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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관광'이다. '천년고도'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이지 않아도 경주는 관광도시다. 곳곳이 관광지이며 곳곳이 사적지다.

내게 경주는 푸근한 이미지가 남아 있는 관광지다. 늘 그곳에 가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같은 곳을 몇번씩 가봐도 실증이 나는 법이 없으니 나와 궁합이 잘 맞는 곳인것 같다.

재작년과 작년에 경주 관광기를 올린 적이 있지만, 경주의 사적지를 이용하는데 개별적으로 이용료를 내는 시스템이 불편하다고 한 적이 있었다. 작년에 경주시는 이를 개선하여 종합이용권 제도를 올해부터 실시한다고 밝힌바 있다.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면 몰라도 일반인들은 올해 들어 경주를 찾아 시내권역의 대릉원이나 첨성대, 안압지를 찾았으면 종합이용권을 접했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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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지 종합이용권 샘플, 출처 : 서라벌 신문)

하지만, 올해들어 경주를 찾지 않은 사람들은 종합이용권이 뭔지 잘 모를 것이다.

연합뉴스 : 경주 사적지 종합이용권 '인기 없네'

늘 경주에 관심이 많은 나조차 이런 뉴스가 뜬 후에야 비로소 종합이용권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정도니까 경주시가 제대로 홍보를 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경주시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면 사적지 종합이용권에 대한 안내를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다. 더군다나 경주문화관광 홈페이지 어디에도 종합이용권에 대한 안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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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홈페이지의 경주소식-공지사항에서 4페이지나 지난 공지를 보면 간단하게 종합이용권 안내가 나온다. 첨부된 한글 문서 파일엔 제목부터가 한자로 되어 있고, 형식적 흔적만 남아 있다. 거기에 종합이용권의 가격이 얼마인지 조차 언급이 없다.

대릉원, 안압지, 포석정, 첨성대, 오릉, 김유신장군묘, 무열왕릉의 7개 사적지를 모두 관람할 수 있는 것이 사적지 종합이용권이다. 인터넷을 통해 관련된 뉴스를 찾아보니 딱 한군데 요금에 대한 언급이 있다. 3천원권과 5천원권. 그것도 대릉원과 안압지, 첨성대만 해당되는 것이 3천원이며, 나머지 4곳의 관람료가 포함된 것이 5천원이란다. 이 요금이 성인이 기준이겠지만, 청소년이나 어린이 요금은 어떻게 되는지도 설명이 없었다.

종합이용권이 필요성은 두말할나위없이 관광객들의 편의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시행하는 것이다. 거기에 관람활성화를 위해 할인을 해주거나 다른 이익을 주는 형태로 제공되어야 하는데, 이번 종합이용권은 그냥 개별 이용요금의 합산형태로 되어 있다.

대릉원 1,500원, 안압지 1,000원, 첨성대 500원이므로 이 3곳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종합이용권이 3천원이라면 할인은 없다는 얘기다. 주차료에 대한 할인도 없다. 그냥 해당 사적지에 가서 개별 입장권 구입하는 것과 차이가 전혀 없다. 오히려 가고 싶지 않은 사적지 요금까지 낼 수도 있다.

대릉원과 첨성대는 아주 가까이 있다. 대릉원에는 천마총이 볼만하고, 대릉원 중간의 호수와 대릉들은 그 자체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릉원 주차장쪽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첨성대는 500원을 내고 들어가면 기분이 언짢아질 것이다. 사진촬영대상 말고는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댓가로 지불해야 하는 돈은 2,000원(대릉원 1,500원, 첨성대 500원)에 주차료 2,000원이 더해진다. 그나마 안압지는 이용료 1천원에 주차료는 무료이다.

나머지 4곳의 사적지도 모두 시내권역에 있는 곳들인데 한번 둘러보는 정도의 수준에서 더이상 볼거리가 없는 관광지다. 자세한 역사 공부를 하고 간다면 관심이 생길 수 있는 곳들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소풍 정도 갈 사적지들이다.

이런 곳들을 위주로 종합이용권을 판매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경주하면 대표적인 사적지로 불국사와 석굴암을 뽑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내권역 말고도 넓지 않는 경주에서 유명 사적지들이 많지만 이들은 아예 포함도 되어 있지 않다.

하다못해 종합이용권에 주차료라도 할인해준다면 몰라도 가족끼리나 외국 손님을 모시고 찾는다면 이용료에 주차료 내느라 바쁠 것이다.

이용료가 워낙 싸다고 강변하지만 정말 500원 내고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어떤 곳은 그 가치를 넘어서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곳은 500원 1천원이 아까운 곳들이 많다. 당연히 한번 찾고는 다시 찾지 않게 된다.

혹시 경주시 공무원들이나 시의원들이 해외 유명관광지 연수를 다녀왔는지 모르겠지만, 해외 유명 관광지들은 종합이용권을 이런식으로 내놓지 않는다. 관광코스를 정해서 개별입장료보다 싼 요금을 제공하거나 대중교통 요금까지 포함된 종합 이용권을 판매함으로써 관광객에게 편리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입장료 요금 합산 정도의 편리를 제공하면서 '관광객 유치'를 내세우는 것은 참 우습다. 경주를 자주 찾는 내가 보는 경주관광의 문제는 관광객이 더이상 찾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는데 있다.

변화없는 관광코스, 그냥 관광객을 내버려두고 오려면 오고 아니면 말라는 식의 관광지 이미지는 종합이용권 제도만 봐도 알 수 있다.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으며, 관광객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종합이용권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곳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경주시가 말하는 '지나가는 관광이 아니라 머무르는 관광'을 유도하려면 종합이용권의 개선이 필요하다. 사적지 및 관광지를 확대하고 요금도 할인해야 하며, 주차장 이용료의 대폭 할인 또는 무료가 되어야 한다. 필요하면 내외국인 요금을 따로 두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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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사적지 이용요금표, 관광요금표)

작년말에 종합이용권이 시행되면 관광편의가 개선될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내놓았던 경주시는 부끄럽겠다는 생각이다. 이 정도로 보도자료를 내고 생색을 내려 했으며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관광객을 손님이 아닌 봉으로 여기는 자세는 종합이용권 홍보나 시행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조속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참고 포스팅

2008/05/12 - [우리집 이야기] - 무료입장을 시작한 경주국립박물관을 가다
2008/05/12 - [우리집 이야기] - 무열왕릉을 가다
2007/06/07 - [킬크로그] - 경주 나들이(경주시내권)-1
2007/06/09 - [킬크로그] - 경주 나들이(경주시내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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