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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케이블 TV 때문에 공중파 VHF/UHF 안테나를 이용하는 가구는 잘 없다. 아직까지 공중에 날아다니는 전파를 잡아 TV를 보는 가구는 산골마을처럼 유선이나 케이블 방송망이 미치지 않은 곳이나 사용할까 도심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공중으로 TV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특히나 국가공영방송인 KBS는 난시청지역 해소를 위해 TV시청 가구를 대상으로 꼬박꼬박 시청료도 받아가고 있으며, 그 돈의 일부는 이처럼 공중파를 송출하는데 사용한다.
TV 안테나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유선방송사의 등장에 따른 불가피한 변화였다. TV 성능은 좋아지고 채널은 늘어나고, 지난 밤에 봤던 드라마를 다시 송출하는 지역 유선 방송사의 등장으로 공중파를 잡아서 TV를 보던 가구가 줄기 시작했다. 아마도 80년대말부터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선방송이 나오기 전 TV 수상기를 가진 가정에서 공중파 TV를 방송하기 위해선 대도심이 아니라면 대부분 실외 안테나를 설치했다. 대도시 지역은 근처 송출타워가 있어서 TV뒤에 실내 안테나만 연결해도 TV가 잘 나왔지만, 송출거리가 제한된 부도심 지역부터는 실외 안테나가 없으면 TV 시청이 어려웠다.
그래서 미약한 실외 안테나의 전파 수신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잡은 신호를 증강시켜주는 부스터(Booster)를 세트로 설치하여야 하는 불편함까지 있었다.
그나마 아파트는 공용 안테나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TV 수신전파를 잡아서 각 가정으로 보내주어 TV 보기가 한결 수월했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은 TV 안테나만 보고서도 저 집엔 몇 대의 TV가 있구나 내지는 몇가구가 살고 있구나 판단하던 시절이 있었다. 집집마다 TV 시청료를 받으러 다니던 시절엔 실외 안테나가 결정적인 단서가 되기도 했었다.
아직도 아파트들엔 공용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대부분의 가정이 아파트로 들어오는 유선방송사를 통해 방송을 시청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전히 공중파 TV 채널을 볼 수 있는 권한은 있다.
공중파 TV 방송 송출은 필수이며, 유선방송 또는 케이블은 선택에 의한 것이다. 가끔은 무조건 유료인 유선을 봐야한다며 우기는 아파트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공용 안테나(공청 안테나)는 아파트 건축 의무 구축 시설이다. 2003년부터는 HD 수신 안테나 역시 의무 시설이다.
TV 실외 안테나는 VHF와 UHF 안테나가 있다. 보통 알루미늄 봉으로 듬성듬성 안테나봉의 길이가 길고 짧은 것이 있는 형태가 VHF 안테나이고, 촘촘하고 같은 길이의 안테나 봉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 UHF 안테나다. (위 사진 참조)
초기엔 VHF 방송만 송출되다가 나중에 KBS 2TV 등이 생기면서 UHF 채널도 생기면서 안테나가 전채널 수신용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엔 HD를 수신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안테나가 필요한 상황까지 와 있다.
TV 실외 안테나는 야기(Yagi) 안테나여서 지향성이다. 즉, 전파의 방향과 안테나의 방향이 동기되어야만 TV 신호 수신이 원활해진다. 그래서 예전엔 TV를 새로 사거나 안테나를 새로이 설치하면 안테나 방향과 TV 수신상태를 맞추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한쪽에서는 TV를 보고 있고, 누군가는 안테나가 설치된 옥상이나 지붕에 올라가서 안테나 방향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TV 채널이 제대로 나오는지는 서로 맞추는 과정이 필요했다.
'10번은 잘 나오는데 38번은 잘 안나와, 안테나 좀 잘 만져봐' 이런 소릴 TV 안테나가 있는 지붕이나 옥상으로 목소리를 높이던 시절이 있었다.
비바람 부는 날이면 안테나가 흔들리고 따라서 TV 화면도 잘 나왔다가 안나오는 일들도 발생했다. 안테나를 제대로 고정시켜 놓긴 하지만 바람때문에 방향이 틀어져 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드라마라도 시작한다면, 가족중 누군가는 안테나가 있는 지붕이나 옥상으로 올라가서 안테나를 조정해야 한다. 예전엔 대부분 종일 방송이 아니어서 저녁때부터 TV가 나왔으니 주로 저녁에 이런 풍경들이 벌어졌다. 주로 지붕이나 옥상을 타는 일은 남자의 일이었다. 형이나 삼촌, 아버지가 그 역할을 했다.
때론 천둥 번개가 치는 날에는 아예 TV 시청을 금해야 하는 것도 안테나 때문이었다. 누구 집에는 벼락이 안테나로 떨어져서 TV까지 고장났다는 소문까지 들리기라도 하면 어른들은 천둥치는 날에는 아예 TV를 켜지 못하게 했다. 어릴적 좋아하던 TV 프로가 나올때 이런 일이 생기면 너무 속상해 했던 기억들이 난다.
TV를 사면 가장 먼저 고민하는 일이 안테나 설치였다. 설치 기사가 가지고온 안테나를 세울 지지대의 위치와 안테나선을 가설하는 것이었는데, 주택설계가 TV 시청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어서 지붕이나 옥상에서 안테나 케이블이 창문쪽으로 들어가는 구조로 설치했다. 같이 사는 다른 집에서 이미 좋은 명당 자리라도 차지한 후라면 안테나 위치는 고민스럽기만 했다.
이제는 모두 사라져가는 추억이 되었지만, 그 시절 TV 실외 안테나에 대한 기억들이 지금은 따뜻한 가족들과의 추억이 되어 버렸다.
아직도 TV 실외 안테나로 TV를 시청하는 가구는 좀 있는 모양이다. 형편상 또는 TV를 시청할 시간이 잘 없거나(그래서 유선을 설치하지 않은) 지역적으로 유선 TV를 볼 수 없는 지역에서는 아직도 안테나를 통해 TV 신호를 잡는다.
산간벽지엔 그나마 공영방송 신호는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좀 더 관심이 있는 가정엔 위성으로 TV 신호를 수신하고 있다. 그래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KBS 채널은 고루 잘 잡힌다고 한다.
이젠 주택가에서도 예전에 설치해 놓고 쓰지 않는 실외 안테나만 볼 수 있을 뿐 아파트에선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그보다는 위성신호를 잡는 접시가 더 많이 달려있다.
문득 길을 걷다가 발견한 TV 실외 안테나를 보다가 옛 생각이 났다. 이젠 방송수신용이 아니라 추억의 물건이 되어버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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