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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KT 메가패스에 유무선 공유기를 사용하고 있다. 공유기를 사용한지 벌써 5년은 넘은 것 같다. 최초 유선으로 시작한 제품은 몇 차례 업그레이드(제품교체)로 지금은 무선을 지원하는 공유기를 사용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유기에 접속되는 전자제품이 점점 늘고 있다. 우리집의 경우를 한번 살펴보자. 우선 큰방에 PC가 한 대 있으며 딸아이 방에 PC가 한 대 있다. 노트북이 한 대 있으며, iPod Touch가 있고, Nintendo Wii가 있다. 네트워크 프린터도 한 대 있으며, fon 라우터를 한대 연결했다. 7대의 기기 모두가 네트워크 연결이 필요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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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여기에 IPTV를 본다고 하거나, 인터넷전화까지 있는 가정이라면 대체 몇 개의 IP가 필요하며, 몇 개의 회선이 필요할까? 우리집에 IPTV와 인터넷전화를 넣는다면 모두 9개의 IP가 필요하다. KT의 IPTV와 SoIP를 사용할 경우 별도의 IP를 제공받지만, 경쟁사의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문제가 된다.

만일 현재 KT의 기준으로 그들이 말하는 규정에 따른 요금은 기본인터넷 요금에 최대 2개까지 IP를 허용(공유기 사용시 비공인 IP)에 추가되는 IP(공인 IP)는 개당 5천원이다. KT가 내라는대로 내면 현재 추가로 5대인 우리집은 기본 요금 약 3만원에 추가요금 2만원 5천원을 더 내야한다. 여기에 IPTV와 인터넷전화까지 포함한다면 모두 6만 5천원 정도의 요금을 내야한다.

공유기 사용에 대한 이상한 논리

최근엔 사업자들에 의한 공유기 제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않지만, 심심하면 공유기를 걸고 넘어진다. 그리고 공유기를 사용하는 곳은 잠재적으로 과대한 트래픽을 유발시키는 주범으로 낙인 찍는다.  

가정에서 일으키는 인터넷 트래픽은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하는 이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구조이다. 예를들어 100Mbps의 초고속망을 계약해도 실상 100Mbps가 나오지 않을 뿐더러, 사용자가 아무리 열심히 사용해도 순간적으로 100Mbps를 넘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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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KT의 답변)

공유기를 통한 트래픽 역시 마찬가지다. 공유기가 ISP와의 허용된 트래픽 이상을 사용한다면 분명 계약위반일 것이다. 그러나, 네트워크의 특성상 그럴 일은 없다. 이미 ISP에서 제한된 인터넷 속도(트래픽)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월 30일 또는 31일간 허용된 트래픽 안에서 어떻게 사용하든 범죄에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ISP가 간섭할 사항은 없다. 그래서 월정액으로 계약하는 것이다.

공유기라는 것은 IP자원의 할당문제(현재 IPv4의 IP주소자원 고갈문제가 계속 나오고 있다)와 늘어나는 IP수요 기기(앞서서 말한 장비들)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나온 정당한 전자제품이다. 전자제품 양판점이나 대형 할인점에서도 판매하는 위법성이 없는 전자제품이다. 해외에서는 가정용 라우터라는 카테고리로 취급되는 제품이다.

초고속사업자는 공유기 사용은 계약위반이라는 인식을 심어 고객을 대할때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 연결이 불통일때 연락하면 상담원이 꼭 묻는 질문중의 하나는 공유기 사용여부이다. 그들이 근거로 제시하는 자사의 약관에는 1개의 회선에 1대 이상의 장비를 연결하면 안된다는 조항(또는 서브네트워크 구성 금지)을 내세우기 때문에 엄연한 계약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계약시 약관조항부터 문제를 가지고 있는 ISP의 공유기 제재에 대한 논리는 지금도 계속 논란중에 있다. 최근 인터넷회선을 신규가입한 고객들은 네트워크 장비를 인터넷에 연결하려면 인증해야 한다는 화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장기고객의 경우 인증에 대한 제한이 보이지 않지만, 최근 가입자들은 인증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이제 전국적으로 신인증 시스템이 구축된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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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웹사이트 공식 답변에도 공유기 정책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

오래된 공유기 사용 논쟁과 정기적인 이슈 제기

공유기와 관련된 논쟁은 벌써 2004년부터 지금까지 끌고 왔다. ISP는 악성 트래픽의 근원이 공유기 사용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논리를 내세웠고, 공유기 업체와 일반 유저들은 허용된 트래픽 내의 공유기 사용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그 사이에 공유기는 일반화되어 가정과 소호 사무실의 필수품이 되었다. PC나 노트북 등 직접 연결해야 하는 단말기의 보급이 늘어나고, 각종 콘솔 단말기와 모바일 기기 등의 등장으로 공유기 없이 인터넷 접속이 불가한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초고속인터넷 접속을 제공하는 사업자(ISP)는 KT,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통신), LG데이콤(파워콤), 케이블 TV업체 등으로 4개 브랜드로 압축이 된다. 이 중에서 공유기 사용을 적극적으로 제지하고 있는 쪽은 KT와 SK브로드밴드 측이다.

