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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만 켜면 '경제가 어렵다, 실업자가 늘고있다,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다' 같은 우울한 뉴스만 쏟아지는 요즘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구조조정에 실업률 증가 등 취업과 관련된 뉴스들이 구직자들을 애태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는 개발인력이 필요해서 채용을 계속하고 있다. 내가 직접 채용을 담당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옆에서 지켜보면서 구직난속에 구인난이 함께 진행되는 모습이 안타까워 한마디 하려고 한다.

요즘 대학 졸업자나 경력자들이 구직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뽑는 곳은 한정적이고 그나마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조건이 잘 맞지 않아도 직장을 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기업들도 이왕 인재를 뽑을 바에야 좋은 조건에 뛰어난 사람을 뽑으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위기가 기회인 시장 중의 하나는 바로 인력채용시장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이 좋은 인재를 뽑을 확률은 높아진다. 훌륭한 인재의 눈높이는 낮아지고 기업은 좋은 인재를 확보할 기회를 여러번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근 한 달 동안 회사의 인사팀장은 사람들을 수소문하고 인재를 찾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 그리고 몇몇 채용사이트를 통해 면접제의를 하고 계속해서 면접 약속을 잡고있다.

근데 채용 담당자가 아닌 내가 옆에서 봐도 구직자의 예의를 갖추지 못한 지원자들을 몇몇 보게 되었다. 직접 대놓고 말은 못해주지만 그런 자세라면 요즘같을 때는 취직은 커녕 면접의 기회도 얻기 힘들겠다는 충고를 해주고 싶을 정도다.

근래에 본 구인 부적격 지원자들의 유형을 들어보겠다. 당연히 이런 유형의 지원자 모두는 선발에서 탈락되었다.

1. 혹시 회사가 어디에 있죠? 약도 좀 보내주실래요?

이 답변을 받고 당황하는 인사팀장의 얼굴을 보며 근처에 있던 나 또한 당황했다. 분명 채용사이트에 구직정보란을 보고 연락을 했고, 면접제의를 한 상태라 회사의 정보가 구직자에게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면접제의를 거부하면 된다. 하지만, 면접제의를 받고 그 회사가 어디있는지, 뭐하는 회사인지를 미리 알아보지도 않고 구두로 물어보면, 그것도 면접을 가려면 위치를 알아야 하는데 어딘지 메일로 보내달라는 구직자였다.

면접을 보러 오겠다는 답을 한 것도 아니고 그 전에 약도를 보내달라고 했다. 구직자가 완전 상전이다. 물론 구인을 하는 회사가 위에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관심이 없는 회사에 지원 또는 면접을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면접은 구직자 구인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관심이 없는 지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회사 홈페이지에 업무내역과 약도가 있으며, 면접에 응할지를 알려달라는 말에 일단 약도부터 보내라는 구직자를 어떻게 봐야할까?

2. 늦어습니다. 차가 좀 막혀서요. 시간을 잘못 알았어요!

동시에 여러 명을 뽑거나 면접의 효율을 위해 단체로 면접을 보는 경우가 많다. 단체면접을 본다는 얘기다. 분명 채용을 원하는 회사는 면접시간을 미리 알려준다. 몇 시에 회사로 오라고 전한다.

그런데, 미리 일찍 오는 구직자들이 대부분인 상황에 20분 30분씩 늦는 경우나 심지어 1시간 뒤에 와서 면접 시간을 잘못 알았다고 하거나, 다른 핑계를 대는 응시자들이 종종 있다. 아예 면접을 오기로 하고 안오는 지원자도 있었다.

정말 상황이 여의치않아서 불가피하게 늦거나 면접시간을 잘못 이해해서 온 지원자도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마음 가짐이다. 면접장소가 초행이라면 마음부터 새롭게 다지고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미리 일찍 도착하는 지원자를 나무라는 회사는 없다. 그만큼 준비성이 있고 회사에 관심이 많다고 오히려 플러스 점수를 줄지도 모른다.

