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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을 다니기 위해 20살때부터 대구에 살기 시작했다. 군생활 3년과 서울생활 9년 정도를 제외하면 10년 가까이 대구에서 살았고, 현재도 대구에서 살고 있다.
대구경기가 좋지않다는 이야기는 이미 대학다닐때부터였다. 대학입학전부터 대구는 소비도시며,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대학재학 중에 일어난 상인동 지하철 공사구간 가스폭발사고나 2003년 지하철 화재사고 등 큰 사고가 있었던 곳이어서 외지인들의 눈에는 더욱 안좋게 비치는 지방이다.
70년대 경제성장의 발판이었다는 섬유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나마 울산과 창원 등 주변 도시의 기계 자동차 산업의 활황으로 2차 및 3차 협력업체들이 있어서 근근히 대구 경제가 버티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구미의 전자산업단지 덕분에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 3사의 공장 및 전자부품 업체들과 함께 지역의 양질의 인력들(경북대, 영남대, 대구대, 계명대 등)이 공급되는 구조로 그나마 산업 생태계가 유지되는 듯 보였다.
지난 20년간 대구의 대표산업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당분간 대구가 내세울 수 있는 대표산업은 없다.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한면 그것은 배후기지, 지원도시 정도의 수준이다. 울산과 창원의 기계 자동차 부품 조달 배후기지, 구미 삼성전자의 모바일사업 지원도시라는 것이 그나마 대표이미지로 남아있다.
대구사람이 아닌 외지 사람들이 바라보는 대구의 기간산업은 무엇일까? 여전히 섬유라고 대답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산업시대의 전형적인 전통산업이며 이미 후진국형 사양산업이라는 섬유가 아직도 대구시의 대표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미 지나간 정권시절, 민심 달래기용으로 대구시민들에게는 잠시 경제난을 완화시켜준(그것도 섬유업계 종사자들에게만) 역할 정도로 만족할 '밀라노프로젝트'라는 섬유고도화사업을 진행했던 것이 대규모 산업부흥프로젝트의 마지막이었다.
결과는 없고 끝도 없는 투자만 계속 이어지는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섬유산업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패션이라는 그럴듯한 치장을 했지만 여전히 저개발국가가 담당할 원사개발이 주력산업이다.
2007/12/25 - [기술 & 트렌드] - 밀라노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나마 2000년대초에 삼성전자 구미공장이 휴대폰 단말기 제조메카로 떠오르면서 지역의 기술개발인력기반으로 모바일산업이 정착하는가 싶더니, 이를 제조사가 서울 경기의 수도권지역으로 점진적으로 기술개발을 옮기고 있고, 단말기 해외기지 건설 등으로 명성을 잃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 경산시는 인접한 하나의 생활권에 있다. 특히 경산시는 대학도시라할만큼 대학들이 몰려있다. 대구시에는 경북대와 계명대의 4년제 종합대학교가 있고, 경산에는 영남대와 대구대를 비롯한 대학들이 모여있다.
이러한 배경으로만 본다면 대구시는 첨단산업 연구단지나 미래산업 지원 배후 도시로 알맞은 구조이다. 가까운 산업도시인 울산, 창원, 포항, 구미 등에서 접근이 용이한 내륙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와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간고속도로,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등 SOC 기반도 잘 되어 있어서, 물류 환경도 좋은 편이다. 풍부하고 양질의 인력공급이 가능하고 SOC 기반시설이 잘 되어 있는 도시에 제대로된 산업이 없다는 것이 대구시의 가장 큰 문제이다.
대구는 대전같은 연구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대전이 수도권을 비롯한 충청, 강원지방 R&D의 중심이 된다면, 대구는 경상권을 중심으로 한 남부권역의 R&D 중심이 되어야 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맞춰야 옳다. 행정가가 아닌 내가 봐도 그런 방향만이 대구가 살길로 비쳐진다.
