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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등 세계 1위부터 4위 휴대폰 제조사가 각기 다른 자사의 휴대폰 충전단자를 마이크로 USB 타입으로 통일시키기로 했다는 소식이 MWC2009를 통해 알려졌다.

합의에 의해 실제 제품에 적용되는 시기는 2012년. 앞으로 약 3년의 시간이 남았다. 이번에 합의한 것은 국내에는 적용될지 또는 안될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해외, 유럽과 북미지역 등의 해외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한하여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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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USB 단자)

2000년대 초부터 우리나라에서 휴대폰 충전단자에 대한 표준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각기 다른 휴대폰 제조사의 충전 및 데이터통신핀 배열 정책으로 인해 낭비되는 자원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의해 2002년 4월에 처음으로 24핀 표준으로 단일화를 시도하였다.

따라서 제품 모델별로 다르던 충전 어뎁터를 단일 표준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어 휴대폰 폐기와 함께 같이 버려졌던 충전기의 재활용이 가능해졌다. TTA 표준형 충전기인증이라는 딱지를 붙인 제품들이 시중에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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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핀 표준형 충전기에 붙은 TTA 인증표시)

그러다가 시판되는 신제품 휴대폰들이 점점 얇아지면서 비교적 두껍고 긴 표준 24핀이 아닌 제조사 독자표준(동일 회사 제품은 호환)으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충전과 데이터통신을 제공하던 기능과 함께 이어폰 단자까지 동일한 단자에 넣게되면서 24핀 표준을 어기게 된다. 그러나 제조사들은 제품 판매시 24핀용 젠더(변환잭)를 포함시켜 주는 선에서 억지로 표준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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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구형이 된 휴대폰의 24핀 충전 단자)

이러면서 삼성 20핀, LG 18핀이라는 업체표준이라는 표준 아닌 표준이 시장에 나타나게 된다. 즉, 삼성전자 휴대폰끼리는 호환이 되지만, LG전자와는 호환되지 않는 업체만의 표준이 생기고, TTA에서 권고한 표준을 지키기 위해 자사의 핀배열과 호환 가능하도록 젠더를 끼워 판매했다.

24핀은 단면(회로 기판 한 면에 24핀 배열)의 긴 배열때문에 제품 디자인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와 충전과 데이터통신에 대한 정의만 있었던 것에서 이어폰 연결까지 고려하면서 또 다른 표준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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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휴대폰의 20핀 표준 단자)

이에 제조사들은 2006년에 합의를 통해 다시 현재의 표준 20핀에 대한 적용방침을 발표했다. 20핀 표준은 2008년 9월부터 생산되는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오랜시간 합의를 통해 표준을 24핀에서 양면 20핀으로 바꾸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20핀 표준 충전기는 시장에서 볼 수 없다. 표준 충전기 인증을 마친 기업이 나오는데도 아직 제품은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다. 대신 휴대폰 제조사들은 이전처럼 젠더를 1~2개 넣어주는 형태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제공되는 젠더는 24핀 충전기핀과 휴대폰의 20핀 양면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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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 24핀 충전기를 20핀 휴대폰에 연결할 수 있는 젠더)

충전과 데이터통신을 위해 휴대폰 악세서리마냥 젠더를 고리에 달고 다니는 이상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24핀 충전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20핀의 휴대폰 충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젠더를 늘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새로 재정된 20핀 표준 충전기가 시장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갑자기 마이크로 USB로 통일한 충전기 표준이 재정된다는 합의발표가 나온 것이다. 마이크로 USB는 미니 USB와 함께 이미 다양한 모바일 기기의 충전과 데이터 통신을 지원하고 있으며, 일부 외산 휴대폰의 경우 마이크로 USB를 충전핀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만일 국제적인 합의로 마이크로 USB로 갈 경우 국내 내수용 휴대폰에 이 정책을 적용할지의 문제이다. 제조사로서는 원가절감의 이유로 마이크로 USB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용이나 내수용이나 동일한 표준을 원할 것은 분명하다.

일단 표준을 지원한다면 지금처럼 충전기를 제품 세트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되고, 케이블도, 젠더도 따로 넣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효과는 크지 않지만 제품을 수출하는 입장에서는 포장 사이즈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조사가 반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마이크로 USB로 갔을 때도 문제점은 남아 있다. 현재 충전과 데이터통신을 위해 사용하는 포트로 USB는 전원과 데이터를 포함 최대 8개의 핀을 사용할 수 있는데, 여기에 이어폰의 오디오와 마이크, 컨트롤을 위한 포트를 확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최대 8개핀(일반적으로 5핀)의 현행 마이크로 USB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디오 포트를 분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해외 휴대폰에서는 현재 많이 사용하고 있는 3.5mm의 이어마이크를 사용하여 별도의 포트를 만들고, 충전과 데이터통신만을 위해 마이크로 USB 포트를 따로 사용하는 형태로 제품이 디자인되어 있다.

따라서 마이크로 USB로 갔을 경우 또 다시 기존 20핀 표준 이어마이크의 재활용이 불가능해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3.5mm 이어폰으로 통일된다면 제조사는 번들 이어마이크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생긴다. 어디서든 3.5mm 이어마이크는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시판예정인 LG전자의 윈도우 모바일 탑재 스마트폰인 인사이트폰(LG-SU200) 모델의 경우도 충전과 데이터통신은 마이크로 USB를 채택하고 오디오는 3.5mm 스테레오포트를 지원하여 나올 예정이다.

사실,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번 MWC2009에서 충전기 표준에 대한 합의가 그렇게 반갑지 않은 이유이다. 처음부터 이런 합의가 있었으면 몰라도 이미 2002년 2006년에 이어 이제 20핀 표준이 정착되려는 2009년에 또 다시 표준의 논란이 있는 우리나라에는 그리 반가울 수 없는 이유가 앞서서 설명한 이유들 때문이다.
 
다들 이번 표준 재정에 대한 호평 일색으로만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표준화에 대한 현실을 생각했을 때 그렇게 즐겁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또 다시 우리의 표준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떤 결정도 나지 않았지만, 세계 휴대폰 시장의 2위와 3위 제조사를 가진 우리가 세계표준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도 상상하기 힘들다.

원래 표준 재정의 중요한 이유였던 원가절감의 의미는 퇴색되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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