면접시간도 늦는 구직자에게 이를 아무렇지않게 봐줄 채용회사는 없다고 보면 정답이다. 면접시간은 구직자와 최초의 약속을 하는 것이다. 첫 약속부터 깼다면, 좋은 결과를 얻으려 한다면 본인의 능력 이상을 발휘해야만 취업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면접관은 구직자의 첫인상을 도착시간에 맞춘다. 일찍 온 것은 긍정적이지만 늦거나 오지않는 것은 아주 부정적이다. 오히려 불피요한 핑계는 마이너스다.

3. 몇 시 출근에 몇 시 퇴근이죠? 야근없죠?

누구에게나 일은 고되고 힘들다. 더군다나 하기 싫은 일이라면 1분 1초가 힘들다. 기업이 월급주고 결과를 요구하는 일에 결코 쉬운 일이란 없을 것이다.

근로자에게 복지, 근무환경 모두 중요하다. 따라서 고용자가 아닌 피고용자는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회사에 요구할 의무가 있다. 물론 여러가지 여건을 감안해서 해야한다.

좋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의 특성상, 벤처의 특성상 부당한 요구가 아닌 이상 배운다는 자세(신입직원)와 해보겠다는 신념이 매우 중요하다. 9시 출근해서 6시 퇴근하는 것은 고용계약에도 명시된다.

미리 경험한 선배들은 안다. 개발을 하다보면 자신이 더 잘 해보겠다는 욕심에 알아서 야근을 하거나, 동료들이 고생하는 것을 뒤로하고 집에 가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란 것은 잘 알고있다.

그것이 일부 강요가 되고 일상적인 반복이 되더라도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거나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강요와 반복이 되는데 만족감도 없다면 회사를 아예 그만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고, 일단 받아들이고 나중에 판단하는 것도 결코 늦지 않다. 고생은 대부분 보상이 따르는 법이다. 그게 드러나든 아니면 스스로 깨닫든 말이다.

'9 to 6'를 갈망하는 직장인들 많다. 법에도 근로시간의 한계를 명시하고 있으니 당연한 권리인줄 안다. 하지만, 더 근무하는 것이 자신을 소모하기만 하는 부당한 행위라고 생각한다면 직장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나는 근무시간 이외엔 일 안할거라고 못박으면 뽑아줄 회사의 숫자는 줄어든다.

회사는 당신을 고생시키고 싶어하지 않는다. 당신을 이용하여 돈을 벌고 싶어한다. 따라서, 당신을 오래동안 잘 부려먹기를 원한다. 그러면 필요할 때 잘 쓰고, 필요할 때 잘 쉬게 만들려 노력한다. 거꾸로 당신도 회사를 잘 이용하면 그만이다. 노동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도 회사로부터 여러가지를 얻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경험과 지식이다.

필요하면 야근도 해야한다. 과도한 야근에는 추가수당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자신에게 투자한다고 믿고 일하면 된다. 처음부터 아예 근로조건에 대해 너무 원칙적인 것만 요구한다는 것은, 동료들과 함께 고생할 일이 있어도 같이하기 힘들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악덕기업이 아닌이상 일반적인 회사는 자율적이거나 필요에 의해 야근근무나 추가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일거리가 많다는 것은 회사나 본인에게 긍정적이다.

4. 다른 데는 연봉 얼마준다는데 좀 더 주시면 안되나요?

구직자에게 연봉은 중요하다. 자신이 생각한 희망연봉이 있을 것이고, 나름대로 하한선이 있을 것이다. 면접은 자신을 판매하는 행위다. '난 얼마짜리 인재다'라는 것을 알리고 흥정하는 것이다.

회사가 채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것은 당신이 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뜻이므로 상당히 긍정적인 메시지다. 물론 회사와 구직자 모두가 원하는 합의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구직자가 마음에 좀 안들어도 요구하는 희망급여 수준이 조금 낮다면 인사 담당자는 가점을 줄 수 있다. 회사가 맘에 드는데 도저히 급여수준이 맞지 않다면 솔직하게 말하는 것도 좋다. 나는 얼마를 희망하는데, 왜 그렇다라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단 타사의 제의 내용을 언급해서는 안된다. 다른 회사의 면접 결과 제시받은 금액을 말하는 것은 구직자 스스로의 값어치를 낮추는 일이다. 회사마다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연봉제시 수준도 얼마든 다를 수 있다.

