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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경북대 후문 도로에 늘어선 벚나무)
봄의 전령사로 벚꽃과 개나리를 꼽는데 주저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같은 시기에 어디에서나 노랗고 하얀 잎이 보기 좋게 피어있는 것을 보노라면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데 이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한창 꽃망울을 터뜨린 개나리꽃)
지금 한창인 진해군항제는 일반인들에게 호국정신을 기리기 위한 행사의 원래 취지보다는 진해항 일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 구경이 주가 되어버린 벚꽃축제의 성격으로 각인되어 있을만큼 벚꽃은 우리들에게 남쪽부터 봄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벚꽃은 어딜가나 쉽게 볼 수 있다. 가로수로 벚꽃을 심어 놓은 곳이 많아서 쉽게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일제의 잔재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일본인들이 벚꽃을 아주 좋아한다) 어디까지나 나무와 꽃, 그리고 열매를 가진 식물일뿐이다.
어떤 벚꽃은 수종에 따라 분홍색꽃이 피기도 하지만, 다수의 벚꽃은 흰꽃이 핀다. 한 열흘간 열심히 피었다가 산들바람 봄바람에 살랑살랑 날리며 거리로 떨어진다.
식목일인 4월 5일 토요일엔 가족을 데리고 경북대에 벚꽃 구경을 나섰다. 지금 이맘때 경북대 캠퍼스와 신천쪽 경북도청 앞에는 벚꽃이 절정이다.
온난화의 영향 때문인지 올해는 예년에 비해 조금 빨리 벚꽃이 지는 것 같다. 물론 일찍 피었다가 일찍 지는 것일게다. 나무와 피는 곳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지금이 한창이거나 지고 있었다.
(신천과 동로쪽 차도가에 핀 벚꽃)
경북대 후문쪽에서 경북도청 입구 도청교까지에는 '꽃보라 동산'이라는 조그만 공원이 있다. 평소엔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화투나 내기장기를 하기 위해 모여 있는 곳인데, 벚꽃이 한창인 주말 오후에 가족과 연인단위의 사람들이 나와 봄나들이를 하고 있었다.
이곳 공원엔 이미 필대로 핀 벚꽃들이 바람에 날려 떨어지고 있었다. 아마도 이 상태로 일주일만 가면 흰색의 고운자태는 사라질 것 같다.
공원에서 잠시 구경을 하고 다시 경북대로 들어갔다. 학교안에는 체육행사를 하는 학생들과 봄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이곳저곳이 붐볐다. 나른한 봄날의 기운과 활기찬 학생들의 모습이 섞여 잘 어울리고 있었다.
예전에 학교 다닐때 수없이 드나들었던 공대쪽 길가엔 개나리와 벚꽃이 경쟁하듯 피어 있었다. 큰 나무로 자란 벚꽃과 언덕에 수줍게 피어있는 개나리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바람에 떨어진 벚꽃잎들이 모여 있다. 쓸어서 청소해도 곧장 하얗게 눈내린 마냥 수북히 쌓이고 만다. 그럴땐 그냥 놔두는 것이 제일 좋다. 떨어진 잎만 봐도 마음은 푸근하기만 하다.
캠퍼스내에 벚꽃이 가장 아름답게 핀 곳은 바로 전자전기공학부 건물앞 도로이다. 정문에서 본관으로 향하는 이 길가에 핀 벚꽃 가로수는 그야말로 하얀 눈내린 가지들로 무성하다.
볕이 덜들어 아직 한창인 벚나무가 많다. 나무아래서 사진 찍는 사람들의 얼굴엔 행복하고 즐거움이 잔뜩 뭍어있다.
솜눈이 가지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그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에 따뜻한 봄볕은 잘 어울린다.
일청담 앞에 자리를 깔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모습이 아이들 봄소풍을 연상시킨다. 물과 꽃과 바람과 햇볕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대구 도심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이, 이곳이 대학 캠퍼스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박물관쪽 마당에 우뚝 솓은 벚나무는 나른 벚나무들과 달리 오랜 수령을 자랑하듯 크게 뻗은 가지들과 그 끝에 난 벚꽃이 아주 웅대했다.
학교 캠퍼스 이곳 저곳에는 봄날을 만끽하는 시민들과 학생들이 봄맞이를 하고 있었다. 다만, 예전에 비해 왕래가 많아진 캠퍼스 도로위의 차량들이 이런 분위기를 깨고 있었다.
이제 수일이 지나면 하얀 잎들이 모두 떨어지고 푸릇푸릇한 새싹과 열매가 매달릴 것이다. 5월이 넘어가고 여름이 다가오면 새까만 버찌로 그 아래 도로 바닥을 검게 만들것이다.
벚꽃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저 알맞은 날씨에 피어서 한껏 자랑하다가 져버린다. 일년을 기다려 단 열흘남짓에 모든 것을 보여주고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나무가 벚나무다.
봄이 오고, 벚꽃이 피면 풀도 자라고 사람들 가슴속에 행복도 함께 자란다. 바로 그런게 자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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