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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와 단말기(휴대폰) 제조사는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서 각자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파트너이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는 단말기 제조사가 만드는 휴대폰을 통해 구현되고 실행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이동통신서비스시장의 주도권은 단말기 제조사보다는 이동통신사가 쥐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예만 보더라도, SKT, KTF, LGT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맞춰서 삼성, LG, 팬택 등으로부터 단말기가 제조되었고, 이들 서비스사업자가 승인하지 않는 모델은 시장에서 판매할 수 없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진 단말기라 하더라도 이동통신사가 거절한다면 그 제품은 소비자에게 선조차 보일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좀 더 폐쇄적이어서 그렇지, 다른 나라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동통신사업자가 망(Network), 서비스(Service), 콘텐츠(Content) 모두를 관장하고있기 때문에 단말기 제조사나 CP(Content Provider)는 그저 이동통신사의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휴대폰 수요자인 이동통신소비자들은 입장이 다르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더 앞선 단말기 제조기술에 포커스를 맞추고있기 때문에 이동통신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는 상당히 높은 상태이다.

단지 네트워크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때문에 이동통신사에 더 많은 힘이 주어졌을뿐, 정작 이동통신사는 시장의 주인인 소비자가 외면받고 있다는 자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말기 제조사들이 그들의 기술보다 한참이나 느린 서비스 사업자들의 자세를 그대로 놔둘리가 없다. 그들의 사업을 위해서라도 이동통신사는 변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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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포문을 연 것이 바로 Apple의 iPhone이다. 역대 단말기 제조사가 이처럼 큰 힘을 가지고 이동통신회사를 대한 적은 없었다. 소비자들은 폐쇄 일변도인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 iPhone의 등장에 열광하고 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역전된 관계(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갑과 을 관계)에서, 소비자에게 진정 더 필요한 역학구도를 바로 지금 Apple이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 뛰어난 기능과 성능을 가진 단말기를 구입하기 위해 그 단말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를 선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존의 방식대로라면 이동통신사를 결정한 후에 단말기를 결정하는 형태였지만, iPhone은 공식을 완전히 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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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kia N95, 출처 : Flickr KhE)

이런 움직임속에 세계 1위 단말기 제조사인 Nokia 역시 단순 단말기 제조에서 서비스 사업,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단말기 사업의 미래는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에만 맡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iPhone을 비롯한 스마트폰의 등장은 이동통신사의 서비스에 대한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그들(이동통신사)이 기존에 제공하던 All in One 전략(네트워크, 서비스, 콘텐츠)에 조금씩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iPhone은 그 간극을 더 넓히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네트워크는 제공하지만, 서비스로 자사의 고객을 계속 잡아둘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며, 콘텐츠 역시 모든 것을 장악하려 하던 전략이 소비자에게 먹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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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hone 3G)

오늘 오후부터 전세계적으로 3G iPhone이 시중에 판매개시된다. 또한 동시에 'App Store'라는 iPhone 단말기를 위한 어플리케이션 판매 서비스도 테이프를 끊게된다.

만일 'App Store'가 성공한다면 더이상 이동통신사는 고객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도 얼마든 원하는 어플리케이션을 구입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자유롭게 이동통신 서비스를 스스로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이동통신사업자는 망제공 사업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 유선인터넷사업자와 별반 다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진정한 망개방과 맞먹는 효과인것이다. 이동통신사업자는 이동통신망만 제공하는 사업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권을 내놓게 되면 단말기 제조사와 각종 어플리케이션 사업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이미 이런 움직임에 대응하여 Nokia는 Symbian을, Google은 Android를 널리 보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Apple과 Nokia는 지속적으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기업들을 인수하고 있다.

사실상, 이러한 움직임은 Apple이 열어놓은 이동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 사이의 거대한 역학관계 변화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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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Android 에뮬레이터, 출처 : Flickr fgimenez)

현재 이런 움직임은 이동통신사가 더이상 소비자가 원하는 시장을 장악하고 끌고나갈 수 없음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 서비스와 단말기가 상호 긴밀한 협조하에 제공되었던 폐쇄적인 시장구조를 Apple과 Nokia, Google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게임의 룰을 바꾸려 하고 있다.

이들의 무기는 바로 개방과 협력이다. 최대한 많은 우군을 끌어들이고, 그들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폐쇄적이었던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을 더 큰 파이로 만들고 이를 나누어 가지겠다는 것이다.

이런 글로벌한 기업들의 움직임속에 세계 2위와 3위(얼마전 LG전자가 Motorola를 추월해다고 한다)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별한 움직임없이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양대 Platform Alliance인 OHA와 Symbian에 가입은 되어 있지만, 주도적인 자세가 아닌 보험의 성격이 강한 인상을 주고있다.  

큰 흐름에서 Apple과 Nokia의 움직임은 차세대 단말기 제조사의 비즈니스 모델의 대세에 있다. 단순 단말기 제조만으로는 시장에서 늘 끌려다닐 뿐이다.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망(Network)위에 유용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할 능력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그런 능력을 자각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 구도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 역시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그저 소비자를 한정된 서비스에서 ARPU만 높이는 마케팅 대상으로만 여기는 통신회사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동통신사도 세계 2위, 3위 단말기 제조사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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