만일 제시한 금액이 턱없이 낮다면, 생각보다 낮다고 이야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여러가지 판단에 의해 결정하면 그만이다. 굳이 금액을 비교해서 밝히며 따질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판단 결과를 명확하게 채용회사 측에 알려 입사를 희망하는지 거부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물론 자신에 대한 채용의사를 밝힌 회사에 한해서 가능한 것이다. 이것 또한 구직자가 면접을 본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거부한다면 회사는 바로 다른 면접자를 다시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5. 출근 약속 당일 입사거부

회사에 어제 그런 일이 발생했다. 인사담당자도 회사사람들도 당황했다. 면접을 봤을 때는 분명 흔쾌히 약속하고 출근약속을 했던 사람이었다.

제시간에 오지않자 인사팀장은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도 받지 않았다. 분명 출근하겠노라 약속했던 지원자였는데, 당일이 되자 소식불통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마도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았을 것이다. 타 회사의 면접결과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출근약속을 처음부터 하면 안된다. 약속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앞으로 얼굴 대할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한 행동이라면 구인회사로 봐서는 오히려 다행이다. 기회만 노리는 사람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언제든 회사가 어려우면 제일 먼저 뛰쳐나갈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일이라도 좋다. 마음은 변할 수 있는 것이고, 더 좋은 회사를 그 사이에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 출근 약속을 한 회사에 사과를 해야한다. 그리고, 사정을 이야기 해서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인사담당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예의다. 이정도는 최소한의 상식적인 행동이다.

우리나라는 인맥사회고 같은 산업군이면 인연이 닿을 확률이 높다. 즉, 좁디 좁은 사회다. 다시 안 볼 것 같지만, 비슷한 직종이나 산업군에서 활동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마주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구직자의 자세는 분명 기회만 노리는 사람으로 낙인 찍힌다. 출근하겠다 해놓고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가는 것이 지원자의 잘못이라고 몰아가기엔 무리가 있지만, 그러더라도 최소한 예의는 지켜야 한다.

더 좋은 조건이 나와서 귀사를 포기했다고 한마디만 하면 인사담당자는 잠시 기분이 나쁘더라도 지원자에 대한 원망은 사라진다.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일 것이다. 그치만, 외면 또는 무대응이라면 오히려 잘 됐다고 판단한다. 그런 사람은 어느 회사를 가도 해당회사를 고생시킬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며...

이상으로 근래 봐 왔던 직원채용에서의 나타난 구직자의 여러 행동들을 적었지만 구직난 못지않게 기업체의 구인난도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직장을 얻고 일을 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다. 회사도 자선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채용된 직원으로 말미암아 회사를 발전시키고 정당한 돈을 벌기를 원한다.

고용자와 피고용자는 회사를 매개로 하여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만나서 일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맞추는 제일 첫 단계에 여러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들을 한다면,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구직자도 나름 지켜야할 예의가 있다. 예의는 다름아닌 상대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그 상대는 바로 기업이다. 나를 뽑아줄 기업이고 내가 일 할 기업이다.

면접은 첫 상견례다. 다시 상대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해도 예의는 예의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몸가짐이다. 그 태도를 기업들은 면밀히 살핀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지원자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글을 쓰면, 구인기업은 예의가 필요없나라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구인기업이나 구직자나 모두 서로에게 바라는 어떤 덕목이나 요건이 있다는 것이며, 그래도 구인기업보다는 구직을 희망하는 지원자가 더 많다는 점은 구직자들이 명심해야 하는 사항이다.

합리와 이성이 존중되는 사회라면 예의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부당한 면접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겠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그 회사의 일원이 되겠다면 최소한의 구직자의 예의는 보여야 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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