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느 식당에 가도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요즘은 화학 조미료에 의존하지 않고는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자극적인 맛을 내기는 어렵다.
 
집에서도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는데, 하물며 식당에서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않길 바란다면 그건 이루기 힘든 희망사항이다. 빠르게 만들어 빨리 소진해야 하는 음식점의 특성상 조미료의 유혹은 뿌리칠 수 없는 것이다.

화학조미료가 들어가 있지않으면 맛을 내기가 힘들다. 아니, 우리는 화학조미료맛에 길들여져 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장어를 먹으러 가자는 가족들의 요청에 마지못해 길을 나섰다. 사실 장어는 우리 가족중에 나만 싫어할뿐 다들 좋아한다. 장어뿐만 아니라 생선을 별로 즐기지 않기에 내게 장어는 그저 그런 음식중의 하나이다.

맛집을 찾아나서기 전에는 우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한다. 장어를 잘 하는 가게들은 많다. 대형으로 체인형태로 하는 곳들도 있고, 나름 특색있는 집들도 보였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시내 중심가에 있는 길들여진 맛집보다 자연의 맛을 찾아보기로 하고 장어집 한 곳을 선택했다. 칠곡쪽에서 가까운 '팔공산자락'이라는 가게가 그곳이었다.


네비게이션에도 상호를 입력하니 나왔고, 포털 검색엔진에도 나오는 가게였다. 나름대로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가게라는 특색을 가진 가게여서 찾아보았다.


인터넷에서 본 그대로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자랑스런 안내문을 먼저 접했다. 여주인이 5가지 조리사자격증을 가진 분이라는 안내와 자존심을 걸고 음식을 만든다니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간장소스와 매운소스 두가지의 장어가 있었는데, 각각 2인분, 1인분을 주문했다. 여기서 1인분이란 한마리다. 특이하게 장어는 접시에 검은 자갈위에 얹혀서 나왔다. 그리고 혹 비린맛에 민감한 사람을 위해 레몬 한 조각도 같이 나왔다.


천연조미료로 만든 반찬들이다. 인터넷에서 본 것과 거의 동일한 반찬들이 나왔고, 다들 맛깔스럽게 생겼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반찬들은 더욱 귀해보이고 맛있어 보였다.

나물반찬과 장아찌류, 마샐러드, 두릅과 버섯볶음, 더덕부침, 단호박찜, 해파리냉채까지 다양한 반찬들이 정갈하게 나왔다. 양은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 괜찮은 맛을 냈다.


 구절판이 아니라 오절판이다. 쌈을 싸먹는 것은 무절임이 아니라 밀전병이다. 첨에 눈을 의심했다. 밀전병을 저렇게 만들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근을 비롯한 산나물을 싸서 함께 먹어봤더니 상당히 맛있다.

음식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마도 함께 나왔는데, 먹기 부담스럽지 않도록 김가루와 새싹채소를 곁들인 샐러드도 나왔다. 마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은 생김새와 달리 끈적한 뒷맛을 찝찝해 하기도 한다. 마는 뮤신이라는 성분때문에 단백질 흡수를 돕고 소화에 큰 도움을 준다.


주인이 직접 요리를 해서 그런지 신뢰가 가는 음식들은 더욱 맛있었다. 역시 자랑할 것은 자랑을 해야하나보다. 위약효과라는 말이 있듯이 음식도 알고 먹으면 더 맛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맛없는데 맛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장어구이는 잡냄새 하나 나지 않았다. 장어구이는 장어 자체도 좋아야 하지만 소스에 의해 결정된다. 소스에 따라 장어의 맛은 달라진다고 하는데, 적어도 내게 장어 특유의 노린내는 나지 않았다. 매운소스는 그렇게 맵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먹을 정도니까 약간 매운 정도였다.

메뉴는 장어가 전부다. 장어는 산삼장어라는 특별메뉴와 간장소스와 매운소스의 장어구이, 장어곰탕으로 전부 3가지다. 일반 메뉴인 장어구이가 1인분에 18,000원으로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레스토랑 스테이크 이상의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 천연조미료 반찬을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요리가격은 적절한 수준이다.


요리가 나오기 전에 음식점 안을 둘러보았는데, 특이한 것이 몇가지 있었다. 음식점 안에는 4인 테이블이 몇 개 있었고, 마루식으로 된 좌석이 있었다. 그 사이에 야구 사인볼들이 늘어서 있는데, 해태타이거즈(KIA 타이거즈) 선수 사인이 눈에 띄었다. 다른 구단 것도 있었지만, 사인연도를 보니 1986년 등 1980년대 중반에 받은 것들이었다. 주인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그때 야구관련 일을 하셔서 그렇다고 했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가게 입구 한쪽켠에 있는 라이브 음악 연주시설이었다. 섹소폰이 한켠에 놓여 있었는데, 주인 아저씨가 섹소폰을 잘 다루신다고 인터넷에 나와 있었다. 시간이 나실때는 연주도 하신다고...


이 가게 팔공산자락의 자랑은 또 있다. 넓은 마당이다. 손님들 차량을 주차시키는 마당절반은 잔디밭과 장독대들이 차지하고 있다. 주차공간도 콘크리트보다는 자갈을 깔아놨다.


마당한쪽엔 나무로 만들어진 창고가 있고, 오래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타작기와 탈곡기, 지게까지 인테리어 소품들로 보이는 물건들이 한쪽에 전시되어 있고, 창고엔 실제 주인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마당 이곳 저곳에는 의자와 탁자가 있어서 식사 후나 식사 전에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 같았다.


가게는 본건물 외에도 방갈로가 몇 개 있다. 5개 정도로 보이는 방갈로는 가족단위나 친목모임을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가족모임일 경우 식사후 아이들을 따로 마당에서 놀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마당은 잔디와 함께 예쁘게 가꾸어져 있다.

화학조미료가 몸에 좋지않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음식점 요리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먹고 있다. 집에서조차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음식을 만들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천연조미료 음식이 입맛에 맞지않은 것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먹을 때도 그렇지만, 먹고 나서도 부담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뭔가 모자란듯 하고 거칠지만 몸은 잘 안다. 자연 그대로의 음식이 우리 몸에는 제일 좋다는 것을.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