패션산업도 좋고, 바이오도 좋다. 의료산업, 로봇 및 메카트로닉스, 재생에너지 모두 그럴듯하고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산업 지원과 육성이 없이 정부에서 나누어주는 지원시책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단기적인 경제정책은 제2의 밀라노프로젝트나 마찬가지다.
대구시민 누구에게나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밀라노프로젝트로 대구시가 어떤 발전을 이루었으며, 쏟아부은 돈이 얼마이며 그 돈이 모두 어디에서 나왔는지 말이다. 그저 눈 먼 돈 정도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누가 혜택을 보는지, 우리에게 어떤 것이 남았는지 살펴보면, 대충 정부자금이나 받아서 인기있다는 산업군 유치에만 신경쓸 겨를이 없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모바일산업같은 고부가가치산업이 있어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하는 대구가 다른 어떤 유망산업을 유치한다고 제대로나 키울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있는 것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하고 있는 판에 없는 것을 새로이 한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상상만 해도 답답하다.
더군다나 이런 상황에 4대강 정비사업으로 희망을 건다는, 정말 70년대 개발도상국 마인드로 대구시를 살리겠다는 발상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답답하다못해 한심함까지 느낀다.
지금은 겨울철 농촌의 유휴인력활용이나 굴삭기와 자재채굴사업, 토목 건설로 경기부양을 할 때가 아니다. 낙동강 정비로 관련 산업의 부흥과 일자리 창출, 내수 진작을 꽤하겠다는 것이 언제적 마인드인가? 그럴 돈이면 전략산업을 육성해야 오래동안 대구가 살아갈 기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대구에는 비어있는 새아파트가 정말 많다. 차를 타고 시내 중심가를 돌아다니면 비어있는 멀쩡한 아파트가 한 둘이 아니다. 아파트들이 한창 올라가서 대구 경기가 좋아진 것은 없다. 또 앞으로 그 아파트들에 4대강 정비로 수입이 생겨서 입주할 사람들이 넘칠 것이라는 상상은 아예 그만 두는 것도 낫다.
단순히 단기간에 경기부양효과가 있는 막노동판에 인력이 넘치는 것보다 장기적이고 경쟁력 있는 산업을 키우는데 아끼지 말아야 한다. 밀라노프로젝트에 투자한 만큼만 모바일산업이나 여타 신성장산업에 투자했더라면 벌써 그 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대구에서 인재가 유출된다는 이야기를 심심치않게 듣는다. 대구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다른 지역 가서 고급두뇌로 활용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인재들이 대구에서 버틸 기반이 없다. 고향에서 일하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지출할 돈을 벌어야 자영업을 하더라도 먹고 살 수 있을텐데, 대구에서는 자영업을 해도 밑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물가가 정말 싸다. 서울에서 살다가 내려오니 대구 물가가 싸다는 것을 쉽게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수입이 고정적 또는 안정적이지 못하면 소비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싸지 않으면 소비가 더욱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신기술사업을 위해 테크노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테크노파크가 여럿 있다. 그러나, 지원부족과 관심부족 등으로 테크노파크는 말 그대로 '파크'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노부품, 모바일, 바이오, 한방의 4대 분야 육성을 위해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기업들은 특별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사실상 형식적인 지원뿐이다. 시에서 나서서 해당 기업 제품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제대로된 제품을 시가 나서서 먼저 사용해주면 그게 바로 대구와 대구경제를 살리는 길인데 말이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외지인들은 이 지역이 엄청난 지원이나 혜택을 보는 것으로 잘못알고 있거나, 지역민들 중에도 '혹시나'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물론 '역시나'로 결론나지만 말이다.
내가 알기로는 이 지역을 위해 이번 정부가 따로 특혜를 주는 것은 없다. 행여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시민들이 체감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들일 것이다. 섬유처럼 사양산업 지원이 특혜라고 본다면 그건 시민들의 의지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수도권 규제완화를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모든 것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면 나라가 잘 돌아가는 것처럼 생각하는 정치인들과 일부 관료들의 생각때문이다.
