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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서울로 상경하기 2년전 복현오거리쪽에 있던 지금의 코스트코는 당시 프라이스클럽이었다. 지금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당시 프라이스클럽은 신세계가 운영하던 창고형 할인매장이었다.
1997년 IMF가 터지고 신세계는 프라이스클럽을 원래 주인인 코스트코 홀세일에 매각한다. 코스트코홀세일은 미국에 본사를 둔 대형할인점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미국 어디를 가나 코스트코를 쉽게 볼 수 있다.
월마트와 까르푸가 얼마전 한국에서 완전 철수를 했다. 그러나 1994년 서울 양평동에 처음 들어선 코스트코는 올해 초 6호점인 일산점 개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다들 한국시장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입장인데, 코스트코만은 꿋꿋하게 한국에 버티고 있다. 외국계 할인점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국내 대형 할인점들 때문이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홈에버까지 유통전쟁이 벌어지는 한국에서 더이상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진출 14년째인 코스트코는 연간 회비를 받는 유일한 할인점이다. 개인의 경우 연간 3만 5천원의 거금을 회비로 받고 있으며, 기업회원의 경우 3만원을 받고 있다.
할인점에서 쇼핑을 하기 위해 연간 3만 5천원의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매장. 전국에 겨우 5개 밖에 없는, 더군다나 서울에 3개(양평, 양재, 상봉) 대전에 1개, 그 아래 지역으로는 대구에 1개 밖에 없는 초라한 점포망을 가진 미국계 할인점인 코스트코.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로 삼성카드만 사용이 가능하여, 카드를 만들지 않으면 현금 또는 수표로만 계산을 할 수 있는 점은 도저히 한국 유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은 구조로 보여진다.
그러나, 들리는 뉴스에 의하면 2005년부터 연 20% 가까이 매출이 성장하고 있으며, 이익율 역시 여느 대형할인점 못지 않다고 한다. 코스트코코리아의 지분은 코스트코본사사 96.7%, 신세계 3.3%이며, 양재와 상봉점은 코스트코 소유이며, 양평, 대구, 대전점은 신세계로부터 임대하여 사용 중이다.
오늘 오후 코스트코 대구점에 가서 회원 가입을 했다. 3만 5천원어치 값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실제 국내 다른 할인점과 다른 면들이 많다는 정보에 궁금하던 차였다.
가입과 함께 간단한 사진촬영을 마치니 내 사진이 인쇄된 하얀색 코스트코 회원카드을 쥘 수 있게 되었다. 배우자용으로 추가로 한장이 더 발급 가능하나, 주민등록증에 인쇄된 주소가 아직 서울로 되어 있어서 발급을 다음으로 미뤘다.
주민등록증상으로 주소가 일치해야만 배우자 카드를 하나 더 발급 받을 수 있다. 실제 주민등록증의 주소지만 같다면 배우자가 아닌 성인도 발급이 가능할 것 같다.
사진을 찍어 인쇄하는 것도 카드의 대여를 금지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카드 소지자는 비회원 성인2명을 동반하여 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계산은 회원 외 1명까지 가능하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높은 천정과 함께 다양하게 쌓여 있는 상품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할인점이긴 하지만, 보석도 판매하고 iPod 같은 전자제품도 판매한다.
곳곳에 외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아무래도, 국내 할인점보다는 미국에서 바로 공수해온 상품들이 많아서인지(대략 70% 정도라고 한다) 외국인들의 쇼핑이 눈에 많이 띄었다.
2개층으로 구성된 매장은 식품과 식품이 아닌 것으로 나누어져 있다. 대부분의 상품이 저렴하긴 하지만 묶음판매다보니 많은 물건을 한꺼번에 사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이다. 도매가격으로 판매하므로 최소 구매수량은 일반 할인점에 비해 많은 편이다.
가격은 일반 할인점보다 약간 싼 상품들이 대부분이었으나, 1대 1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는 것이 국내에선 구하기 힘든 제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국산 제품도 아주 많이 있다.
코스트코가 유일하게 외국계 할인체인점 중에서는 살아남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언론에서는 주 고객층이 미국 등지에 유학을 다녀오거나 여행을 다녀와서 코스트코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기도 하지만, 난 조금 다른 해석을 했다.
첫째, 일부 프리미엄 전략이 먹혀들어갔다. 국내 할인점 체제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연간 회비제도이다. 3만 5천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3만 5천원으로 남들과 다르다는 의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회원이 아니면 매장을 들어갈 수 없는 구조는 고객에게 다른 할인점 이용고객과의 차이를 부각시키는 도구가 된다.
