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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업계 사상 최대의 빅딜이 성사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빅 블루 IBM이 Sun Microsystems 인수협상 중이라는 Wall Street Journal 보도가 나왔다.
인수금액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는데, 65억 달러의 현금인수 조건이며, 만일 이 금액대로 인수한다면 IBM 역사상 가장 큰 돈을 들여 인수를 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한다.
화요일 종가기준으로 Sun Microsystems의 총액은 40억 달러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65억 달러라면 상당한 프리미엄을 붙인 것이다. 참고로 현재 Sun은 26억 달러 상당의 현금 및 환금 가능한 수익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un Microsystems는 화려한 닷컴의 시절 주역이었던 2000년대(2001년 까지)를 기점으로 계속 추락하고 있었다. IBM, HP와 함께 서버업계 3강 구도를 유지한 장본인이었지만, 인터넷 닷컴 기업 위주의 유닉스 서버시장에 성장의 발판을 지속한 결과 닷컴의 위기와 함께 동반 몰락하는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성능이 뛰어난 Intel의 서버용 프로세서의 등장으로 경쟁력을 잃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그리고 최근엔 Dell에게 서버시장 3위 자리를 내놓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현재 시장에는 독자적인 서버용 프로세서(CPU)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몇 개되지 않는다.
Power Processor의 IBM, Sparc의 Sun Microsystems, Xeon 프로세서의 Intel, Opteron의 AMD 정도이다. HP는 Compaq을 인수하고도 일찌감치 자사의 PA-RISC와 인수한 Alpha는 서버 프로세서 시장에서 손을 뗐다. 대신 Intel과 공동으로 Itanium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것에 집중했으며, Intel 서버 프로세서를 이용한 서버 시장에 매진하고 있다.
IBM과 Sun Microsystems 협상에 진전이 있다면 넘어야할 장애물도 많다. 가장 큰 것이 미국 정부의 반독점 정책을 어떻게 벗어날 것이며, 그 이후에는 겹치는 양사의 조직정비와 제품 라인업의 정비 등이 과제가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선결과제는 미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에 있다.
IBM의 Sun Microsystems 인수는 업계에 미칠 파장도 클 것으로 보인다. 우선 1위와 4위의 합병이지만, 독자 프로세서 개발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력을 가진 업체의 인수와 합병의 사례이며, 두 업체 모두 오픈소스에 대한 적극적인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코드상으로는 Sun과 HP의 합병보다는 훨씬 모양새가 좋아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오픈소스에서도 Linux 분야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IBM과 자바를 비롯하여 MySQL, Solaris 등 오픈소스 DB와 OS분야까지 합쳐진 Sun Microsystems가 합친다면, 서비스의 IBM, 하드웨어(서버 프로세서 및 스토리지)와 솔루션(OS와 DB)의 Sun Microsystems의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의 IBM이 하드웨어를 탈피하여 서비스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을 보면 Sun의 인수가 기존 전략과 다를 수 있지만, 서버 시장을 재편하면서 기술력을 확보하는 차원이라면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이다.
이번 인수협상은 예상치 못했던 Cisco의 서버시장 진출로 서버업계의 변화가 예상되던 가운데 나온 인수협상 소식이어서 서버업계 전반의 판도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직 협상중이라는 소식 외에는 결정된 바는 없다. 하지만 IBM과 Sun 사이에 구체적인 협상금액까지 오고간 상황이며, Cisco의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이라는 강력한 이벤트가 발생했기 때문에 협상의 성공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만일 인수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당장 수세에 몰리는 것은 HP측이다. HP는 IBM와 Sun 모두를 경쟁에 두고 사업을 벌여왔지만, 합병 IBM은 덩치가 더 커지고 더 다양한 서버 솔루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두 회사의 제품대비 비교우위점을 다시 구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인수합병으로 전통적인 유닉스 서버 시장은 IBM만이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서버 판매가의 상승도 예상된다. 이런 우려가 바로 미국의 반독점 규제법이 존재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데이터센터 서버의 경우 블레이드 서버 기반 영업이 활발한데, IBM과 Sun이 합쳐지면 HP와 더불어 Cisco의 삼파전이 예상된다. 아직 Cisco의 서버 솔루션이 시장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거센 도전이 예상되기 때문에 3사의 불꽃튀는 경쟁이 될 수 밖에 없다.
유닉스 고유의 시장은 기존 IBM과 Sun이 나눠가진 것을 그대로 가져가고, 데이터센터 부분을 공략하는 방향에서 서버 비즈니스가 이루어질 것인다.
이번 인수협상의 관심에는 비켜 있는 것 같지만, Sparc칩을 공동 양산하고 Solaris를 메인 OS로 있는 후지쯔의 서버 사업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남은 과정은 순탄치 않다. 거대 서버 업체들 사이의 인수합병이기에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고, 이에 따른 시장과 경쟁사의 인수합병 규제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영원한 강자가 없다는 것은 서버시장을 통해서도 드러나는것 같다. Sun Microsystems는 불과 10년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다가 매물로 내놔야 할 정도로 유닉스 서버시장은 황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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