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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의 싸이월드USA가 사업을 접고 철수한다는 소식이다. 올해 말까지만 법인으로서 활동하고 문 닫는다는 소식이었다. 이미 올 3월에는 독일에서 유럽버전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싸이월드 유럽법인이 철수하면서 서비스를 중단한 적이 있었다.


이로서 현재 남은 글로벌 싸이월드법인은 중국, 대만, 일본, 베트남 이렇게 4개국 뿐인데, 모두 아시아 국가들이다. 유럽법인은 이미 정리되었고, 올해말에 미국법인이 정리될 예정이라면 서구쪽에서의 서비스를 모두 포기한 것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아직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과 미국과 유럽에서의 서비스 철수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유럽과 미국의 SNS 서비스는 미국 Facebook과 MySpace가 주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에는 특별히 유명한 SNS가 없다. 싸이월드 정도가 그나마 우리나라에서는 성공을 했지만, 다른 아시아국가들에서는 이제 SNS가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정도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SNS 특성상 고객의 이탈이나 대규모 서비스 이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법인과 유럽법인의 싸이월드 런칭 실패는 바로 이런 SNS의 특성 때문이다.

SNS는 사실상 지극히 개인적인 서비스이며, 인맥이라는 사람 사이의 고리에서 출발하는 서비스이다. 친구나 가족 등이 하나의 서비스에 가입되어 서로 연결하고 소통하는 형태가 SNS의 본질이다. 오픈소셜 등이 나오긴 하지만, 아직도 동일 서비스에서 활동하는 것만이 SNS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인터넷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IT분야의 지식이 없는 사용자도 쉽게 가입하고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면에서 SKT의 싸이월드는 폰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 그리고 미니홈피라는 단순하지만 강한 연결욕구를 자극하는 서비스였다.

여기에는 비즈니스적인 인맥을 위한 어떤 개연성도, 장치도 없었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겐 부담이 없었고(반면 최근 SNS 서비스라고 내놓는 것들은 지극히 부담스런 비즈니스 인맥을 강조한다), 단순히 사진 찍어서 올리면 주변 가족 친구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으며, 간단한 댓글로 안부를 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했다. 아주 간단한 이유다. 그냥 쉽고 편리하기 때문에 싸이월드는 우리나라에서만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그런 편리함은 다른 서비스에게는 족쇄로 작용한다. 즉, 싸이월드 사용자에겐 싸이월드를 벗어나면 그 순간 SNS는 없는 것이다. 다른 새로운 멋진 서비스가 생겨도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가진 사람은 새로운 서비스로 옮겨가지 않는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기존에 싸이월드에 쌓여있던 많은 사진과 댓글과 방명록을 옮기는 툴이 없으며, 설령 존재하더라도 가입자가 굳이 툴까지 이용하여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만큼 싸이월드를 벗어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싸이월드는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미니홈피라는 생각이 젊은 층에게는 고정관념처럼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는 SNS(사용자들은 SNS라는 단어가 뭔지도 잘 모른다)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탈이란 거의 없다고 보면된다. 그래서 국내에는 특별히 싸이월드와 경쟁할만한 서비스가 없는 것이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운영하다가 중단하거나 갱신하지 않는 것은 사적인 문제(특히 프라이버시 문제)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다른 서비스로의 이전때문에 미니홈피를 폐쇄하는 경우보다는 더 민감한 개인정보 문제때문에 폐쇄 또는 중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점은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싸이월드가 왜 성공하지 못하는지를 쉽게 설명해 준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가 유행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서구인들은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의 양대 SNS를 먼저 접했고 한창 사용 중이다. 설령 다수의 서구인들이 아직 SNS를 접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미 두 서비스에 가입한 사용자들 때문에 독특하고 예뻐보이고 아기자기하며, 귀엽기까지한 싸이월드보다는 가족과 친구들이, 지인들이 더 많은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에 가입한다.

즉, SKT의 시장 진출이 이미 늦었으며 너무나 기존 SNS 답게 정면승부를 걸었다는 것이다. 서구인들에게 이미 SNS 서비스는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로 각인되어 있으며, 싸이월드는 그저 이름조차 생소한 한국에서 온 '그냥 인터넷 서비스'였을 뿐이다. 페이스북을 버리고 싸이월드로 이사와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반면 중국이나 베트남 등은 그나마 사용자를 모으는 것은, 그 시장에서 절대 강자가 없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 강자가 있는 일본이나 대만은 그저그런 상황에 있지만, 선발주자가 없는 나라에서는 성공이 가능할 수 있다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할 수 있다.


SNS 특성상 폐쇄는 있을 수 있어도 경쟁서비스로의  이전은 거의 없다는 점은 SNS 후발주자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법칙이다.

만일 후발주자로서 해당 SNS 시장에 진출하려면 SNS라고 정의하고 덤비면 100% 실패한다. 사람들은 SNS 서비스 하나만 사용한다. 두 개의 인맥서비스를 관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메신저는 두 개를 사용하더라도, SNS는 두개를 동시에 사용하지 않으며(사진을 두 곳에 올리지 않는다), 가족과 친구들이, 지인들이 더 많은 서비스에 가입한다. 다른 어떤 인터넷 서비스보다 선점의 효과가 큰 서비스가 SNS이다.

싸이월드가 다른 방향에서 서구시장진출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따라서 싸이월드의 미국과 서구권 시장철수는 예견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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