또한 판매 물건의 특성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많이 찾게 되면서, 뭔가 국내 할인점과는 다르다는 점이 알게 모르게 강조되었다. 뭔가 있어 보이는 것 같은 느낌 말이다.
둘째, 다량으로 구매하면 싸기 때문에, 일반인들 외에 사업용(업소용 구매)으로 활용하는 고객들이 많다는 점이다. 주변에서 구매할 업소 소비자들끼리 합쳐서 다량으로 구매하는 특이한 소비패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전 이남에는 대구점밖에 없기 때문에 주말이 되면 인근 경북, 경남, 부산권 구매자들도 대구점을 찾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자기가 쓸 물건만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구매 요청을 받은 것도 함께 사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세째, 단점이자 장점으로 작용되는 몇 안되는 매장 숫자이다. 국내 진입한 초기 외국계 할인점들이 한국 할인점들과 1대1로 맞서기 위해 경쟁적으로 매장 숫자를 늘였으나 따라잡지 못했다. 그러나, 코스트코는 14년 동안 5개 전국 매장으로 인지도와 고객들을 모았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대형 창고형 매장과 독특한 물건(미국 본사에서 직송)들로 인해 국내 대형할인점에서 볼 수 없는 물건들을 판매하면서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되었다. 이는 몇개 안되는 매장이 이런 환경을 더욱 부채질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네째, 서양 스타일의 패스트푸드 음식점들이 포진해 있으며, 이들은 독특한 재미를 준다.
한국의 대형할인점들과 달리, 피자와 핫도그 등 서양(특히 미국) 패스트푸드 전문점들이 할인점내에 있으며, 이들은 양과 맛으로 할인점 내방객들에게 상당한 점수를 따고 있다. 패스트푸드 점 등은 현지화를 시키지 않은 것으로 느껴질 정도로 서양화 되어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젊은층의 방문율이 높고, 신혼 부부나 어린 자녀를 둔 30대층이 많이 찾는다. 이들이 다시 주변 가족들을 동반하고 쇼핑을 나오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 매장내 시식코너는 인기 만점이다. 한국의 대형 할인 매장들과 달리 코스트코 매장의 시식코너는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시식할 수 있다. 그리고, 시식할 수 있는 음식과 종류도 많고, 양도 푸짐한 편이다.
이런 비용이 연회비에 녹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므로 손님들 역시 시식 자체에 대해 눈치보는 경향이 거의 없다.
또한 시식과 관련되어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을 엿볼 수 있는데, 시식품의 맛도 뛰어나고, 관련 직원들의 교육이 잘 되어 있는 것으로 금방 느껴진다.
이렇게 적고보니 꼭 내가 코스트코 홍보요원이 된 듯한 기분인데, 오늘 약 두시간의 매장 탐험을 하면서 느낀 것들의 정리이다.
아니나 다를까, 돌아와서 코스트코에 대해 알아보니 다른 외국계 할인점들이 철수한 우리나라에서 최근들어 고성장을 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대부분이었다.
넓은 창고형 매장안에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인기 있는 비결이 뭔지 궁금했었다.
결론을 간단히 말하면, 국내 할인점들과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는 것이었다. 창고형이어서 다양한 것보다는 많은 것으로 승부를 걸며, 그 안에서 최소묶음판매량을 늘이고 이를 통해 가격을 싸게 만드는 것이었다.
코스트코 쇼핑을 할 때는 주의할 점이 몇가지 있다.
싸다고 이것저것 샀다가는 계산대에서 놀랄 것이고, 구매한 음식의 경우 집에서 제대로 소비하지 못하고 냉장고에서 썩어서 버릴 경우가 잦을 것이다.
그리고, 무조건 코스트코가 싼 것이 아니다. 비슷하거나 일부는 다른 매장에 비해 비싼 물건들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가격이 비싼 물건들은 (코스트코에서는) 비교적 싼 편이다. 도매 바게닝 파워가 코스트코의 파워라서 그렇다.
물건을 구입할 때는 최소 두가족 이상이 공동으로 구매하면 효과적이다. 대부분 최소묶음단위가 크기 때문이다. 4인이하 가족이라면, 주변 가족과 함께 쇼핑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상으로 코스트코 방문소감을 마친다.
잘 활용하면 경제가 좋지 않은 요즘 괜찮은 할인점이긴 하지만, 동시에 과소비가 염려되는 할인점이기도 하다.
PS. 부가세 부분에 대해 잘못 적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전시 가격은 부가세 포함 가격이었습니다. 지적해주신 '나도'님 감사합니다. 제가 잘못된 정보를 전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