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달초에 Daum의 초청으로 간 Lift Asia 2008 행사 때문에 제주도에 도착하던 첫 날에 찾았던 전복죽전문 음식점이었다.

마중 나왔던 Daum 직원분의 소개로 가게 된 가게였는데, 집으로 돌아와서 이 가게에 대한 검색을 하니 의외로 많은 분들에게 알려진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우선 이 가게를 찾는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이곳은 중문단지와 제주컨벤션센터 사이의 성천포구안쪽에 있기 때문이다. 밖의 도로에서는 아예 보이질 않는다. 설마 저 안쪽에 가게라도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어쩌면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서 더욱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바닷가 포구쪽에 작은 방파제를 두고난 작은 길을 따라 안쪽에 반듯한 가게가 나온다. 제주도 화산석으로 만든 건물외관이 현대식으로 지어져 주변 풍경과 함께 잘 어우러져 인상적이다.

웬만한 비바람에 끄떡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외모를 풍긴다. '전복 소라 해삼 문어 전복죽전문 중문해녀의집'이라는 간판이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왼쪽에 수족관에 가득 담긴 전복 소라 해삼을 볼 수 있다. 그 옆으로 주방이 바로 보이는데 특이하게 주방이 모두 보인다는 점이다. 음식조리시설들이 다 보이고 그 안쪽에서는 해녀(?)들로 보이는 나이든 아주머니 몇 명이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손님들이 식사를 하는 홀은 특이하게도 의자와 테이블 형태가 아닌 온돌방 같은 구조위에 작은 테이블들이 여럿 놓여져 있었다. 안쪽으로 넓어보이긴 해도 족히 30~40명은 같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벽에 붙은 메뉴판이다. 손님들에게 따로 메뉴판을 제공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제주 해변가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좌판을 깐 해녀가 그러하듯 손님 얼굴 한번 쳐다보고 '총각 뭐 해드릴까?'하는 분위기다. 뭐 그게 나쁘다는 뜻 아니다. 투박하다는 것이다.

원래 전복죽 한그릇으로 점심 해결하러 들어갔던 차인데, Daum 직원분이 사비를 털어 맛나는 것을 사주신다고 해서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배팀장님, 최과장님) 


2만원짜리 모듬을 하나 시켰다. 전복, 해삼, 멍게, 소라가 모두 나왔다. 양은 푸짐했다. 이렇게 한접시에 2만원이면 제주도 음식치고 비싸지 않다. 세명이서 어느 정도 먹을만큼 양은 많았다. 행사 입장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한라산' 소주를 한잔 할 수 없다는게 아쉬웠다.


녀석들 때깔 참 곱다. 전부 서귀포 앞바다에서 바로 공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전복은 아마도 이곳에서 채취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족관을 두고서 요리를 하고, 이 정도로 대량으로 공급해야 한다면 앞바다에서 따서 가져온다는 것은 어쩌면 순진한 상상일지도 모른다.

원래 해산물은 바다를 앞에 두고 마시면 그 기분이 다르다. 한 점 집어서 입에 넣고 바다 한번 응시하면 그 기분은 어떻게 설명하기가 힘들다. 쓴 소주 한잔까지 털어넣으면 기분이 더 업 되었겠지만, 아쉽게도 소주는... 아! 여기까지만.


원래 본 메뉴가 전복죽이었기 때문에 모듬회를 먹으면서 전복죽을 기다렸다. 모듬회를 거의 다 비울때까지 전복죽은 나오지 않았다. 손님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늦는걸 보니 그 자리에서 전복을 썰고 죽을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주문한지 약 20분 정도가 지나자 전복죽이 나왔다. 처음엔 전복죽 그릇을 보고 놀랐다. 1만원 짜리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푸짐하겠지 했는데, 정말 양이 많았다. 큰 사발에 담겨온 노릿노릿한 죽색깔과 향기가 좋았다.

