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삼천포항에서 노산공원을 바라본 모습)
여전히 그들은 사천보다는 삼천포라 불리길 원한다.
이제는 경상남도 사천시의 일부가 된 항구가 있는 조그만 남해의 도시.(통합 사천시는 경남 시군 20개 중에서 15번째 크기다) 여름에 전어 축제가 열리고 쥐포가 유명한, 조용하지만 살아있는 도시가 바로 삼천포다.
1995년 사천군과 삼천포시가 통합되어 사천시에 편입 되었으며, 용현면에 신청사가 들어서기전까지 시청(옛 삼천포시청)이 있던 곳이 삼천포 시내다. 인구 6만의 그래도 제법 규모가 있는 경남의 도시이다. 홈플러스가 벌룡동에 들어서 있으니 제법 사람들이 산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리적으로는 서쪽으로 남해군과 서북쪽으로는 하동, 북쪽으로는 진주, 동쪽으로는 고성군과 접해있다.
선구동, 동서금동, 벌룡동 등 동으로 끝나는 지명은 이곳이 예전 삼천포시의 관할 행정구역이었음을 말해준다. 반면 사천군은 사천읍, 용현면, 소포면 등 읍과 면으로 구분되어 있다.
본격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는 지금, 삼천포는 약간 들떠 있다. 더군다나 다음주 수요일부터는 벌써 7회째인 '삼천포항 전어축제'가 열린다.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5일동안 삼천포 팔포매립지를 중심으로 열린다고 한다. 여름전어는 회로 먹기가 좋고, 지방이 많아지는 가을엔 구워먹기 좋다고 한다.
행사 안내 홈페이지 : 삼천포항 전어축제
(서부재래시장이 있는 삼천포항과 노산공원, 팔포지역)
삼천포로 여행을 간다면 반드시 들러봐야할 곳은 바로 삼천포항이 있는 '팔포'라는 지역이다. 노산공원과 삼천포항을 중심으로 회단지와 숙박시설 및 유흥시설이 밀집되어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금동과 선구동 일부가 위치한 지역이다.
(삼천포항과 팔포로 갈라지는 길에서 2호광장쪽으로 본 모습)
사천IC에서 내려 국도 3호선을 타고 남쪽으로 끝까지 내려오면 삼천포를 만날 수 있는데, 시내쪽 벌룡동의 3호 광장과 2호광장의 시내중심가를 지나서 계속 내려오면 마침내 끝자락에서 팔포지역과 삼천포항을 마주하게 된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왼쪽(남일대해수욕장 방향)으로 가면 팔포 회단지와 숙박, 각종 식당 및 유흥주점과 노래방이 밀집되어 있고, 오른쪽(삼천포대교 방향)으로 가면 삼천포항과 시장이 나온다.
(팔포 숙박지에서 노산공원을 바라본 모습)
팔포 회단지와 숙박지구쪽에는 노산공원이라는 작은 언덕위에 도시공원이 있다. 노산공원에 대한 소개는 아래쪽에 따로 언급하겠다.
(삼천포항의 전경)
이른 아침 항구는 분주했다. 아침시장이라고도 불리는 삼천포항 서부재래시장은 수산물 가게와 횟집(초장집)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고, 그 다음으로 각종 야채와 생필품을 파는 가게들은 항구안쪽으로 이어진다.
(큰 도로에서 오른쪽 삼천포항 서부재래시장 방향 입구)
우리은행건물이 있는 부분부터 서부시장(아침시장)이 시작된다. 안쪽으로 꽤나 큰 재래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주로 수산물을 중심으로 가지런히 정렬된 조그만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인천 소래포구에 가본 사람들은 시장 구조가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닷가쪽엔 각종 수산물(주로 횟감)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방문한 날이 비가 오는 날이어서 횟감을 찾는 손님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여기서 횟감을 사서 안쪽에서 초장값을 따로 받고 팔거나, 아니면 길반대쪽에 따로 장소와 초장을 제공하는 횟집으로 가지고 들어가면 된다.
회양념이라고 부르는 기본양념세트(초장, 채소, 약간의 해산물)는 성인 1인분에 3천원이다. 매운탕은 잡은 고기로 만들고 5천원을 받는다. 횟감은 성인 2명이 가서 약 2만원어치면 어느정도 안주는 될만한 양이어서 괜찮을 것이다.
광어와 우럭은 하도 자주 먹어봐서 다른 횟감을 찾았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잡은 것이라 싱싱하고 쫄깃쫄깃한 맛이 아주 좋았다. 다만 비가 오는 날이라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큰 걱정없이 회를 즐겼다.
