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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 일요일.

내일은 올해의 마지막날이다. 그리고 화요일엔 2008년이 시작되는 날이다. 징검다리 휴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내일 하루를 휴무하는 기업들이 많은 모양이다.

근무하고 있는 회사도 내일 휴무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사실상 토요일부터 약 4일간의 연휴가 제공되는 것이다. 가는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기에 일을 떠나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제공된 것이다.

비가 내린 후 날씨는 아주 쌀쌀해졌다. 아파트 베란다를 열어보니 사뭇달라진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밖으로 보이는 성서공단의 풍경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다. 긴 굴뚝엔 연기가 연신 피어 오르고 있지만, 주변의 차량 움직임은 드물다.

비록 일요일이지만 내일 근무를 하지 않아서인지 마음이 푸근하고, 오늘이 일요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내일 하루뿐만 아니라 그 다음날도 쉰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오늘은 일요일이라는 느낌은 없다.

일요일 오후가 되면 늘 느껴지는 피곤함과 휴식을 찾는 그런 기분도 오늘은 없다. 그저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뿐이다. 단지, 마음 한구석에는 가는 해에 대한 아쉬움과 앞으로의 자잘한 걱정들만이 남아 맴돌고 있다.
 
달력의 해가 바뀐다고 뭔가 새로이 달라질 것은 없지만, 그래도 끝과 시작을 동시에 맞이할 수 있는 이런 때가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끝이 없는 뭔가를 계속해 나간다는 것만큼 고역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는 눈이 온다는데, 대구는 어째서 눈구경이 이리도 힘든지...
갑자기 눈생각이 많이 난다. 온세상 하얗게 덮어 버리면 뭔가를 잊기도, 그리고 뭔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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