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미국 최대의 통신회사인 AT&T는 전직원의 4%에 해당하는 1만 2천명을 감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감원뿐만 아니라 내년에 증설 또는 보수계획이 있는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도 줄일 것이라고 한다.

2위 통신회사인 Verizon 역시 3분기에 2,700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같은 기간에 Sprint Nextel은 4천명의 직원을 줄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경기침체에 따른 것들이다. 이미 대부분의 회사에서 감원을 했거나 예정 중이어서 이들만이 특별한 경우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경기 불황에 강하다는 1조 달러의 미국 텔코 비즈니스에도 위기가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통신사의 감원은 비용 줄이기를 위한 노력의 일환인데, 인원뿐만 아니라 장비 교체나 네트워크 구축 등에도 비용을 줄일 것으로 알려져, 관련된 장비 제조사들에게도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Notel, Alcatel Lucent, Cisco, Junifer Networks 등 통신회사에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공급선의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수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시장의 경기침체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회사들의 감원은 소비위축에 따른 것이다. 경기침체가 시작되자 미국민들은 집전화나 케이블 TV, 심지어 인터넷 회선까지도 사용을 중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가정의 통신비 지출을 가장 먼저 줄이려는 행태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전혀 예측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Apple iPhone과 같은 제품의 잘 팔리고 있는 이유가 경기불황 때문이라는 이색적인 분석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ComScore는 지난 10월에 조사된 자료를 통해 iPhone의 경우 연간 수입이 5만 달러 이하의 사람들에게 주로 판매되고 있으며, iPhone으로 집전화, 인터넷 사용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iPhone 하나로 가정의 통신수단을 대체하겠다는 것이며, 결국 전반적인 통신비용 절감책으로 iPhone을 선택하고 있다는 다소 의외의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iPhone의 판매량이 느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겠지만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결과분석이다. 

컨설팅펌인 Farpoint Group에 따르면 이미 미국인의 20% 정도는 집에 구리선(전화선)을 없앴으며, 경기침체가 계속될수록 이 비율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무선이 유선을 대체하는 상황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유선전화 사업자인 AT&T의 경우 자사의 무선 이동통신사업에 의해 유선전화 사업이 위협을 받는 일명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이동통신사들도 요금을 깎고 있으며, 다양한 단말기와 서비스로 유선전화 및 유선인터넷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동안 유선전화 및 인터넷 비즈니스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 통신업계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통신에 있어서는 좀 더 보수적인 덕분에 유선전화 시장의 급격한 감소는 없겠지만, 뇌관이라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의 성장세에 따라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들어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가 예상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지만, KT나 SK 브로드밴드 등 기존 시장의 플레이어들의 마케팅과 번호이동 절차상의 문제로 다소 급격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지 않을 뿐 시장 성장의 가능성은 아주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달리 여전히 유선을 중심으로 한 통신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경기침체에 따른 변화가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TPS나 QPS 등의 결합요금제로의 이동이나 무선요금절감 형태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소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부는 스마트폰과 무선데이터서비스의 인기는 경기침체와 함께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스마트폰 시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일반폰의 생산물량이 줄고 대신 스마트폰의 생산이 늘겠지만, 이에 상응하는 데이터요금제의 부담으로 통신비 지출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비싼 스마트폰을 구입해야할 이유가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당분간은 늘어나겠지만 곧 시장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침체가 여러 산업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통신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미국의 통신산업은 세계통신산업의 지표로 알려져 있기에 이들의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조심스럽게 변화를 예측해볼 수 있는 단초는 여럿 있지만, 미국 소비자들이 통신비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사실과 ARPU의 정체 또는 일부 감소로 인해 통신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유선통신 사용자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참고해야할 것들이다.

참고 : BusinessWeek 'AT&T Layoffs: The Tip of a Telecom Downturn'

Posted by 까칠한 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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