전어는 시키지 않았는데, 횟집 주인이 맛보라고 한마리 회를 썰어줬다. 비린내가 나지 않고 고소한 맛이 괜찮았다. 전어를 그리 즐기지 않은 편이어서 따로 주문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먹을만 했다.
시장에 나가면 온통 전어를 내놓고 팔고 있었다. 일반적인 횟감도 대부분 내놓지만, 전어가 철이어서 지금 내놓는 곳들이 아주 많았다. 활어차도 연신 잡은 전어를 가게에 바쁘게 공수하는 모습들을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었다.
삼천포항에서 활어회를 즐기려면 두가지 방법이 있다. 팔포지역(숙박단지가 있는 곳)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수족관이 있는 횟집들에서 즐기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바로 위에 이야기한 것처럼 삼천포항 서부시장의 난전에서 사서 초장값을 따로 내고 먹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이 약간 더 저렴하다.
삼천포는 전반적으로 바가지가 없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든다. 숙박시설도 그렇고, 시장의 횟집들도 바가지가 없다는 느낌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한번의 방문으로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숙박한 모텔도 횟집도, 음식점도 모두 한결같이 바가지는 없었다. 이것이 늘 유지된다면 타지인이라면 마음편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삼천포에 가면 빼놓을 수 없는 특산물이 있다. 바로 건어물인데, 쥐포를 많이 권한다. 싸구려에 맛없고 달거나 쓰기만한 쥐포와는 다른 제대로된 쥐포를 이곳에서 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중에서 먹는 쥐포들은 대부분 중국산이나 베트남산들이다.
삼천포 쥐포는 먹어보면 맛이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집에 가져와서 술안주나 양념무침으로 반찬을 해도 아주 훌륭하다.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고 너무 달지도 않아서 좋다. 육질도 고소하고 부드럽다.
또 하나가 더 있는데 그건 바로 멸치다. 남해바다에서 멸치가 잘 잡힌다는 사실은 워낙 유명해서 모두들 잘 알고 있다. 특히 원시어업형태의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는 고급으로 쳐준다. 맛도 소문나 있다. 가격은 많이 비싼 편이다. 죽방렴은 남해쪽으로 가다보면 바다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박스로 구입해도 싼 편이기 때문에 삼천포항에 들르면 반드시 쥐포와 말린 멸치를 사가도록 하자. 중국산과 비교되지 않는 맛을 자랑한다. 괜찮다면 가게를 알아놓고 택배로 요청해도 된다.
(노산공원 입구와 그 옆 공터)
팔포 회단지와 숙박단지로 가는 길목에 노산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이 있다. 높지는 않지만 동네언덕같은 친근감이 느껴지는 공원이다. 다만 주변에 대부분 모텔같은 숙박시설와 유흥시설이 밀집되어 공원 바깥에서 보이는 모습은 그리 좋지는 않다.
삼천포사람이라면 이 공원엔 한번씩은 들러봤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곳에 올라가면 남해바다가 훤히 잘 보이고, 왼쪽으로 삼천포 화력발전소와 남일대해수욕장이, 오른쪽으로는 삼천포항과 연육교(삼천포대교)가 보이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경치 좋은 공원이다.
방문했을때는 노산공원은 한창 공사중이었다. 공원 중앙 제일 높은 언덕엔 현대식건물을 짓고 있었는데, 삼천포 팔포에서 자랐으며 지난 97년 작고한 박재삼 시인의 문학관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재삼문학관과 호연재)
문학관건립과 함께 노산공원을 현대식으로 단장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기 전에 완공했더라면 또다른 명소가 되었을텐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노산공원은 충혼탑, 위령탑과 충무공탑 등이 들어서서 요즘 현대식 공원과는 약간 어울리지 않았다. 오래전에 만든 것이어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시대적인 흐름에 맞춰 이데올로기보다는 문화나 휴식, 관광 등의 테마로 변신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단장중인 공원은 한적했다. 아직 피서인파가 몰리지 않은 탓도 있지만, 외지인들에게는 그리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큰 이유였을 것이다.
(조용한 공원 산책로)
오래된 공원처럼 산책로 주변엔 큰 고목들이 많이 보였다. 그 옆으로 단장을 위해 심은 나무들이 보인다. 공원 시설물들이 새롭게 바뀌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비둘기집)
오래된 공원에 하나씩 있는, 비둘기들의 서식처를 마련해주기 위해 만든 일명 비둘기 아파트도 하나 있다. 요즘은 피둥피둥 살만 찌는 닭둘기라는 오명때문에 부정적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그래도 역시 공원엔 비둘기가 있어야 공원같은 느낌이 든다.
