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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가 이어지는 토요일 오전 8시 30분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월요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obile World Congress 2008에 전시행사를 나가기 때문이다.

행여나 공항가는 리무진이 귀경차량이나 기상상태 때문에 늦어지는 것을 염려하여 KTX를 탔다. 중간 천안 쯤에서는 펑펑 눈이 내리는 것도 보았는데, 서울에 도착하니 눈은 오지 않고 그저 뭔가도 내릴 듯한 날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어 서울역(서부역)쪽에서 인천공항 가는 리무진을 타고 1시간 동안 달려 공항에 도착했다. 이번엔 마드리드를 경유하여 바르셀로나로 들어갈 예정이어서 먼저 마드리드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마드리드행 비행기는 생각보다 작은 비행기였으며, 좌석이 남을 정도로 승객이 가득 차지도 않았다. 그러나, 바르셀로나에 안전하게 도착하기 까지 문제들이 시작된 곳이 바로 비행기부터였다.

원래 내 옆자리엔 비어 있는 2인 좌석이었고, 난 복도쪽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탑승을 하면서 어떤 승객(아랍계 영국인)이 내 옆자리에 타면서부터 오늘 여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 승객은 한국에 2주전 도착해서 사업상 일을 마치고 가족이 있는 스페인 발렌시아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좌석배정문제로 승무원과 실갱이를 벌인 후에 내 옆에 앉게 되었다.

창가좌석에 풍경이 좋은 곳에 앉기 위해 출발 3시간 전에 발권을 했는데, 풍경이 보이지 않는 비행기 날개 쪽에 좌석을 배정해 준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스튜디어스에게 거칠게 항의한 후 그것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그는 몇번이고 다시는 이 항공사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며 면박을 줬다), 객실 캡틴이 와서 정중하게 사과하며 달래도 화를 계속 냈다. 물론 난 그것을 옆에서 계속 지켜봐야만 했다. 뿐만 아니었다. 항공사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술(맥주, 와인)을 시켜서 마셨다.

술이 들어가니 이젠 계속해서 내게 말을 건다. 들어보면 대부분 농담과 진담을 섞은 장난기 있는 말들 뿐이었다. 왜 한국사람들은 개를 먹느냐부터(문화의 차이라고 답변은 했지만...) 시작해서 백인 외엔 사람이 아니라는 인종차별적인 이야기, 한국 여자들에 대한 호감 등 별의 별 말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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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까지 13시간의 비행이 곤혹 스러웠다)

첨엔 그래도 화가 난 이유를 알기에, 조금이라도 속상한 마음이 풀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계속 듣고 응수해 주었으나, 도가 점점 지나지자 슬슬 짜증이 나기도 했다, 더군다나 뒷좌석에 앉은 승객까지 너무 소란스럽게 군다고 승무원에게 항의를 할 정도였다. 결국 항의를 받아들여서 잠시 동안의 평화로운(?) 시간을 갖게 되었다.

또 나 역시 한동안 잠이 온다는 핑계(실제 잠이 왔지만)로 몇시간 대화가 끊겼다. 그리고 도착 몇시간을 놔둘때까지 나는 그의 무료함을 달래는 대화 상대가 되고 말았다. 물론 나의 어설픈 영어실력 때문에 서로에게 확실한 대화 상대는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주거나 받거니 하는 대화가 이어졌었다. 결국 마드리드에 도착하자, 한국에 다시 방문할 예정인데 그때는 꼭 연락하겠다는 반갑지 않은 인사를 듣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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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인 바르셀로나로 가기 위해서는 마드리드 공항에서 환승을 해야했다. 한국에서 바르셀로나 직항이 없기 때문이다. 마드리드 공항은 약 2년 전에 새로운 터미널을 만들었다고 한다. 터미널 4(T4)라고 새로 만들었는데, 국적항공사인 Iberia(이베리아) 항공사의 비행기들이 주로 이용하는 터미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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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4는 기존 터미널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

터미널 4는 기존 터미널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움직여야 했다. 사실 나와 일행은 그런 것도 잘 모르고 T4로 가야 한다는 정도만 알고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왔다.

공항으로 나오는데, 갑자기 70대 한국 노인 두 분(부부)이 T4로 안내해 주겠다고 나섰다. 분명 한국분이고 도와주겠다고 나섰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했다. 낯선 땅에서 동포를 위해 돕겠다는 노인분들인데, 쉽사리 뿌리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아무 댓가 없이 이런 봉사를 한다는 것에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렇게 과잉친절(아무 댓가없이 이런 봉사를 한다는 것에 부담스러웠다) 뒤엔 분명 댓가가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결론은 정말 진심에서 우러난 도움이었다. 이 자릴 빌어 그 두 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이 두 노부부는 새로 생긴 터미널(T4)에서 환승수속에 많은 문제점이 있어서, 한국 여행객들을 도와주기 위해 아무런 댓가 없이 한국인들에게 자원봉사 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행객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이런 호의를 받으면 어리둥절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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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 4 안 일부 발권대)

실제 T4 터미널에 도착하니, 새로 지은 듯한 반듯한 건물에 잘 가꾸어져 있었다. 다만, 우리 인천공항과 다르게 항공사 직원들이 손님에 비해 숫자가 작다는 점이 달랐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모여 잡담을 나누는 등 이상한 분위기였다.