상대적으로 LG데이콤과 케이블 TV진영은 공유기 사용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앞의 두 회사(KT, SK브로드밴드)에 비해 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공유기 사용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KT와 SK브로드밴드가 공유기 사용자를 계약위반으로 직권해지 한다면 결국 LG데이콤이나 케이블 TV 사업자 고객이 될 것이기 때문에 나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케이블 TV 사업자는 자가망보다는 기존 기간통신망 사업자로부터 망을 임대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경쟁사들과 불리함이 있지만 낮은 요금을 무기로 고객을 모으고 있어서 공유기 사용에 대한 제재를 논할 겨를이 없다.

공유기 사용자 제재 문제는 벌써 몇 년째 단골 이슈가 되고 있다. 잊혀질만하면 공유기 카드를 꺼내들어서 소비자를 떠보고는 사라진다. 분명 올해도 그런 이슈가 분명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제재는 날이 갈수록 소리없이 강해지고 있으며, 조만간 가정시장에도 압박을 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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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는 숙박업소와 소규모 기업들의 1회선 계약으로 다수의 단말을 단속하기 위해 공유기 사용 제재를 내세웠다면 앞으로는 가정 고객을 목표로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공유기를 사용하는 가정때문에 동일한 셀(Cell)을 이용하는 다른 가정이 속도의 피해를 본다는 이상한 논리도 내세운다. 약정 속도에 한하여 어떻게 사용하든 그것은 옆집과 관계가 없다. 충분한 네트워크 대역을 준비하지 못한 사업자의 과실을 소비자에게 넘기는 경우다. 그것이 공유기로 발생한 문제는 분명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핑계는 늘 과도한 트래픽과 공유기를 언급한다.

매년 한두번씩 ISP들은 시장에 공유기 이슈를 던진다. 이슈의 말미에는 항상 요금의 문제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돈을 더내고 사용하면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요금을 더 받기 위한 이슈제기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왜 ISP들은 공유기 단속에 관심이 많은가?

KT와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은 가정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인터넷 회선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이다. 초고속인터넷이 가정마다 보급되기 전에 KT와 LG데이콤은 기업시장에서 인터넷 전용회선 사업의 선두기업들이었다. 나중에 이 시장에 SK브로드밴드(구 하나로통신)도 뛰어들었지만, 당시 ISP들은 256Kbps 아날로그 회선에 100만원 가까운 사용료를 받기도 했었다.

그런 기업들이 ADSL이나 케이블 초고속인터넷이 시장에 나오자, 비싼 기업 전용선에서 월 5만원도 안되는 초고속 인터넷으로 갈아타면서 기업용 인터넷 회선 시장의 직격탄을 맞았다. 속도도 많이 개선되어 디지털 회선의 1Mbps에서 10Mbps의 요금이 100만원 이하로 떨어지는 등 기업용 인터넷 회선 시장의 요금도 많이 내렸지만, 초고속인터넷의 품질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기업시장의 잠식사태가 벌어졌다.

기업용 전용회선과 초고속인터넷은 고정된 공인 IP의 부여갯수와 네트워크 구성이 조금 다를 뿐 인터넷을 접속하는데 있어서는 큰 문제가 없다. 직접 서버를 운영할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공인 IP를 받을 필요도 없다.

기업시장이 초고속인터넷의 보급으로 고전을 겪게되자 적용된 논리가 공유기 사용의 제한이었다. 1개의 회선을 전용 망종단 장치없이 ISP에서 고정된 또는 수시로 바뀌는 한개의 IP를 할당하는 상황이기에 기업의 공유기 사용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유기 사용을 제재하면 결국 기업들이 기업 전용선을 사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공유기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또 한가지 공유기 사용을 제재한 목적은 초고속인터넷 보급율이 높아짐에 따라 성장이 더뎌진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요금을 올려 성장시키기 위한 목적이 그것이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초고속인터넷 요금도 많이 낮아졌다. 속도는 예전에 비해 빨라졌고, 요금은 내려갔기 때문에 요금을 올릴 구실이 필요했다.