수도권을 이루는 사람들은 바로 지방사람들이다. 이 작은 나라에 지방사람, 서울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뿌리를 고사시키면 결국 수도권도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5+2 광역경제권' 개발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역 안배차원에서 중요한 사업들을 나누어주는데 신경 쓰고 있지만, 정작 수도권 규제를 푸는데 대한 달래기 용도의 시책일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미 운하는 장점으로 내건 물류개선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관광자원 활용 문제는 그야말로 이루기 힘든 희망사항에 가깝다. 가장 현실적인 것이 후버댐 건설과 같은 1930년대식 토목공사류의 뉴딜정책이라고 보는 후진적인 시각이 있어서, 이번 4대강 정비사업 등에 기대를 거는 모양인데, 이건 정말 답이 아니다.
오늘 머니투데이가 대구경제와 관련하여 한꼭지 기사를 올렸고, 이에 대한 의견댓글이 엄청나게 올라오고 있다.
머니투데이 : '껍데기만 남은 경제' 대구는 지금…
언제부터 대구가 토목 건설의 도시였는지 모르겠지만, 4대강 정비사업이 오로지 남은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으로 몰고가지는 모르겠다. 토목과 건설에 다양한 산업이 녹아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경기부양일뿐이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가, 자동차 엔지니어가, 바이오 기술자가, 한방 의료인이 4대강 정비사업을 통해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구가 당장 해야할 일은 신기술사업이라도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다. 지역의 우수한 인력자원과 철도, 고속도로 등의 SOC 기반 시설의 우수성을 알리고, 근처 구미국가공단의 이름을 팔아서라도 해외 기업, 수도권 기업들을 유치해야 한다. 그것도 선별해서 전략적으로 말이다.
4대강 정비 등으로 건설경기 부양 및 내수진작 정책 등은 대구가 나서서 할 일이 아니다. 대구는 지금이라도 오로지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에만 매진해야 한다. 지역인재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을 찾지않고 지역에서 일할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당장 그런 희망이 없는 도시에 남는 것은 나이드신 부모들 뿐이다.
작년에 대구로 이사오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 소비 중심인 도시에 고층 재건축 아파트들이 도심 이곳저곳에 세워지고 있다는 것을 봤을 때다.
빽빽하게 시내 중심에 들어선 초고밀도 아파트들 아래로 30~40년된 슬레이트 지붕의 주택과 2층 높이의 상가건물들이 공존해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대구가 어떻게 되려는지 걱정이 되었다.
지금 대구는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잘 지어진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분양 대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왜냐면 그들은 살 집을 분양받은 것이 아니라 투기를 목적으로 분양받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구의 시공사들이 지은 아파트들이다. 어쨋거나 경기가 좋든 나쁘든 건설경기 바람이 불었던 대구다. 그러나 그런 아파트 건설붐으로 대구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 되묻고 싶다. 4대강 정비사업이 대구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듯 대구가 뚜렷한 산업기반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는 모습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대구는 가까이 있는 울산과 창원, 구미를 보면서 뭔가 느끼는 것이 없을까? 성서5차단지가 들어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어떤 산업을 육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공단을 조성하여 굴뚝 숫자를 늘이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경쟁력이 있는 산업구조를 만들라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않았다. 당장 효과가 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만 다음 세대 대구를 지킬 사람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
참고로, 대구는 서울시와 6개 광역시 중에서 주거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작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주거행복지수, 복지, 교통, 시민안전 분야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수입만 안정적이라면 대구만큼 살기좋은 곳도 없다는 얘기다. 시민들이 느끼는 만족지수가 대구가 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다.