문제는 거기에 있다는 것을, 우리를 안내해 준 김선생님(자신을 Kim이라고만 밝혔다)을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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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가 경비를 줄이기 위해 무인 발권기를 장려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이런 발권시스템이나 발권을 지원하는 인력 등의 문제가 심각했던 것이다. 특히 낯선 이국에서 이런 어려움을 겪은 한국인들이 많다는 것 때문에 이 두 노부부가 무료로 봉사를 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근무하고 퇴직하신 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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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발권기)

이런 발권기가 발권 수속대보다 더 많다. 그리고,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현지인들이 주로 줄 서 있다) 곳에 발권을 하러 들어가려 하면 무조건 무인발권기에서 발권하라며, 유인 발권대 진입 자체를 막았다. 그러나 스페인이나 남미 계열의 사람들은 발권 수속을 받고 있었다. 일부 짐이 없는 승객들도 줄을 서 있었다. 그러나, 유독 우리들만 유인 발권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 일행을 비롯해서 다른 한국인들은 거의 무인 발권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실제 무인 발권을 위해 전자티켓을 가지고 발권을 하려 했을 때 몇몇 어려움들이 보였다.

쉽지 않은 안내 방식과 발권 시스템이 일부 오류도 가지고 있었다. 어디에도 제대로 된 사용설명이 없었다. 그리고 입력해보니 오류가 있다고 발권데스크로 가라는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오류가 있다고 해도 직원은 다시 발권해 보라는 식으로 답을 넘기는 식이었다.

더군다나, 짐을 맡기려면 무인발권기에서 발권한 뒤에 따로 짐을 맡겨야 하므로, 불합리한 점이 많다. 그분은 그런 문제들이 바로 공항사의 비정규직 고용때문이라는 것을 지적했다.

대부분 비고용직이어서 일을 지빌적으로 처리하려는 것보다는 대강 대강 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옆에서 지켜봤을때 실제 승객을 도와주려는 것보다는 귀찮아하는 표정들이 역력해 보였다. 서비스 마인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처음 접했지만 분명 한눈에 봐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

발권을 위해 몇 개의 창구를 찾아갔지만, 유인 발권을 거절당했다. 결국 다른 창구 한 곳에서 유인 발권을 받아주었지만, 환승 시간 등에 쫓기어 자칫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같이 간 분은 예약에 일부 문제가 있어 이를 정정을 하고 다시 발권할 수 있었다. 만일 무인발권기였더라면 문제가 커졌을 것이다.

이런 도움을 주고는 처음 예상과 달리 아무런 댓가없이 다른 한국인들을 도와주러 나서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성함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하자, 그 분은 그냥 'Kim' 이라고만 하고 다시 다른 터미널로 떠났다.

정말 고마운 분이라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다. 잠시나마 성의를 의심했던 내가 정말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 소동이 오늘의 끝이 아니었다. 약 50분 간의 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바르셀로나 공항에 도착했을 때 문제는 다른 곳에서 또 발생했다. 우리가 맡긴 화물 중 하나가 도착하지 않은 것이었다.

다행이 전시행사와 옷가지가 아닌 다른 가방이어서 다행이었지만, 우리와 같은 비행기를 탓던 몇몇 한국분들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항공사에서 실수로 짐 몇개를 바르셀로나행 비행기에 싣지 않았던 것이었다.

결국 거의 자정이 다된 시간에, 내일 아침 일찍 마드리드에서 짐을 보내오면 머무르고 있는 곳으로 보내준다는 답과 분실신고 확인증을 들고서야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갈 수 있었다.

공항에서 택시로 약 20분만에 도착했다. 요금은 32 유로 정도가 나왔다. 짐요금(트렁크에 싣는 개별 짐 요금을 따로 받는다)과 공항출발 요금이 더 붙어서 원래 미터기 요금에 합산하여 요금을 받는 방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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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주변 빼곡히 주차된 차량들... 아주 가지런하게 주차되어 있다)

작년에 묵었던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그때보다 훨씬 저렴한 요금으로 얻게 되었다. 작년에 묵었던 비용의 약 1/3가량의 가격으로 묵게 되었다. 건물 자체는 겉에서 봤을 때는 허름해 보였지만, 들어서자 깔끔하고 넓은 공간으로 되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초기 예약시에는 인터넷이 안될 것이라는 소개가 있었지만, 무선 인터넷이 무료로 제공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포스팅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벌써 포스팅하고 나니 여기 시간으로 4시가 넘었다. 조금 있으면 행사 준비를 위해 부스장으로 가야 한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시간이 날때 다시 포스팅을 기약하며 잠시 눈을 붙여야겠다.

어쨋거나, 바르셀로나에는 잘 도착했다.

Hola Barcel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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