(한눈에 삼천포항을 볼 수 있다)
공원 오른쪽으로는 삼천포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아래 선박수리를 하는 조선소와 수산물을 냉동 및 냉장하는 시설들이 많이 보인다. 삼천포항은 숙박단지가 있는 매립지쪽에 신항을 세웠다. 서부시장이 있는 삼천포항은 구항(舊港)이다.
(공원 산책로)
공원입구에서 바닷가쪽으로 계속 걸어가면 끝자락에 육각정이 있던 자리가 보인다. 이곳에서 남해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데, 예전에 있던 육각정을 없앴다. 아마도 새로 신축할 것으로 보인다.
노산공원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이 위치에 있는 육각정이 대표사진으로 나올텐데 현재 육각정은 공사중이다. 더 좋은 시설로 빠르게 다시 지어졌으면 좋겠다.
육각정 자리에서 왼쪽으로 보면 멀리 삼천포 화력발전소가 보인다. 작은 등대가 있는 방파제도 보인다. 방파제의 붉은 등대는 항포구의 입구를 표시한다.
정면을 바라보면 출항을 나서는 어선들과 남해의 섬들이 보인다. 날씨 좋은 날에는 훌륭한 풍경을 보여줄 것이 확실하다. 날이 흐린 것이 참 안타깝께 느껴졌다.
오른쪽으로는 삼천포항 방파제가 길게 보인다. 저 끝에 등대가 보인다. 거리가 꾀나 멀어 보인다. 희미하지만 연육교(삼천포대교)도 보인다. 밤이면 아름다운 연육교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는 곳도 바로 여기 육각정자리다.
오른쪽 삼천포항 방향으로는 도로가 나있다. 냉동창고를 지나서 삼천포 서부재래시장방향으로 길이 나 있다. 내려가면 간이 방파제 시설과 등대쪽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나 있다.
노산공원은 규모면에서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아침에 잠시 산책을 나와서 남해바다와 연육교와 삼천포항을 구경하기에는 적합하다. 큰 고목들의 숲에서 잠시 거닐어보면서 삼천포를 조용하게 느껴보는 곳으로는 아주 그만이다.
다시 올라갔던 방향으로 내려오면 정말 오래된듯한 건물들이 몇 채 보인다. 아직도 저런 건물에 사람이 살고 손님이 찾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정겨움이 느껴지는 소박한 풍경이다.
만일 삼천포에서 회도 즐기고 숙박도 하고 간다면 아침식사로는 노산공원 근처에 있는 전복죽전문점(삼다도전복죽)을 권하고 싶다. 해장국집들도 도처에 많지만 전복죽을 이만큼 제대로 하는 집은 처음 봤다.
전복살과 내장을 적당히 잘 처리해서 구수하게 만들었다. 썰어넣은 전복의 양도 푸짐해서 어른 둘이 아침식사를 해결할 정도로 많다. 가격도 13,000원이면 저렴한 편이다. 도시의 죽전문점에서 특대 사이즈를 사면 이 정도 가격인데 양과 질은 비교할 바가 못된다.
또 하나는 바로 충무김밥이다. 충무(통영)가 고성을 지나 삼천포의 동쪽에 있긴하지만, 이 동네에서도 유명한 음식이다. 충무김밥은 오징어 무침과 무절임의 절묘한 조화가 맛의 비결이다. 적당한 크기로 잘 만들어진 김밥과 함께 하는 충무김밥도 한끼 식사거리로는 아주 좋다.
충무김밥을 맛있게 하는데는 노산공원 입구의 진주식당과 공원에서 서부시장 가는쪽에 있는 산호김밥집이다. 1인분에 3천원인데 양은 충분해서 두명이 먹어도 될 정도다.
삼천포는 숨겨진 매력이 있는 항구도시다.
시끌시끌한 관광도시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다. 주변에 해수욕장이 남일대밖에 없지만,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고성공룡박물관이 있고, 그 옆에 쌍발 해수욕장(상족암 해수욕장)이 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회를 비롯해서 해산물과 특히 전어를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 삼천포다. 친구들과 하루를 재밌게 보내고 저녁엔 수산물과 함께 술한잔 기울이고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 삼천포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려면 삼천포에서도 팔포지역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름다운 야경이 뛰어난 연육교(삼천포대교)를 감상할 수 있고, 남해바다를 조용하게 즐길 수 있는 노산공원도 있고,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남해로 넘어가는 코스도 이곳에서 출발 가능하다.
이래 저래 삼천포는 조용하고 편하게 쉬다 올 수 있는 여름도시다.
여행전 참고할만한 홈페이지 : 사천문화관광 홈페이지
(노산공원 육각정 자리에서 본 남해바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