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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그 이전에도 가을은 있었다.

더위를 몰아내는 가을은 아름답고 기분좋게 다가온다. 덥다가 갑자기 추워진다는 변덕같은 간사함보다는 그저 '바람 참 시원하구나'하는 생각이 가을이라는 정서에 더 잘 어울린다.

오늘은 처서다. 장소를 뜻하는 곳 '처(處)'자에 더위 '서(暑)'로 만들어진 24절기 중 하나이다. 더위가 떠나기 전 마지막 머무른다는 뜻이다. 여름과 가을이 교대를 하는 시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며칠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처서인 오늘 아침은 시원한 바람과 뭉게구름이 가득한 하늘때문에 가을이 정말 가까이 왔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는 선선하지만 내리쬐는 햇볕은 그 어느때보나 강렬하다. 처서에 비가 오면 곡식이 준다는 옛말이 있는데, 그만큼 지금 이맘때 햇살은 곡물의 생장발율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서 그렇다.

봄에 심었던 모가 나락(벼)되어 제일 잘 자라고 푸른 물결이 노란색으로 물들기 전이 처서의 들판 모습이다. 곧 보름이 조금 넘으면 이슬이 맺혀 완전히 가을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백로를 지나면 그 다음주가 추석이다.

흔히들 인생사를 계절에 비유하기를 좋아하는데, 가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수확의 계절이다. 결실의 계절이다라고 하지만, 내가 봐서는 이제 어른이 되는 계절이 아닌가 생각한다.

멋모르고 자라던 어린시절이 봄이고, 혈기 왕성해서 세상 무서운 것 없이 겁없이 뛰어다니던 시절이 여름이라면, 이제 가을은 모든 것이 풍성하고 세상을 알게되는 어른이 되는 시점이 아닐까?

모두들 바쁘게 살아가고 있고 힘든 일도 많지만, 그래도 가을과 함께 자연이 있어서 행복한 삶이다. 마지막 우는 매미소리가 요란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아직 저런 소리를 들으며 가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코스모스라도 눈에 띄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진짜 가을이 왔음을 확인할테니까...

PS. 2년전, 가을이 시작될때 썼던 포스트를 잠시 공개로 돌려놔 본다.
2006/09/10 - [노래 이야기] - 가을이 오면 - 이문세


Posted by 까칠한 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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