매일신문 : 대구시, 주거만족도 1위…지역발전 기대감은 꼴찌
대구에서 '경제'라는 단어는 곧 '절망'을 뜻한다. 현재 상황에 절망하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의 미래가 더 걱정이라는 뜻이다. 뭔가를 하고 있고 그것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낙동강 정비사업' 같은 것에 희망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섬유도시라는 말도 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구는 모바일 도시, 바이오 도시, 한방 도시, 나노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구경기가 좋지않다는 이야기는 이미 대학다닐때부터였다. 대학입학전부터 대구는 소비도시며,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대학재학 중에 일어난 상인동 지하철 공사구간 가스폭발사고나 2003년 지하철 화재사고 등 큰 사고가 있었던 곳이어서 외지인들의 눈에는 더욱 안좋게 비치는 지방이다.
70년대 경제성장의 발판이었다는 섬유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나마 울산과 창원 등 주변 도시의 기계 자동차 산업의 활황으로 2차 및 3차 협력업체들이 있어서 근근히 대구 경제가 버티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구미의 전자산업단지 덕분에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 3사의 공장 및 전자부품 업체들과 함께 지역의 양질의 인력들(경북대, 영남대, 대구대, 계명대 등)이 공급되는 구조로 그나마 산업 생태계가 유지되는 듯 보였다.
지난 20년간 대구의 대표산업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당분간 대구가 내세울 수 있는 대표산업은 없다.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한면 그것은 배후기지, 지원도시 정도의 수준이다. 울산과 창원의 기계 자동차 부품 조달 배후기지, 구미 삼성전자의 모바일사업 지원도시라는 것이 그나마 대표이미지로 남아있다.
대구사람이 아닌 외지 사람들이 바라보는 대구의 기간산업은 무엇일까? 여전히 섬유라고 대답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산업시대의 전형적인 전통산업이며 이미 후진국형 사양산업이라는 섬유가 아직도 대구시의 대표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미 지나간 정권시절, 민심 달래기용으로 대구시민들에게는 잠시 경제난을 완화시켜준(그것도 섬유업계 종사자들에게만) 역할 정도로 만족할 '밀라노프로젝트'라는 섬유고도화사업을 진행했던 것이 대규모 산업부흥프로젝트의 마지막이었다.
결과는 없고 끝도 없는 투자만 계속 이어지는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섬유산업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패션이라는 그럴듯한 치장을 했지만 여전히 저개발국가가 담당할 원사개발이 주력산업이다.
2007/12/25 - [기술 & 트렌드] - 밀라노 프로젝트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나마 2000년대초에 삼성전자 구미공장이 휴대폰 단말기 제조메카로 떠오르면서 지역의 기술개발인력기반으로 모바일산업이 정착하는가 싶더니, 이를 제조사가 서울 경기의 수도권지역으로 점진적으로 기술개발을 옮기고 있고, 단말기 해외기지 건설 등으로 명성을 잃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 경산시는 인접한 하나의 생활권에 있다. 특히 경산시는 대학도시라할만큼 대학들이 몰려있다. 대구시에는 경북대와 계명대의 4년제 종합대학교가 있고, 경산에는 영남대와 대구대를 비롯한 대학들이 모여있다.
이러한 배경으로만 본다면 대구시는 첨단산업 연구단지나 미래산업 지원 배후 도시로 알맞은 구조이다. 가까운 산업도시인 울산, 창원, 포항, 구미 등에서 접근이 용이한 내륙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와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간고속도로,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등 SOC 기반도 잘 되어 있어서, 물류 환경도 좋은 편이다. 풍부하고 양질의 인력공급이 가능하고 SOC 기반시설이 잘 되어 있는 도시에 제대로된 산업이 없다는 것이 대구시의 가장 큰 문제이다.
대구는 대전같은 연구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대전이 수도권을 비롯한 충청, 강원지방 R&D의 중심이 된다면, 대구는 경상권을 중심으로 한 남부권역의 R&D 중심이 되어야 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맞춰야 옳다. 행정가가 아닌 내가 봐도 그런 방향만이 대구가 살길로 비쳐진다.
패션산업도 좋고, 바이오도 좋다. 의료산업, 로봇 및 메카트로닉스, 재생에너지 모두 그럴듯하고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산업 지원과 육성이 없이 정부에서 나누어주는 지원시책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단기적인 경제정책은 제2의 밀라노프로젝트나 마찬가지다.