따라서, 초고속인터넷에 연결된 사용기기의 댓수 제한이라는 획기적인 묘안이 생긴 것이다. 오래전에 약관에 명시한 '서브네트워크 구축 불가'라는 애매 모호한 약관을 근거까지 있어서 더더욱 공유기 제재 명분이 섰던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인터넷사용 종량제라는 카드를 언론을 통해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가정에서도 세컨 PC는 보편화되고 있고, 노트북, 각종 모바일 기기(MID, UMPC, PMP 등)에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지원하는 비디오 게임 콘솔기, IPTV와 인터넷 전화, 전자액자같은 생활형 멀티미디어 기기 등의 등장은 공유기없이는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단말기별로 요금을 더 받는다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타협을 통해 네트워크 단말기를 적게 사용하면 요금을 적게 내고, 많이 쓰면 많이 내야하는 그야말로 종량제로 몰고가면 돈을 쉽게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몰고갈 것이었으면 처음부터 정액제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는 생겨나지 않았어야 한다. 망확충 비용을 내세워 소비자로부터 이용요금을 올려받으려는 궁리만 하기때문에 공유기 제재는 필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제는 공유기를 인정해야 한다

정말 해묵은 논쟁이다. 공유기는 ISP들이 이야기 하듯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시키는 장비가 아니다. 기술자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나 명확한 이야기다. 공유기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시킨다는 것을 기술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라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저 늘 같은 빈약한 논리이다. 과도한 트래픽을 일으키는 고객 대부분이 공유기를 사용중이며, 따라서 공유기 사용은 과도한 트래픽을 불러 일으킨다는 너무나 비상식적인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공유기는 가정에서 효과적으로 다른 기기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IP NAT), DOS같은 외부의 공격이나 웜 등 비정상적인 트래픽을 차단하는 방화벽(Firewall) 역할도 하고 있다.

공유기 상대단에 있는 ISP의 회선 연결장비와의 통신에서 허용된 트래픽 이상을 처리할 수 없는 구조이다. 어떻게 회선속도를 정하는 ISP의 장비를 넘어서 공유기가 회선 속도를 더 빨리 낼 수 있다는 말인가?

공유기는 말 그대로 들어오는 일정한 속도의 인터넷을 합법적으로 나누어 쓰는 것일 뿐이다. 옆집과 나누어 쓰는 것도 아니고, 돈을 내고 사용하는 고객이 자신의 기기들에 트래픽을 나누어 쓰는 것이 문제라는 논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공유기 사용의 제재 이유 자체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고객들이 이를 수긍하기 보다는 저항할 것이다. 만일 억지로라로 밀어붙인다면 공유기 제재가 없는 사업자로 넘어갈 것이고, 모든 사업자들이 담합한다면 네트워크 기기의 판매 및 수요, 사용이 줄어들 것이다.

몇 년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공유기 사용과 관련되어 옛 정보통신부는 ISP의 손을 들어 공유기 사용제한에 문제가 없다고 한 적이 있었다. 지금의 방송통신위원회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IPTV를 이야기하고, 인터넷전화와 화려한 미래 IT 기술을 논하면서 통신비 절감까지 외치는 방통위가 효과적인 IP 사용과 네트워크 기기 활용을 돕는 공유기 사용 제재를 인정한다면 논리적인 큰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에 KT는 KTF와 합병을 강행하고,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입장을 누누히 밝히고 있다.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통신 일등기업답게 공유기 사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고 선언하라. SK브로드밴드도, LG데이콤도 마찬가지다. 공유기 사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라.

그리고 기업과 다중 이용시설에서의 초고속인터넷 사용에 대한 합리적인 상품을 별도로 만들고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며, 가정의 공유기는 모두 인정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앞으로 더이상 공유기에 관련된 논란으로 다가오는 미래사회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PS. 갑자기 뜬금없이 공유기 이슈를 제기한 것은 ISP 사업자들의 막연한 공유기 제재로 인해 TPS에 가입하여 타통신사로 옮길 때의 문제때문이다. 만일 공유기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 사업자라면 옮기기 힘들 것 같아서이다. KT가 공유기 사용을 공식 인정한다면 계속 사용할 생각이다. 사소한 부분 같지만 내게는 큰 이슈이다. 잘못 옮겼다가 통신비 절감은 커녕 더 비싼 통신요금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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