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꾀 많은 토끼와 거북이, 용궁이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못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별주부전'이라는 고대소설이자 전설이다. 많이 회자되면서도 별주부전의 무대가 된 곳이 어디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남해의 용왕인 광리왕이 병이 들어 죽게되었는데, 토끼의 간을 먹으면 살 수 있다고 하여 거북이가 특사로 육지로 나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려간다. 그러나 꾀가 많은 토끼는 기지를 발휘하여 자신의 간을 월등도 계수나무에 걸어두어 볕에 말리려고 꺼내놓고 왔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을 믿고 다시금 거북이와 함께 육지로 토끼의 간을 가지러 나가지만, 토끼는 육지로 나와 도망가 버린다. 상심한 거북이는 도인을 만나 다른 치료약을 구하여 용궁으로 돌아갔다는 내용이 '별주부전'의 줄거리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소설과 달리 전설은 슬픈 내용이다.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는 것까지는 소설과 같지만 거북이 등을 타고 용궁을 벗어난 토끼가 월등도인줄 알고 뛰어든 곳이 달빛이 반사된 바닷물(월등 月燈)이어서 빠져죽고, 남편 토끼를 기다리다 죽은 부인 토끼, 토끼를 잃은 거북이가 각각 섬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그곳이 바로 경남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飛兎里) 일대에 내려오는 전설이다.
어제 수요일에 별주부전의 고향인 비토섬을 찾아갔다.
비토섬을 가기 위해서 대구나 부산 등지에서 접근한다면 경남 사천으로 가야 한다. 사천 IC에서 삼천포 방향(시청방향) 3번 국도를 따라가면 된다. 구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3번 국도는 아직도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국비 부족으로 확장공사가 늦어진다는 소리가 들린다.
중간중간에 확장이 된 구간들이 있지만, 삼천포 방향쪽으로는 여전히 왕복 2차선 도로다. 여름 휴가철에 남해와 고성 공룡박물관으로 향하는 차량 행렬들이 사천 IC를 빠져나와 주로 정체되는 구간이 이곳부터다.
사천 IC에서 3번 국도를 따라 약 15분 정도 삼천포 방향으로 내려가다보면 용현면에 들어서는데, 도로 왼쪽 방향에 사천시청사가 보이며 오른쪽으로는 사천만 바다와 사천대교가 보인다. 비토섬은 사천대교를 건너 서포면으로 가야한다.
사천대교는 사천만으로 인해 나뉘어진 용현면과 서포면을 잇는 중요한다리다. 고성쪽이나 삼천포쪽에서는 이 다리를 거쳐 서쪽인 하동으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다. 반대로 전남이나 하동쪽에서 삼천포나 고성으로 가려면 이곳을 지나면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
사천대교를 넘어 자혜터널을 지나서 서포면내로 들어가기 위한 작은 삼거리를 만나는데 구평리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들어간다.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고 작은 읍내같은 이곳은 서포면소재지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나 남쪽 비토리 방향으로 가면 비토섬으로 들어가는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중간중간에 펼쳐진 임야와 멀리 보이는 바다가 멋진 조화를 이룬다. 조용한 시골 마을이어서 붐비는 도시를 벗어난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드라이브 자체만으로도 괜찮은 루트이다.
비토섬으로 넘어가려면 작은 다리(연육교)를 만난다. 비교토인데 이 다리로 비토섬이 더이상 섬이 아닌 육지가 되어 버렸다. 비토교를 넘으면 역시 자그마한 섬이 나온다. 이 작은 섬과 비토섬은 가까워서 갯벌 사이로 작은 도로를 연결해 놨다.
비토교 앞에는 차량 교행을 위해 비토교 중간에 차량을 주정차 하는 것은 금지한다는 푯말이 서 있다. 비토교 중간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 풍광이 멋있다 보니 관광객들이 자주 차를 다리 위에 세웠던 모양이다.
다리를 넘어서면 횟집과 콘도가 있는 상업시설들이 몇 개 들어서 있다. 바닷쪽을 보면 갯벌이 보이는데 고즈넉한 풍경이 관광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날씨가 흐렸다가 맑아져서 그런지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리를 바로 넘어서면 휴식을 위한 작은 공간이 보인다. 비토섬에 대한 소개 표지도 서 있는데, 잠시 차를 세워 비토섬의 이야기도 잠시 읽어보고 비토교와 갯벌을 감상하는 것도 괜찮다.
이곳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비토섬이 시작된다. 비토섬 입구 신설된 휴게소 삼거리를 바로 만나게 되는데, 좌측으로는 해안도로 우측으로는 1005번 지방도로가 이어져 있다.
처음 간다면 해안도로를 권하고 싶다. 조용한 산길과 함께 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경치가 아주 좋다. 또한 서행으로 달리면서 바닷바람을 맞아보는 것도 좋으며,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넘으면 횟집단지가 있다.
비토섬에는 8개 마을이 있다고 하는데, 모두 몇 호씩 모여서 사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바닷가쪽이지만 섬의 대부분은 농지로 되어 있어서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것 같다.
횟집단지가 모여있는 포구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적한 바닷가에서 조용하게 낚시에 열중하는 모습들이었다. 별학도과 진도 같은 작은 섬들도 보인다.