대구시민 누구에게나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밀라노프로젝트로 대구시가 어떤 발전을 이루었으며, 쏟아부은 돈이 얼마이며 그 돈이 모두 어디에서 나왔는지 말이다. 그저 눈 먼 돈 정도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누가 혜택을 보는지, 우리에게 어떤 것이 남았는지 살펴보면, 대충 정부자금이나 받아서 인기있다는 산업군 유치에만 신경쓸 겨를이 없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모바일산업같은 고부가가치산업이 있어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하는 대구가 다른 어떤 유망산업을 유치한다고 제대로나 키울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있는 것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하고 있는 판에 없는 것을 새로이 한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상상만 해도 답답하다.
더군다나 이런 상황에 4대강 정비사업으로 희망을 건다는, 정말 70년대 개발도상국 마인드로 대구시를 살리겠다는 발상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답답하다못해 한심함까지 느낀다.
지금은 겨울철 농촌의 유휴인력활용이나 굴삭기와 자재채굴사업, 토목 건설로 경기부양을 할 때가 아니다. 낙동강 정비로 관련 산업의 부흥과 일자리 창출, 내수 진작을 꽤하겠다는 것이 언제적 마인드인가? 그럴 돈이면 전략산업을 육성해야 오래동안 대구가 살아갈 기반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대구에는 비어있는 새아파트가 정말 많다. 차를 타고 시내 중심가를 돌아다니면 비어있는 멀쩡한 아파트가 한 둘이 아니다. 아파트들이 한창 올라가서 대구 경기가 좋아진 것은 없다. 또 앞으로 그 아파트들에 4대강 정비로 수입이 생겨서 입주할 사람들이 넘칠 것이라는 상상은 아예 그만 두는 것도 낫다.
단순히 단기간에 경기부양효과가 있는 막노동판에 인력이 넘치는 것보다 장기적이고 경쟁력 있는 산업을 키우는데 아끼지 말아야 한다. 밀라노프로젝트에 투자한 만큼만 모바일산업이나 여타 신성장산업에 투자했더라면 벌써 그 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대구에서 인재가 유출된다는 이야기를 심심치않게 듣는다. 대구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다른 지역 가서 고급두뇌로 활용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인재들이 대구에서 버틸 기반이 없다. 고향에서 일하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지출할 돈을 벌어야 자영업을 하더라도 먹고 살 수 있을텐데, 대구에서는 자영업을 해도 밑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물가가 정말 싸다. 서울에서 살다가 내려오니 대구 물가가 싸다는 것을 쉽게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수입이 고정적 또는 안정적이지 못하면 소비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싸지 않으면 소비가 더욱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신기술사업을 위해 테크노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테크노파크가 여럿 있다. 그러나, 지원부족과 관심부족 등으로 테크노파크는 말 그대로 '파크'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노부품, 모바일, 바이오, 한방의 4대 분야 육성을 위해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 기업들은 특별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사실상 형식적인 지원뿐이다. 시에서 나서서 해당 기업 제품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제대로된 제품을 시가 나서서 먼저 사용해주면 그게 바로 대구와 대구경제를 살리는 길인데 말이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외지인들은 이 지역이 엄청난 지원이나 혜택을 보는 것으로 잘못알고 있거나, 지역민들 중에도 '혹시나'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물론 '역시나'로 결론나지만 말이다.
내가 알기로는 이 지역을 위해 이번 정부가 따로 특혜를 주는 것은 없다. 행여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시민들이 체감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들일 것이다. 섬유처럼 사양산업 지원이 특혜라고 본다면 그건 시민들의 의지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수도권 규제완화를 그토록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모든 것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면 나라가 잘 돌아가는 것처럼 생각하는 정치인들과 일부 관료들의 생각때문이다.