내장이 제대로 풀리면 녹색을 띈다고 했지만, 어찌 조리했는지 노릇노릇한 빛깔과 구수한 향이 강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음... 그럼 전복은 얼마나 들었나?' 하면서 이리 저리 휘저어 보았는데, 세상에나 전복이 큼지막하게 썰려 있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전복죽에 전복이 제대로 들어 있었다. 도회지에서 맛보는 전복죽에는 전복이 양념 다진 것마냥 잘게 썰어 보일랑 말랑했는데 여긴 완전 전복들이 제대로 헤엄치고 있었다.

같이 간 세명 모두 전복의 크기와 맛을 칭찬하며 맛있게 그릇을 비웠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이렇게 썰어넣어줄 정도라면 자연산이 아닐 것이라는 의혹들을 제기했다. 물론 주인에게 차마 물어보지는 못했다.

중간에 김치와 깍두기 등이 모자라서 더 달라고 이야기했는데 들은척도 안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소곤소곤 추가주문을 한 탓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해녀들이다보니 청력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시골 할머니에게 뭔가 부탁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우리 이야기를 듣고서는 무뚝뚝하게 김치를 왕창 한그릇 갖다줬다. 분명 모양은 불친절인데 이분들이 '해녀'라는 사실에 바로 그냥 이해하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여긴 음식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파는 곳인데... 조금만 더 친절했더라면...

(가게앞에서 중문단지를 바라본 모습)

맛있게 해산물회와 전복죽 한그릇 먹고 나서서 중문단지를 바라보며 한컷 찍었다. 파도모양의 방파제가 참 앙증맞다. 심심하지않게 물고기며 새우며 이런 조형물을 방파제에 붙여놨다. 마치 어린이 놀이시설에 온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성천포구라는 곳인데, 낚시배들이 많이 정박해 있었다. 작은 포구지만 배들이 많이 보였고, 어선들보다는 관광 레저용 보트들이 많이 보였다.

(방파제쪽에서 본 천제2교와 성천포구 전경)

이곳의 위치는 찾기는 쉽다. 그러나 아마도 포구로 내려가는 길은 헷갈릴만하다. 중문단지에서 제주컨벤션센터로 가는 길에 '천제2교'라는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건너자마자 오른쪽에 CS호텔과 중문민속박물관이 있는데, 그 사이로 작은 도로가 포구쪽으로 나 있다.

물론 도로 입구쪽에 푯말에는 '중문해녀의집'이라는 작은 이정표도 붙어있다. 포구쪽으로 내려와서 방파제쪽으로 쭈욱 따라 내려오면 갈림길이 보이고 왼쪽으로 보면 가게가 보인다. 주차는 근처 아무데서나 가능하다.


중문단지에서 '해녀의집'을 찾으면 두곳이 있다. 소개한 성천포구의 중문해녀의집이 있지만 또 하나는 바로 중문해수욕장 입구에 있다. 해수욕장입구 왼쪽에 건물과 파라솔들이 있는 이곳도 중문해녀의집이다.

이곳에서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일단 호객행위 때문에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지는 않다. 해수욕장을 가다보면 파라솔쪽에서 해녀들인지 모를 아줌마들이 소리친다. '어서 와, 이쪽이야, 이쪽, 한접시 2만원, 만원짜리도 있어'라며 호객행위를 한다.

호객행위하는 상인치고 제대로 해주는 집을 이제까지 못봤기 때문에 무조건 패스다. 뭐 이런거야 개인차가 있으니까 호불호를 따지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호객행위하는 곳은 싫다.

엉뚱한 '해녀의 집'을 찾지 않길 바라며...

중문해녀의집은 간만에 먹은 전복죽을 제외하고는 제대로된 전복죽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지난 7월의 남해를 놀러갔을때 삼천포에서 먹은 전복죽에 비견할만큼 맛이 좋았다.

더군다나 탁 트인 제주 서귀포 바닷가를 앞에두고 해산물회와 전복죽을 즐길 수 있는 곳이어서 더 좋았다. 아이들 데리고 가서 잠시 구경을 해도 될 정도로 성천포구도 작고 예쁜 곳이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