뒤에 숨어있는 유료가 있기 때문이며, 그런 논리라면 보안업계가 이제까지 비즈니스를 영위하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실시간 대응 문제나 국가적 차원의 보안문제라면 기존 보안업체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인데,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은 것이다.

외산엔진을 통해 중요한 국가 보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입장도 수긍하기가 어렵다. 개인 PC를 지키는 보안 소프트웨어가 어떤 행위를 하여 기밀을 빼내갈지 모른다는 논리는 외산 뿐만 아니라 국산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 신뢰의 문제는 사용자가 선택하면 되는 문제이다.

다른 대안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오히려 시장과 사용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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