수도권을 이루는 사람들은 바로 지방사람들이다. 이 작은 나라에 지방사람, 서울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뿌리를 고사시키면 결국 수도권도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5+2 광역경제권' 개발사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역 안배차원에서 중요한 사업들을 나누어주는데 신경 쓰고 있지만, 정작 수도권 규제를 푸는데 대한 달래기 용도의 시책일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미 운하는 장점으로 내건 물류개선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관광자원 활용 문제는 그야말로 이루기 힘든 희망사항에 가깝다. 가장 현실적인 것이 후버댐 건설과 같은 1930년대식 토목공사류의 뉴딜정책이라고 보는 후진적인 시각이 있어서, 이번 4대강 정비사업 등에 기대를 거는 모양인데, 이건 정말 답이 아니다.
오늘 머니투데이가 대구경제와 관련하여 한꼭지 기사를 올렸고, 이에 대한 의견댓글이 엄청나게 올라오고 있다.
머니투데이 : '껍데기만 남은 경제' 대구는 지금…
언제부터 대구가 토목 건설의 도시였는지 모르겠지만, 4대강 정비사업이 오로지 남은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으로 몰고가지는 모르겠다. 토목과 건설에 다양한 산업이 녹아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경기부양일뿐이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가, 자동차 엔지니어가, 바이오 기술자가, 한방 의료인이 4대강 정비사업을 통해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구가 당장 해야할 일은 신기술사업이라도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다. 지역의 우수한 인력자원과 철도, 고속도로 등의 SOC 기반 시설의 우수성을 알리고, 근처 구미국가공단의 이름을 팔아서라도 해외 기업, 수도권 기업들을 유치해야 한다. 그것도 선별해서 전략적으로 말이다.
4대강 정비 등으로 건설경기 부양 및 내수진작 정책 등은 대구가 나서서 할 일이 아니다. 대구는 지금이라도 오로지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에만 매진해야 한다. 지역인재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을 찾지않고 지역에서 일할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당장 그런 희망이 없는 도시에 남는 것은 나이드신 부모들 뿐이다.
작년에 대구로 이사오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 소비 중심인 도시에 고층 재건축 아파트들이 도심 이곳저곳에 세워지고 있다는 것을 봤을 때다.
빽빽하게 시내 중심에 들어선 초고밀도 아파트들 아래로 30~40년된 슬레이트 지붕의 주택과 2층 높이의 상가건물들이 공존해 있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대구가 어떻게 되려는지 걱정이 되었다.
지금 대구는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잘 지어진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분양 대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왜냐면 그들은 살 집을 분양받은 것이 아니라 투기를 목적으로 분양받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구의 시공사들이 지은 아파트들이다. 어쨋거나 경기가 좋든 나쁘든 건설경기 바람이 불었던 대구다. 그러나 그런 아파트 건설붐으로 대구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 되묻고 싶다. 4대강 정비사업이 대구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듯 대구가 뚜렷한 산업기반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는 모습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대구는 가까이 있는 울산과 창원, 구미를 보면서 뭔가 느끼는 것이 없을까? 성서5차단지가 들어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어떤 산업을 육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공단을 조성하여 굴뚝 숫자를 늘이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경쟁력이 있는 산업구조를 만들라는 것이다. 지금도 늦지않았다. 당장 효과가 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만 다음 세대 대구를 지킬 사람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
참고로, 대구는 서울시와 6개 광역시 중에서 주거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작년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주거행복지수, 복지, 교통, 시민안전 분야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수입만 안정적이라면 대구만큼 살기좋은 곳도 없다는 얘기다. 시민들이 느끼는 만족지수가 대구가 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다.
매일신문 : 대구시, 주거만족도 1위…지역발전 기대감은 꼴찌
대구에서 '경제'라는 단어는 곧 '절망'을 뜻한다. 현재 상황에 절망하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의 미래가 더 걱정이라는 뜻이다. 뭔가를 하고 있고 그것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낙동강 정비사업' 같은 것에 희망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섬유도시라는 말도 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구는 모바일 도시, 바이오 도시, 한방 도시, 나노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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