횟집단지가 몰려있는 중간에는 폐교된 서포초등학교 비토분교가 보인다. 정말 이곳에 학생이 다녔을까 싶을 정도로 아담하고 오래된 폐교다. 운동장은 초미니다. 축구를 하고 놀 정도의 공간도 되지 않아 보였다. 마치 유치원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는데, 폐교는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지 않아서 흉물이 되어 있었다.
횟집단지를 지나 1005번 지방국도를 만나기전에 접하는 해안도로다. 낮은 야산과 앞에 펼쳐지는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곳이다. 이곳에 잠시 차를 세우고 망중한을 즐기는 것도 좋다.
이곳은 파래, 바지락과 자연산 굴이 많이 나는 지역이다. 길을 가다보면 오른쪽에 하얀 돌같이 생긴 것들이 보이는데 모두 굴껍데기들이다. 이곳이 굴이 많이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굴은 바닷가 썰물때 바위에 붙어 있는데, 이를 채취한다. 바윗돌에 붙어 마치 꽃처럼 피어있다고 굴을 석화(石花)라고도 부른다. 굴과 바지락, 파래는 이곳 비토섬의 특산물이다.
저 멀리 오른쪽엔 남해군에 닿아있는 창선대교가 보이고, 왼쪽에는 창선.삼천포대교가 보인다. 더 왼쪽엔 고성군에 있는 삼천포 화력발전소의 굴뚝도 보인다. 바다 앞으로는 김과 파래 양식을 하는 설비로 보이는 나무 막대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해안도로는 다시 지방도와 만나는데 그 지점에서 약 2~3분만 더 달리면 비토섬의 끝부분에 도착한다. 그곳에 가면 거북이 등을 타고 즐거워하는 토끼의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월등도로 들어가는 입구에 조형물과 함께 별주부전의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잠시 주차를 하고 찬찬히 표지판의 설명을 읽어보면 앞에 펼쳐진 섬들을 이해하기 쉽다.
이곳은 버스의 회차지이기도 하다. 비토섬의 버스 종점이자 회차를 하여 서포면으로 돌아 나가는 곳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월등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섬들은 바로 보이지 않는다. 월등도는 조수간만의 차에 의해 갯벌로 연결이 되었다가 물에 잠기곤 한다. 일반 승용차는 들어가기 힘들고 트럭이나 SUV만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월등도에는 몇 가구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물 때는 섬이 되었다가 다시 썰물 때는 육지가 되는 도로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썰물 때는 거북섬과 토끼섬으로도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갯벌로 연결된 섬이 월등도다. 달빛이 바닷물에 비쳐서 마치 섬처럼 보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토끼가 용궁을 빠져나와 월등도인줄 알고 뛰어 내렸다가 죽은 곳에 토끼섬이 생겼다. 월등도 바로 뒤에 토끼섬이 있다.
바로 오른쪽 작은 섬이 거북섬인데 거북모양처럼 생겼다고 하는데 얼른 봐서는 알아보기 힘들다. 월등도 뒤에 가려져 있는 토끼섬과 목섬은 월등도에 들어가야 볼 수 있다. 목섬은 남편 토끼가 돌아오기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다 벼랑에서 떨어져 죽으면서 생긴 섬이라고 한다.
비토섬(飛兎) 자체가 이미 나는 토끼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불려지는 이름인데, 별주부전의 전설과 함께 이름 붙여진것 같다. 그러나 전설의 내용대로라면 비토(飛兎)가 아니라 비토(悲兎)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슬픈 토끼부부의 섬이라고 말이다.
비토섬과 월등도 사이 갯벌은 체험학습장으로도 활용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다. 아마도 서포면이나 사천시청에 문의하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좋은 체험 프로그램을 전설과 함께 엮으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 같다.
비토섬은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지역은 아니다. 그러나, 비토섬의 갯벌은 사천8경에 속할 정도로 연안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비록 전설과 관계된 것은 월등도 입구에 세워진 조형물과 표지판이 전부지만 그래도 전설속의 무대라는 점은 이곳을 찾는 이유를 하나 더 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비토초등학교 폐교가 있는 횟집단지를 찾거나 드라이브 코스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다. 조용하게 바다낚시는 즐길 수도 있으며 그냥 해안도로 어딘가에 차를 세우고 남해도와 삼천포를 구경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별주부전(토끼전)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는 다른 이야기다. 빠르고 느리다는 비교의 대명사로 사용하는 '토끼와 거북이'는 우리의 설화가 아니다.
별주부전은 욕심을 내면 화를 입는다는 교훈을 가진 소설이자 전설이다. 좋은 구경과 벼슬을 내리겠다는 거북이의 감언이설에 속아 용궁으로 갔으며, 결국 도망은 나왔지만 경솔한 사람의 처신에 대한 반성이 담긴 내용이다.
이번 여름, 아이들을 데리고 조용한 비토섬에 가서 별주부전 이야기를 해주고 그 교훈도 함께 알려주면 좋은 교육이 될 것이다. 횟집단지와 인근에는 민박을 하는 곳도 있으니 1박도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